외교장관 반대에도 ‘사드 결정’ 강행했다
윤병세 외교, 끝까지 반대 고수
“대북제재 공조 훼손” 이유 들어
일부선 미 압력에 조기발표 시사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조기 결정에 북한 핵·미사일 대응의 주무장관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끝까지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한국·미국 정부가 8일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한 데 대해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 야당, 다수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 대응의 최일선을 책임진 외교장관까지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무부처 장관의 강력한 반대 의견에도 사드 배치 방침을 예상보다 빠르게 결정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한 정부 내부 논의 사정에 밝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12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정부가 사드 배치 방침을 조기 결정하는 데 끝까지 반대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윤 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에 맞서 대북제재의 국제공조를 구축·강화해야 할 시점에 사드 배치 조기 결정은 중·러의 반발 등 국제공조를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국방부는 애초부터 사드 도입에 적극적이었다”며 “특히 6월22일 북한이 무수단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부터 국방부의 태도가 더욱 공세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북제재 국제공조를 중시하는 외교부와 대북 군사 대응 능력 강화를 강조한 국방부 사이에서 대통령이 국방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4일 관계 부처 협의를 했고, 7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정부 차원에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병세 장관의 사드 배치 방침 조기 결정 반대는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윤 장관은 평소 무색무취하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신중한 성격인데다, 대통령의 의중을 잽싸게 읽어내 정책 방향을 그에 맞추는 능력이 출중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 윤 장관의 반대 의견 개진은, 북 핵·미사일 대응과 관련한 국제공조를 책임진 주무장관으로서 사드 배치 결정의 역풍이 심각하리라는 우려가 그만큼 컸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북제재 국제공조의 성패는 중국의 협력 여부에 달려 있는데, 사드 배치 조기 결정으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며 “외교부로서는 솔직히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한·미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맞서 대응 수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중·러의 사드 반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북핵 대응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한다’며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두 차례(6월23·25일)나 공개 발표했다. 외교부 고위 간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마다 규탄 언론성명을 즉각 발표해왔다”며 “북한이 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쏜 데 대해 안보리 차원의 규탄 성명 채택이 지연되거나 무산된다면 대북 국제공조에 이상 징후가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4월15일, 6월22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4월23일) 발사 땐 예외없이 바로 다음날 ‘규탄 언론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9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사흘째 아무런 반응이 없다.
박 대통령은 왜 국내외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사드 배치 방침을 서둘러 결정한 것일까? 정부 핵심 관계자는 “사드 배치 방침 결정과 관련한 한·미 공동 발표문의 ‘한-미 동맹 차원의 결정’이라는 문구에 주목하라”고 말했다. 미국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한국이 사드 배치 결정 발표를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로 미루자고 제안했으나, 미국이 발표 시기를 앞당기자고 한국을 압박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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