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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초폐기” 난리 치더니

아지빠 2015. 2. 7. 07:16

 

 

 

“연산군도 안 한 사초폐기” 난리 치더니…

무죄 판결에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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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정책실장(오른쪽)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 삭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진 뒤 “재판 결과는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무죄 판결 난 ‘대화록 폐기’ 논란 전말

법원이 6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 폐기 사건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2013년 당시 ‘사초 폐기’라는 주장으로 야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쪽을 몰아붙였던 청와대와 여당이 곤혹스런 처지에 몰리게 됐다. 대화록 폐기 사건 자체가 현 정부 초기 불거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물타기 하려는 청와대와 여권의 ‘조직적 정치공작’이었다는 그동안의 비판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국정원 대선개입’ 위기 몰리자 새누리 ‘노무현 NLL 포기’ 비난 이어

‘대화록 실종’ 전방위 공세 박대통령 ‘사초실종’으로 규정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무죄 선고되자 침묵

사초 실종 논란의 시작은 2012년 말 대선을 앞둔 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발언을 정략적으로 꺼내들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김무성 대선 캠프 선대위원장과 권영세 캠프 상황실장 등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자세히 파악한 상태에서 이를 선거전에 활용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대선 뒤인 2013년 2월 검찰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맞고소·고발에 모두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리면서 정상회담 대화록 및 북방한계선 논란이 사라지는 듯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취임 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파장이 거세지자 새누리당은 다시 대화록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해 6월20일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이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가정보원에 요청해 북방한계선 발언을 검토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을 포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서 위원장의 이런 폭로는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박근혜 후보 당선에 유리한 인터넷 댓글 작업을 벌여왔다며 기소한 지 6일 만의 일이다.

정부·여당의 ‘북방한계선 폐기 논란’의 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서 위원장의 폭로 뒤 남재준 국정원장이 아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과 발췌본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배포하며 전면 공개에 나섰고, 새누리당은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 원본이 실종됐다며 노 대통령 재임 당시 대화록 초안 폐기에 관여했던 참모들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런 정부·여당의 공세에 정점을 찍은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8월6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중요한 사초가 증발한 전대미문의 일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때 활용해 온 ‘북방한계선 포기 논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엔 아예 ‘사초 실종 사건’으로 규정하며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검찰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등 관련자를 출국 금지하고 경기도 성남의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으며, 디지털자료 분석용 특수차량까지 동원해 755만건의 기록물을 분석해 ‘기록관에는 회의록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신 검찰은 노 대통령이 퇴임 전 복사해간 ‘봉하 이지원’에서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흔적과 완성본에 가까운 수정본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사안 자체를 노 전 대통령 지시에 의한 ‘사초 삭제 사건’으로 규정한 것이다.

2013년 10월2일 검찰이 이런 내용을 언론에 발표하자, 새누리당은 이날 하루에만 6번의 논평을 내며 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의원 등을 궁지로 몰았다. “참여정부가 조선시대 연산군도 하지 않은 사초 폐기라는 만행을 저지른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굴욕적인 정상회담 결과가 역사적으로 지탄을 받을 것이 두려워 삭제한 것이 아닌가”(황진하 새누리당 의원), “사초 실종은 국기문란이며 있을 수 없는 일”(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 등이 당시 나온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날 법원의 무죄 선고 뒤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누구도 무죄 판결에 대한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사초 폐기’라더니…정권 입맛 맞춘 표적수사였다

법원 “남북정상대화록 초본은 대통령기록물 아니다”

초본 삭제 혐의 백종천·조명균에 ‘무죄’ 판결

검찰 기소내용엔 “납득하기 어려워” 일침

‘사초 폐기’ 논란을 빚어온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 삭제는 정당한 조처였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통령이 재검토와 수정을 지시한 이상, 초본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는 취지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유출과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곤경에 처한 새누리당이 이른바 ‘사초 폐기’ 논란으로 역공에 나섰지만, 이는 결국 정략적 공세였다는 판단이 내려진 셈이다. 또 검찰 역시 정권의 입맛에 맞춘 표적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는 대화록 초본을 삭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로 기소된 조명균(58)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과 백종천(72)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에게 6일 무죄를 선고했다. “최종 단일본을 전제로 작성된 대화록 초본은 대통령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게 핵심 이유다.

조 전 비서관과 백 전 실장은 2007년 10월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을 청와대 전자문서관리 시스템인 ‘이지원’에서 무단 삭제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쪽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읽힐 수 있는 내용을 수정하기 위해 ‘사초’를 폐기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결심공판에서 두 사람에게 징역 2년씩을 구형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초본을 보고받은 뒤 재검토와 수정을 지시했기 때문에 최종 완성본이 아닌 초본은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은 (대화록 초본이 첨부된 결재·보고 양식인 문서관리카드를) 조 전 비서관에게 반환하면서 내용을 재검토해서 수정하도록 지시한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초본이라도 일단 결재권자가 전자서명을 했으면 공식 대통령기록물이기 때문에 함부로 폐기할 수 없다고 공판에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논리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대로라면 재검토하거나 수정해야 해서 등록하기 부적절한 문서들도 즉시 등록·관리해야 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에 이르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녹음파일을 글로 풀어낸 녹취록 초본은 결국 완성본을 위해 작성되는 것이고, 완성본을 만들고도 초본을 그대로 두면 비밀 유출의 위험도 있어 초본은 폐기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는 검찰의 기소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참여정부 쪽 인사들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초본 삭제가 위법하지 않다는 것뿐 아니라, 완성본이 나온 상태에서 초본 삭제는 오히려 당연하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차례로 2개가 작성됐다. 당시 조 비서관은 국정원으로부터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 녹취록을 전달받아 대화록 초본을 만들었다. 이어 ‘이지원’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보고’라는 제목으로 초본을 첨부해 대통령에게 결재를 올렸다. 대통령은 이를 결재하면서 “앞으로 해당 분야를 다룰 책임자들은 대화 내용과 분위기를 잘 아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확성, 완성도가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하고 보안을 어떻게 할지도 안보실에서 책임지고 판단해 달라”는 등의 의견을 덧붙였다. 재검토와 수정 지시를 한 것이다. 조 비서관은 초본을 다듬은 완성본을 대통령에게 승인받고, 노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08년 1월 그 사본을 국정원에 전달했다. 그 뒤 초본은 ‘이지원’에서 삭제됐다.

초본 삭제 사실은 5년이 지난 뒤 알려졌다. 여야 의원들은 2013년 7월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엔엘엘 포기 발언’ 논란이 다시 불붙었는데, 대화록 내용을 직접 확인하러 간 의원들은 대화록을 찾지 못하고 “대화록이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대화록을 폐기한 이들을 처벌해달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대화록 유출로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이 ‘사초 폐기’ 논란을 통해 역공에 나선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당시 부장 김광수)는 2013년 11월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화록 초본을 삭제한 혐의로 조 전 비서관과 백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하명수사로 시작한 무리한 검찰 기소가 무죄로 귀결된 것은 부끄러운 검찰의 자화상을 보여줬다”며 “대통령기록물 유출이라는 잘못을 전 정부에 떠넘긴 새누리당도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노무현재단도 성명을 내고 “상식과 합리에 입각한 당연한 결과이자 정치검찰의 표적수사와 억지 주장에 사법부가 엄중한 경고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식 이유주현 기자 kss@hani.co.kr

[사설] 정치검찰의 야만성 재확인한 ‘대화록 폐기 무죄’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초본을 폐기한 혐의로 기소된 참여정부 청와대의 백종천 전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안보정책비서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은 6일 대화록 초본은 대통령기록물이 아니고 폐기하는 게 당연하다며 이렇게 판결했다.

법원은 결재권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 초본 파일을 열어본 뒤 내용을 승인하지 않고 ‘재검토’하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따라서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애초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이 아니라는 얘기다. 법원은 또 완성본 이전의 초본이 따로 사용될 이유가 없고 그냥 두면 자칫 혼동될 염려도 있으므로 폐기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폐기 대상이니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도 무죄다. 법리나 일반의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당연한 판단이다. 그런데도 왜 검찰이 이렇게나 억지스런 혐의를 붙여 기소를 강행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의식한 노 전 대통령 지시로 대화록 초본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2013년 11월 수사결과 발표 때도 노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당시의 ‘엔엘엘 포기 발언’을 숨기기 위해 삭제 지시를 한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엔엘엘 포기 발언이 없었다는 사실은 공개된 대화록 전문을 통해 확인됐다. 엔엘엘 공세를 주도했던 새누리당 의원조차 2014년 5월 “노 전 대통령은 포기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초본을 삭제했느니 파기했느니 따질 이유도 없었다. 당시 검찰의 수사발표문도 대화록 초본과 수정본 전문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초본도 대통령기록물”이라며 기어코 재판까지 끌고 왔다. 이번 판결은 그런 주장이 말도 안 되는 억지였음을 확인한 것이다.

왜 이런 비상식적인 광분이 벌어졌는지는 당시 상황에서 짐작할 수 있다. ‘엔엘엘 포기’ 논란은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선거용 공세였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댓글 사건으로 떠들썩하던 2013년 6월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이를 다시 들고나왔다. 국면 전환 시도로 의심할 만했다. 검찰은 새누리당의 고발 뒤, 발 빠르게 수사에 나서 결국 두 사람을 기소했다. 정쟁의 하수인으로 동원돼 무죄 따위 결과는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칼을 휘두른 꼴이다. 이런 야만적인 국가폭력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 대통령 ‘사초 실종’이라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무죄

법원, 백종천·조명균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무죄 선고

“수정 지시한 초본은 대통령기록물 아냐…폐기 당연”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는 6일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로 기소된 백 전 비서관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삭제했다는 회의록 초본을 대통령 기록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에 대해 무죄로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기록물 ‘생산’으로 보려면 결재권자가 내용을 승인해 공문서로 성립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며 “이 사건 기록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인’이 아닌 ‘재검토·수정’ 지시를 명백히 내리고 있으므로 대통령 기록물로 생산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 초본 파일을 열어 확인한 뒤 ‘처리 의견’란에 “내용을 한번 더 다듬어 놓자는 뜻으로 재검토로 합니다”로 명시적으로 기재했기 때문에 내용을 승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또 회의록 초본의 경우 당연히 폐기돼야 할 대상이라며 공용전자기록 손상 혐의도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사건 회의록 파일처럼 녹음자료를 기초로 해서 대화 내용을 녹취한 자료의 경우 최종적인 완성본 이전 단계의 초본들은 독립해 사용될 여지가 없을 뿐 아니라 완성된 파일과 혼동될 우려도 있어 속성상 폐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백 전 실장은 선고가 끝난 뒤 “재판 결과는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재판부가 공명정대하고 객관적인 심판을 해준 데 감사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촉발된 이번 사건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린 사실상 첫 사건이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자신의 발언을 감추기 위해 백 전 실장 등에게 회의록 미이관을 지시했고, 이들이 지시에 따라 회의록 초본을 삭제하고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불구속 기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