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에 충성’ 우선…‘진짜 애국자’는 찬밥
ㆍ정부 훈장 받은 친일인사 222명 명단 공개
ㆍ국가에 대한 희생에 보상 차원 아닌 통치 수단으로 변질
ㆍ독립지사 탄압한 군인 등에 몰아줘…친일 경찰도 17명.
대한민국 정부의 훈장은 독립운동가들에게는 인색했고, 친일인사들에게는 관대했다.‘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처럼 많은 독립운동가들은 경제적 결핍에 시달려야 했고, 명예 등에 있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한 예로 일제강점기 의병운동을 하다 체포돼 10년간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강대여는 해방 이후 70년 가까이 지난 2013년이 되어서야 훈장 5등급에 해당하는 애족장에 추서됐다.
정부가 훈장을 수여한 친일인사 222명 명단을 4일 공개한 뉴스타파는 “역대 통치자들이 서훈을 1차적인 통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훈장이 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적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 통치의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독립운동가들에게 주어졌어야 할 훈장이 친일인사들에게 갔다는 의미다. 박정희·김성수·홍진기 등을 포함한 친일인사 222명이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받은 훈장은 모두 440건에 이른다. 이들 중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건국훈장대한민국장을 비롯해 무궁화대훈장, 태극무공훈장 등 무려 14건의 훈·포장을 받았다.
■훈장 절반이 군인·경찰
222명을 직군별로 분류해보면,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군인이 총 53명으로 가장 많은데 이들은 모두 180건의 훈장을 받았다.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태평양전쟁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활동한 신상철 전 체신부 장관이 을지무공훈장 등 훈장 9건을 받았다. 항일무장세력 토벌을 주임무로 하는 간도특설대에서 2년 반 동안 근무한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도 태극무공훈장 등 훈장 7건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관동군 헌병보조원으로 근무하며 항일조직 정탐 역할을 한 김창룡도 태극무공훈장을 받았다. 김창룡은 해방 이후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특무대장으로 활동하면서 숱한 이들을 간첩으로 몰아 탄압했다. 이 과정에서 혹독한 고문이 이뤄진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정부는 문화예술계 친일인사 43명에게도 66건의 훈장을 수여했다. 이들 문화예술인은 자신의 분야에서 예술을 수단으로 삼아 일제의 지배를 선전하고 정당화했다. 훈장을 받은 대표적 친일 문인은 서정주·주요한·유치진·모윤숙 등이다.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세종대왕 영정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운보 김기창 등도 예술계에서의 공적을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다. 김기창이 일제 징병을 선전하고 지지하는 작품을 그리고, 안익태가 일본 천황 즉위를 축하하는 ‘에텐라쿠’와 만주국 건국 10주년을 기념하는 ‘만주환상곡’을 작곡했다는 이력은 이들의 훈장 서훈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친일 경찰들은 독립운동가를 체포하고 심문하며 고문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 친일 경찰 중 17명에게 41건의 훈장을 수여했다. 대표적 인물이 3건의 훈장을 받은 노덕술이다. 또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한 신상묵도 태극무공훈장을 비롯해 8건의 훈장을 받았다. 그는 일제강점기 헌병으로 군에 복무하고, 해방 이후에는 경찰로 활동했다.
뉴스타파는 “훈장은 국가와 민족에 헌신한 이에게 바치는 최고의 영예인데 받지 말아야 할 인사가 받았고,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람은 받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대한민국 훈장의 역사는 영욕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굴곡진 자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승만·박정희 집권기 84% 수여
친일인사에 대한 훈장을 시대별로 보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에 집중적으로 수여됐다.
전체 440건 중 84%에 해당하는 368건이 이 시기에 수여돼 서훈을 통치 수단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집권기에도 50건의 훈장 수여(전두환 28건, 노태우 22건)가 이뤄졌다.
원래 친일파들에 대한 정부의 훈장 수여 취재는 KBS가 시작했다. KBS 탐사보도팀은 지난해 1월 서훈 기록 72만건을 입수하고 방송을 준비했으나, 친일인사의 서훈 내용 같은 ‘민감한’ 내용은 보도하지 못했다. 방송국 내부 압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정권 눈치보기’라는 비판이 방송국 안팎에서 제기돼왔다.
당시 KBS에서 훈장 관련 취재를 맡았던 기자가 이에 반발해 지난 2월 뉴스타파로 이직하면서 뉴스타파에 관련 전담 취재팀이 꾸려졌고, 이날 방송으로 이어졌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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