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투톱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 청와대에 포문
김무성 대표 “정치인이 그런 말로 국민 속이면 안 돼”
유승민 원내대표 “증세하면 가진 자한테 더 부과해야”
증세·복지 논쟁, 당-청 관계 재정립의 첫 시험대 올라
새누리당 지도부가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거짓말”이라고 규정하고 증세 논의에 불을 붙이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를 둬온 유승민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여당이 독자적 목소리를 키우는 것으로, 당·청 관계 재정립에 증세·복지 논쟁이 첫 시험대로 부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 기조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담뱃값 인상과 연말정산 파동 때 이를 ‘증세’라고 여기며 분노한 여론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증세가 아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하다”고 강변해온 것을 정면으로 질타한 것이다. 김 대표는 “낮은 복지 수준을 수용하는 ‘저부담-저복지’로 갈 것인지, 세금을 더 내고 복지 수준을 높이는 ‘고부담-고복지’로 갈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수정할 것을 주장했다.
전날 선출된 유승민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하지 않다”며 “솔직하게 앞으로 세금을 더 올려서 복지를 더 할 거냐, 아니면 세금을 더 못 올리면 복지는 현 수준에서 동결 내지 축소할 건지 여야가 합의해서 국민의 동의를 얻어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연말정산 파동에 대해 “그건 분명히 증세였는데 ‘증세가 아니다’라고 속여 국민들께서 더 분노했다”고 지적했다. 유 원내대표는 증세·복지 문제를 논의할 당내 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애초 ‘원조 친박근혜계’였다가 박 대통령과 멀어져 ‘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가 일제히 ‘증세 없는 복지’ 기조 수정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청와대와 충돌을 빚더라도 증세·복지 논란을 이번 기회에 당의 주도로 매듭지어야 내년 4월 총선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도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여당 안에서도 논란은 예상된다. 김 대표는 “복지 지출의 중복과 비효율부터 없앤 뒤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며 ‘복지 축소’에, 유 원내대표는 “복지 확대 추세를 되돌릴 수는 없다”며 ‘증세 불가피’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만약 증세를 하기로 한다면 당연히 가진 자한테 세금을 더 부과하는 증세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부자 증세’나 법인세 인상에도 문을 열어놨다.
김무성·유승민 ‘비박 투톱’은 증세·복지 외에 다른 정책들에 대해서도 정부를 질타하며 변화를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연설에서 정부가 고소득자의 부담을 높이는 건강보험료 개편안 추진 방침을 밝혔다가 번복한 것을 두고 “충분한 고민 없이 정책을 쏟아내고 조변석개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 원내대표는 “경제, 노동, 복지, 교육 등 민생 전반에 걸쳐 고통받는 국민 편에 확실히 서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시간이 갈수록 이런 당의 주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증세없는 복지’ 수정 선언했지만
김무성·원유철 등 무상 축소 유승민·정두언은 부자증세 거론
당장 지도부내서도 의견 충돌
청와대·친박 반발까지 산넘어 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증세 없는 복지는 거짓말”이라는 선언을 계기로 4일 당내에서는 복지와 증세에 대한 의견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다수는 ‘복지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부자증세’를 할 수 있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정치권이 부자증세를 선언해야 한다”(정두언 의원)는 과감한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본격적 복지시대에 진입하는 이 시점에 실패한 유럽과 일본 복지정책을 답습할 것인지,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복지정책을 구상해 실현할 것인지 더 치열한 토론을 벌여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의 무게는 증세가 아닌 ‘복지 축소’에 실린다. 김 대표가 “국가경영에 재정건전성 유지가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이다. 연말정산 파동 등 ‘꼼수 증세’로 악화된 민심을 추스르려면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 기조의 수술은 불가피하지만, 증세보다는 복지 축소 방식이 청와대와 여론의 반발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지난 2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유 원내대표와 짝을 이뤄 당선된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복지 구조조정’ 쪽에 서 있다. 그는 “무상급식, 무상보육의 예를 보더라도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국민들 공감을 얻어가면서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룰 시점이 아닌가”(<와이티엔> 라디오 인터뷰)라며 ‘무상복지 개편’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생각은 ‘증세’에 기울어 있다. 그는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현재 복지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국채를 발행하든가 세금을 더 거둘 수밖에 없다”며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비주류 정두언 의원도 “복지를 확대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부자증세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며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부자증세는) 액수는 얼마 안 되지만 명분상 그래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다”(문화방송 라디오)고 말했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이유로 박 대통령이 외면해온 법인세·고소득자 증세까지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지지율 회복을 바라는 일부 의원들은 ‘투톱’(당대표+원내대표)이 구체적인 방식은 달라도 청와대에 ‘증세 없는 복지’ 기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무되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표현이 다를 뿐이지 큰 틀에선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 가려면 (어차피) 세출 구조조정과 증세를 함께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친박근혜계는 박 대통령의 공약을 뒤집어야 한다는 이러한 주장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엔 증세-복지 논쟁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원장을 지낸 친박 유일호 의원은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른 부분의 지출을 줄여서 복지지출을 늘리겠다는 것이 처음부터 이 정부의 기조였는데, 그런 것을 어느 정도는 시도해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것이 안 되고 나서 증세를 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김무성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5일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제38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경제를 살리는 정치’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복지수준의 향상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잉복지로 재정적자에 허덕이다 유로존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그리스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김 대표는 이어 “복지는 재원이 없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낮은 조세율과 불안한 국가재정 건전성 문제를 지적했다.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8%로 영국 29.1%, 이탈리아 29.6% 등에 비해 낮은 편이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부채비율이 35.8%로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세계 14위라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주장을 반박하며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부채비율이 60∼70%로 올라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진입, 정치권의 ‘표퓰리즘’에 따른 복지욕구의 증대 등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고, 경제활력이 크게 저하됨에 따라 우리 경제도 늙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복지는 늘려야 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유럽, 일본식 복지모델이나 한국형 복지모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점에 놓여 있고 그래서 어떤 유형의 복지제도를 만들지 더 치열한 논쟁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식 복지를 원한다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겠지만 이런 증세는 국민에게 물어보고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재정 건전성 문제를 거듭 언급하며 “수익과 지출의 균형을 법으로 묶는 ‘국가균형재정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 이날 강연에서 “미국, 중국, 일본이 모두 대체하기 어려운 강점을 갖고 새로운 산업패러다임을 찾고 있다”며 “‘토끼들이 모두 일어나 막 뛰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 죽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이 정말 부담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국회가 선도해줘야 하는데 정치권은 간섭만 하며 계속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기업활동에 대한 입법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예민한 시기’임에도 경총 강연에 참가한 김 대표는 부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회장이 경총 초대회장을, 형인 김창성 전방 명예회장이 3대 경총 회장을 지낸 인연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김무성 “법인세 인상은 맨 마지막에”
유승민 “성역없다” 입장과 대조적 현행 복지 축소는 아니라면서도 “무상 시리즈 일부 선별적 조정”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5일 복지·증세 논란과 관련해 “증세는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복지지출 구조조정으로 중복과 비효율을 없앤 뒤,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없을 때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지난 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취지를 재확인하며 이렇게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법인세 인상이) 절대 안 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제일 마지막에 할 일”이라고 말했다. “현 수준의 복지를 유지하더라도 증세를 하거나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며 증세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같은 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견해차를 보인 것이다.
복지 수준에 대해 김 대표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며 ‘선별적 복지’를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연 한국경영자총협회 연찬회 기조강연에서 “국정 운영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국가 재정건전성에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초저출산 고령화 사회 진입과 함께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의한 복지 욕구 증대, 천문학적인 통일 비용”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들이 나태해지고 필연적으로 부정부패가 올 수밖에 없다”며 “복지 수준의 향상은 국민들이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하는 선별적 복지를 해야 한다”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손자에게도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의 견해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복지 확대와 증세 불가피’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과 견줘 볼 때, ‘복지 축소와 증세 반대’ 쪽이다. 김 대표는 그러나 <한겨레>와의 통화에선 “복지 축소는 아니다”라며 말했다. 김 대표는 “현재까지 시행돼온 복지를 축소하는 건 안 된다”며 “다만 무상급식, 무상보육 같은 무상 시리즈를 일부 선별적으로 조정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복지 구조조정’에는 무상 시리즈의 일부 선별적 조정과 복지 전달체계 합리화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반국민들은 무상급식·무상보육을 선별적 복지로 조정하는 것을 ‘복지 축소’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김무성 대표 “복지공약 지키겠다…증세는 최후 수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64)는 9일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을 지키겠다.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취임 후 처음 가진 주한 외신기자단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부는 우리 새누리당 정부다. 박 대통령의 복지에 대한 공약은 우리 새누리당이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대표는 “다만 경기 예측이 잘못돼 세수결함이 생겨 복지재원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중복되는 복지가 없는지 우선 점검하고 둘째 일반 예산지출에 있어 구조조정을 하고, 국가재정건전성의 선을 상향 조정해 부채를 발행한 뒤에도 어려울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증세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그 점도 국민과의 합의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여의도발 증세 공론화’를 두고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박 대통령의 발언과 보조를 맞춰 ‘증세론’에 거듭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증세 비판에 대해 묻자 “표현을 떠나서 전체적인 맥락은 그간 내가 주장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박 대통령과 소통을 해야겠다. 방법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1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이날 기자회견에선 박 대통령 행적보도를 해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과 김 대표의 언론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김 대표는 “이 문제는 외교적 문제가 아닌 사법적 문제이기 때문에 사법부 판단에 맡긴다”면서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한 국가 지도자에 대한 보도를 하며 사실에 근거 없는 왜곡된 내용을 한 기사가 언론 자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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