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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

아지빠 2014. 10. 24. 09:00

 

 

 

 

 

국군 능력부족?… 전작권 환수 ‘무기한 연기’

 

ㆍ한·미 연례안보협, 재연기 합의ㆍ발표문에 이양 목표 연도 빠져ㆍ연합군사령부도 용산에 존속

한국과 미국은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한국군 이양을 목표 연도조차 정하지 않은 채 재연기했다. 한국군이 아직 북한의 위협에 대응할 만한 독자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청사에서 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가진 뒤 발표한 성명에서 “지속적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지역 내 안보 환경의 변화에 맞춰 한·미는 미군 주도의 연합군사령부에서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연합방위사령부로 전환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이 제안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 시점은 “한국과 그 동맹이 핵심 군사능력을 구비하고 한반도와 역내 안보 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로만 규정했다.

양국은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에 맞춰 이명박 정부 때 만든 문서인 ‘전략동맹(SA) 2015’를 폐기하고 새 문서를 만들기로 했다.

한국군이 전작권을 넘겨받지 않음에 따라 주한미군사령관이 지휘하는 연합군사령부도 존속하게 됐다. 두 장관은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필수 최소 규모의 인원과 시설을 포함한 한·미 연합군사령부 본부를 현재의 용산기지 위치에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전작권 전환과는 별도로 주한미군기지 재배치 계획에 따라 2016년까지 한·미 연합사 등 한강 이북의 모든 미군기지를 한강 이남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전작권 이양의 사실상 무기한 연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의 공격 초기 단계에서 대응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 군사능력인 ‘킬체인’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가 구비되는 목표 시점인 2020년대 중반”을 거론하며 “무기한 연기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이라는 말은 공개된 문서 어디에도 언급이 없다.

한·미는 2007년 한국 측의 자주국방 노력과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전망, 미국 측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이 맞물리며 2012년 4월17일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 한국군의 독자적 방위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나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1일로 늦춘 바 있다.

 

■ 제46차 SCM 공동성명 전문

 

한·미 양국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6차 안보협의회의(SCM)에서 2015년 12월1일로 예정됐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재연기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다음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부 장관이 이날 채택한 공동 성명 전문.

 

1. 제4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2014년 10월 23일 워싱턴 D.C.에서 개최되었다. 동 회의는 척 헤이글 미합중국 국방부장관과 한민구 대한민국 국방부장관이 공동 주재하였으며, 양국의 국방 및 외교 분야의 고위 관계관들이 참석하였다. 동 회의에 앞서 2014년 10월 22일 미합중국 합참의장 마틴 뎀프시 대장과 대한민국 합참의장 최윤희 대장은 제39차 한·미 군사위원회 회의(MCM)를 주재하였다.

 

2. 양 장관은 2009년 6월 『한미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에 기초하고, 2013년 5월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에서 재확인되었던 공동의 가치와 상호 신뢰에 기반한 양자·지역·범세계적 범주의 포괄적 전략동맹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간다는 양국 정상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2010년도 제42차 SCM에서 합의한 『한·미 국방협력지침』에 반영된 바와 같이 한반도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21세기 지역 및 범세계적 안보를 위한 협력을 증진하는 등 동맹협력의 범위와 수준이 지속적으로 확대·심화되어야 한다는 공동의 인식을 재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양 장관은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가 안보정책구상회의(SPI), 확장억제정책위원회(EDPC), 전략동맹 2015 공동실무단회의(SAWG), 미사일대응능력위원회(CMCC) 등 다양한 한·미 국방대화 회의체를 조정·통합하고 고위 정책적 감독을 제공함으로써 동맹 목표 추진을 보장하고 있음에 주목하였다. 결론적으로, 양 장관은 앞으로 한미 국방통합협의체(KIDD) 회의를 중심으로 보다 활발한 양자 안보협의를 추진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3. 양 장관은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이의 확산 활동을 포함한 정책과 도발이 지역 안정 및 범세계 안보와 비확산 체제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한·미 양국의 확고한 인식을 재강조하였다. 양 장관은 최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행위가 일련의 유엔안보리 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으로서 강력히 규탄하였으며,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실시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북한의 2014.3.30.자 성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양 장관은 또한 북한이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상 공약을 완수하고 유엔안보리 결의 1718호, 1874호, 2087호와 2094호 상의 의무를 준수해야 함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경수로 건설 및 5MW 원자로 재가동 등 영변에서의 핵 관련 활동을 포함한 핵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즉각 중지하고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적극 이행해나가는데 있어서도 긴밀한 공조를 계속해나갈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4. 양 장관은 강력한 연합방위태세를 통해 대한민국을 방위한다는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임무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상호 안보 증진에 대한 양국의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특히 북한의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 2012년 4월과 12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의 안보환경을 감안시 동맹의 대비태세 과시를 위해 한반도에서의 연합훈련 지속 실시 필요성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어떠한 형태의 북한의 침략 또는 군사적 도발도 더 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 양국이 공동의 결연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나갈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데 있어 양국의 미래 이익을 위해 계속해서 긴요함을 재확인하고,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 연합전력의 충분한 능력을 확고히 유지해 나갈 것임을 강조하였다. 헤이글 장관은 한반도에 배치된 전력뿐만 아니라 세계전역에서 가용한 미군 전력·능력을 사용해 대한민국을 방위한다는 미합중국의 단호하고 확고한 공약을 재강조 하였다. 양 장관은 완벽한 전투능력을 갖춘 미군 전력의 한반도 순환배치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고한 안보공약을 현시하고, 한반도에서의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헤이글 장관은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강조 하였다. 양 장관은 양국군이 전시 한·미 연합사단을, 이를 위해 평시에는 연합 참모단을 편성하기로 결정한 점에 주목하고, 연합사단이 전술적 수준에서 연합전투태세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임에 공감하였다. 양 장관은 심화된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에 보다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대화력전 수행전력을 한국군의 대화력전 능력증강 계획이 완성되고 검증될 때 까지 한강 이북 현 위치에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주한미군의 대화력전 수행전력은 한국군의 동 전력증강계획이 완성 및 검증되면 평택 캠프 험프리 기지로 이전할 것이다. 한민구 장관은 2020년 경까지 개전 초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한국군의 대화력전 전력증강을 완료하기로 약속하였다.

 

5. 양 장관은 양국군이 한반도에서의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군사적 계획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으며, 이러한 군사적 계획이 잠재적인 위기상황 하에서 한미동맹의 효과적 대응을 보장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양 장관은 서북도서 및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의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대비하기 위해 연합연습 및 훈련을 지속 증진시켜 나가고 연합 대비능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NLL이 지난 60여년간 남북한 간의 군사력을 분리하고 군사적 긴장을 예방하는 효과적 수단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북한이 NLL의 실질적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촉구하였다. 아울러, 양 장관은 정전협정과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6. 헤이글 장관은 미합중국의 핵우산, 재래식 타격능력,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고 강화할 것이라는 미합중국의 지속적인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대한민국에 대한 확장억제의 신뢰성, 능력,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양국의 『북한 핵·WMD 위협에 대비한 맞춤형 억제전략』의 이행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나가기로 하였다. 양 장관은 맞춤형 억제전략 TTX가 맞춤형 억제전략에 대한 동맹의 이해를 제고하고 상황별 정치·군사적 대응절차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였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양국은 앞으로도 북한의 주요 위협에 대한 억제의 맞춤화를 달성하고 억제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억제 관련 사안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유지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7. 양 장관은 핵·화생탄두를 포함한 북한 미사일 위협을 탐지, 방어, 교란, 파괴하기 위한 『동맹의 포괄적 미사일 대응작전개념 및 원칙』의 정립을 통해 북한 미사일 위협을 억제 및 대응하는 동맹의 능력을 강화시켜 나가자는 약속을 재확인하였다. 한민구 장관은 대한민국이 독자적이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데 있어 핵심군사능력이며 동맹의 체계와 상호 운용 가능한 Kill-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2020년대 중반까지 발전시켜 나갈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이를 위해 양 장관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공유를 강화시켜 나기기로 하였다. 양국은 북한의 핵·WMD 및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동맹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8. 양 장관은 평화유지활동, 안정화 및 재건 지원, 인도적 지원 및 재난 구조를 통한 협력을 포함하여, 상호 관심사항인 광범위한 범세계적 안보도전에 대처하기 위한 긴밀한 동맹의 협력을 계속 증진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 또한 양 장관은 한·미 생물방어연습(Able Response)을 통해 질병, 테러 등 다양한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음을 강조하고, 이 분야에서 보다 활발한 양자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헤이글 장관은 아덴만에서의 해적퇴치 노력과 레바논에서의 유엔 평화유지활동, 남수단 재건지원에 대한 대한민국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였다. 아울러, 헤이글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확산방지구상(PSI) 참여에 대해서도 사의를 표하였다.

 

9. 양 장관은 우주 및 사이버 공간의 보호 및 접근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고, 정보 및 우주 시스템 안보를 비롯한 핵심 인프라 역량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양국은 연합연습 강화, 정보공유 활성화 등 상호 관심사항들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금년에는「한미 국방부간 우주상황인식 서비스와 정보공유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증가하는 우주 위험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하였다.사이버정책실무협의회는 사이버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태세를 증진하기 위해 정보공유, 사이버 정책, 전략, 교리, 인력, 연습에 대한 협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10. 양 장관은 커티스 스카파로티 한·미 연합군사령관으로부터 한·미 연합방위태세가 ‘상시 전투태세(Fight Tonight)’의 능력과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어떠한 도발, 불안정 사태 또는 침략에 대해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요지의 MCM 결과를 보고 받았다.

 

11. 지속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역내 안보환경의 변화에 맞춰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미군 주도의 연합사령부에서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연합방위사령부로 대한민국이 제안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양 장관은 적정한 시기에 안정적으로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한 양국의 공약을 재확인하면서 조건에 기초한 접근 방식이 대한민국과 동맹이 핵심 군사능력을 구비하고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 전작권이 대한민국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장한다고 확인하였다. 양국 국가통수권자들은 SCM 건의를 기초로 전작권 전환에 적정한 시기를 결정할 것이다. 양 장관은 전작권 전환이 이루어질 때까지 필수 최소 규모의 인원과 시설을 포함한 연합사령부 본부를 현재의 용산기지 위치에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양 장관은 또한 SA2015를 대체할 새로운 전략문서를 제47차 SCM까지 공동 발전시킬 것을 결정하였다.

 

12. 양 장관은 주한미군 기지 이전 및 반환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이러한 노력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약속하였다. 양 장관은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을 유지하고 사업상에 제반 도전 요인을 최소화 해 나가면서 적시에 완료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하였다. 양 장관은 또한 공동환경평가절차(JEAP)를 통한 기지 반환을 위해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동의하였다.

 

13. 양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정보공유의 중요성을 재확인 하였다. 양 장관은 2014년 5월 샹그릴라 대화에서 논의된 대로 한·미·일 정보공유방안을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14. 양 장관은 2014년부터 2018년간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 협상 타결을 환영하면서 방위비 분담이 한반도에서의 연합방위능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평가하였다. 헤이글 장관은 한국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환경을 위해 기여하고 있는데 대해 사의를 표명하였다. 양측은 방위비분담금 집행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를 위해 최근 합의된 제도개선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15. 한민구 장관은 헤이글 장관에게 미합중국 정부가 자신과 대한민국 대표단에 보여준 예우와 환대 그리고 성공적인 회의를 위한 훌륭한 준비에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하였다. 양 장관은 제46차 SCM과 제39차 MCM에서의 논의가 한·미 동맹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였으며, 양국 간 국방관계의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의 발전을 증진시켰음을 확인하였다. 양 장관은 제47차 SCM을 2015년 상호 편리한 시기에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입력 : 2014-10-24 05:15:02ㅣ수정 : 2014-10-24 07:27:47

 

전작권 전환 사실상 무기 연기…박근혜 정부 ‘군사 주권’ 포기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후(현지시각) 제4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회담을 앞두고 방미 첫 일정으로 워싱턴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미 안보협의회의서 구체시점 명기않고 ‘적절한 시기’

용산 한미연합사·동두천 일부 미군, 잔류키로 합의 번복

한-미는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못박지 않은 채 다시 연기하기로 했다. 시기와 관계없이 한국군의 능력과 주변 안보환경 등 ‘조건’이 충족돼야 전작권을 한국에 넘기기로 한 것이어서,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무기 연기할 가능성의 문을 열어놓았다. ‘군사 주권’의 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미는 또 한미연합사를 용산기지에, 주한 미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을 동두천에 잔류시키기로 합의했다. 애초 2016년까지 평택기지로 이전하기로 한 합의를 뒤집은 것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공동 코뮈니케를 채택했다. 한·미 국방장관은 공동 코뮈니케에서 전작권 전환을 “적절한 시기에” 한다고만 하고 구체적인 시기를 명기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과 동맹국의 결정적인 군사능력이 갖춰지고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 전작권을 한국으로 전환할 것”이라고만 ‘전환 조건’을 밝혔다.

코뮈니케는 또 “한·미 통수권자가 한-미 안보협의회의의 권고에 기초해” 전작권 전환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는 이를 위해 공동으로 ‘연합이행관리체계’를 구성해 매년 한국군의 군사능력을 평가한 뒤 전작권 전환 여부를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협의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전작권 전환 시기를 명기하면 나중에 또 연기해야 하는 사정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렇지만 “2020년대 중반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가 구축되면 한국군이 전작권을 환수할 핵심 군사능력을 갖추게 된다”며 “사실상 2020년대 중반이 되면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020년대 중반이 되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더 강화됐다거나 한반도 및 역내 안보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얼마든지 전작권 전환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한-미 합의로 추진된 전작권 전환이 한 차례 연기 끝에 사실상 무기 연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는 또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때까지 한미연합사를 서울 용산기지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국방부는 그동안 “용산기지 이전 계획은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꼭 지키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에 전작권 재연기를 빌미로 연합사를 용산에 남겨두는 것으로 기존 합의를 뒤집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미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2016년까지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했던 주한 미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도 동두천에 남기기로 했다. 기지 이전을 강력히 주장해온 동두천 지역사회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미 양국이 사실상 전작권 전환 시기를 무기 연기할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외교안보 분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작권 환수’ 공약을 스스로 파기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공약집과 기자회견 등을 통해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청와대는 이날도 한·미 양국의 전작권 전환 연기 합의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국방부가 설명할 일”이라는 태도를 유지했다.

워싱턴/박병수 선임기자, 석진환 기자 suh@hani.co.kr

 

 

지난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을 방문해 오울렛 초소에서 망원경으로 북쪽을 보고 있다. 왼쪽부터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 오바마 대통령, 정승조 합동참모본부 의장, 에드워드 테일러 유엔사 경비대대장.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힘센 형님 뒤 숨은 조무래기”…외교력까지 쪼그라든다

[전작권포기 흔들리는 군사주권] ② 위협받는 ‘외교 주권’

군사력과 외교력 상당 부분 비례“자기 나라 군대도 통제 못한다 주변국들이 속으로 우릴 얕볼 것”

“참담했다. 우리 능력으로 싸워 나라를 지키겠다는 군인의 기개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골목에서 힘센 형님 뒤에 숨기만 하는 조무래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월23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무기한 연기 결정 과정을 들여다본 한 외교관의 심경 토로다. 사실상의 ‘군사주권’ 포기 상황을 지켜보며 품었을 울분과 격정이 배어났다.

40대의 직업 외교관인 그는 군사주권의 핵심인 전작권 포기가 몰고올 군사안보적 파장 너머 외교안보 참사 가능성에도 냉정한 눈길을 보냈다. “한 나라의 군사적 힘과 단호한 의지는 외교 역량을 발휘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기반이다. 그런데 우리는 군이 먼저 알아서 외교관보다 더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그는 “주권 포기를 눈뜨고 방조한 책임에서 나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부끄럽지만 언론의 제대로 된 평가와 시민사회의 움직임에 거꾸로 돌아가는 국면을 되돌릴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전작권 환수 재연기 결정이 군사주권은 물론 ‘외교주권’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번져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의 위험성을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경고하고 있다.

‘강한 외교력은 그 나라의 군사력과 경제력에 기초한다’는 국제정치의 보편 원리와도 이번 결정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가장 먼저 나온다.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의 경구는 국내정치뿐 아니라 국제정치에도 적용된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차가운 힘의 논리가 통용되는 외교 관계에선 군사력이 상당 부분 외교력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군 통제권의 고갱이인 전작권 환수 기회를 차버림으로써 정부 스스로 외교 역량과 운신의 폭을 줄였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군사주권이 넘어가면 국가 운영이 힘들어지고, 외교적으로도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전작권을 계속 행사하게 된 미국과의 관계에선 계속 외교적으로도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게 됐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주변국들도 ‘자기 나라 군대도 통제하지 못하는 나라’라며 우리를 속으로 깔볼 것”이라며 “겉으로야 대화는 하겠지만, 제대로 된 외교 상대로 존중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번 결정은 미-중 사이 패권경쟁 구도에 한국이 알아서 걸어들어간 중대한 패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미는 이번에 언제가 될지 모를 전작권 환수 조건의 하나로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안정화’를 내걸었다. 북한의 침공에 대비한 한-미 동맹의 군사 지휘체계 전환의 문제를 한반도 이외의 ‘역내 안보’와 연계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전작권 재연기 합의 직후 ‘한반도 바깥 역내 상황과 전작권 환수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연결하는 해상교통로가 무력분쟁에 휩싸인다면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주게 된다. 이 상황에서 그래도 전작권 전환을 할 것이냐, 이것이 하나의 예다.”

남·동중국해에선 중국이 일본, 필리핀, 베트남 등과 영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맞서 일본·필리핀 등과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남·동중국해는 한국과는 직접적인 안보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다. 그런데 이번 합의는 한-미 동맹의 범위를 대북 억제 차원을 넘어,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 구축과 직결시키는 빌미를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끼어들지 말아야 할 두 강대국 간 갈등 구도에 휘말릴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줬다”며 “고래 사이에 낀 새우 신세를 자초할 수 있는 외교적 일대 패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가뜩이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의 평택 배치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터다. 중국은 대북 미사일 탐지 반경을 훨씬 뛰어넘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여부를 미국의 중국 봉쇄 구도에 한국이 협력하는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바라보고 있다. 전작권 환수 재연기와 역내 안보를 연계시킴으로써 한국에 대한 중국의 눈초리가 한층 매서워지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이번에 전작권 재연기와 더불어 한·미·일 군사 정보공유 방안의 지속 협의에도 합의해줬다. 한·미·일 3국간 ‘미사일 탐지 정보’ 공유는 사드의 한반도 배치 때 가장 필수적인 군사적 공조 방안으로 꼽힌다. 문정인 교수는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과 결합해 한묶음으로 중국을 겨냥한다는 느낌이 강해질수록 한-중 관계는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불편한 관계는 한국 경제엔 직격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미-일 공조 강화는 이밖에도 각각 작전권을 가진 동등한 성격의 미-일 동맹에 작전권 없는 한국이 하위 파트너로 참여하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작권 ‘포기’는 평화협정 논의 등 남북관계에도 부정적 파장을 던지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세현 전 장관은 “북한은 1984년 미-북 평화협정과 남북 불가침 문제를 남-북-미 3자회담에서 논의하자고 해놓고도 ‘군사실권을 가진 미국과 먼저 얘기하고 나서 남측과도 할 얘기가 있으니 방청은 해도 좋다’는 식이었다”며 “전작권이 없다는 이유로 남한은 북한한테 수모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송민순 전 장관은 “북한이 대남 무시 전략을 계속할 명분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준 것이니 참 황당한 노릇”이라고 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美 위협 "이라크 다음은 北"…침묵한 한국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11> 한미연합사령부(5)

 

2002년 6월경 이남신(육사 23기) 합참의장을 불쑥 찾아온 리언 라포트 연합사령관은 "럼스펠드 장관의 지시로 새로운 작전개념에 대해 설명하겠다"며 용건을 밝혔다. 그는 "미국의 현대화된 항공력으로 북한의 장사정포 포탄이 서울에 단 한 발도 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북한의 핵시설을 정밀하게 폭격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다. "핵미사일 공격징후만 나타나면 북한을 선제공격하는 작전개념"이라는 이야기였다.

당시는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이 지난 시점. 미국은 "이라크를 조속히 안정화한 다음에는 북한 차례"라며 공공연히 북한을 위협하고 있었다. <뉴욕타임스> 밥 우드워드 기자의 '공격 시나리오'(Plan of Attack)에는 당시 조지 부시가 거의 매일 펜타곤에서 북한 공격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장면이 나온다. 집권 초 부시는 이라크와 북한을 모두 제압하려는 조바심에 떨고 있었다.

육군 출신인 이 의장은 "이런 작전개념이 가능하겠냐"며 의문을 가졌지만 배석했던 비서실장인 공군 출신 한성주(공사 24기) 준장은 항공력에 대한 신봉자로서 "무언가 천재적인 발상처럼 느껴졌다"며 당시를 회고한다. 8년 전인 1994년에는 북한의 '서울 불바다' 협박 때문에 영변 핵 시설을 폭격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첨단 스텔스기, 고성능 폭탄으로 북한의 지하시설까지 완전히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항공력의 눈부신 발전, 현대 군사 과학기술의 경이적 성과로 이제 전쟁 양상이 달라지지

그러나 대다수 합참의 육군 장성들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1994년의 기억 때문인지, 대다수 합참 장군들은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해 신중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그 해 12월 5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34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럼스펠드 장관은 이준 장관에게 이전까지 한미연합사령부는 한반도 전쟁 계획인 작전계획 5027-98에 의한 한반도 전쟁전략을 수정해야 함을 역설했다. 5단계(북한의 침공-방어-격퇴-반격-수복)로 작전 단계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5027이 현대 전장의 역동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현대 전쟁은 5단계가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나타날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단계를 건너뛰어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예컨대 북한군의 침공을 격퇴하면서 동시에 반격도 이루어질 수 있고, 아예 침공을 격퇴하는 단계 없이 곧바로 북한 지역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날 이준 장관은 럼스펠드의 새로운 전쟁개념에 대해 전부 합의하였다. 이로써 한반도 전쟁계획은 기존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외에 북한 선제공격 계획인 5026이 하나의 '우발계획'으로 합의되었고,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 5029에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이 세상에 북한이 대포 한 방 못 쏘도록 하는 완벽한 군사력이나 군사전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미국의 국방장관이 주장했다고 해서, 또는 최근 군사력의 발전이 가속화되었다고 해서 그걸 믿고 전쟁을 함부로 논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2003년에 새로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미국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영변을 정밀 폭격한다는 보도가 폭주하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미국은 아예 한국정부 의중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라크 정세가 곧 안정화되는 대로 미군의 핵심전력은 한반도로 이동한다는 첩보가 수시로 입수되었다.

2003년 4월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은 노 대통령에게 "미국은 북한에 대한 폭격을 강행할 것 같다"며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올렸다. 또 전쟁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한반도 전쟁을 아예 공개적으로 말하는 조지 부시 행정부에 대해 국민 여론은 혐오와 반감으로 들끓어 올랐다. 이번에는 1994년과 다른 무엇이 있었다. 미국의 전쟁의지가 남다르게 확고할 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신형 첨단 군사력의 위용이 매일 언론에 도배됐다.

기사입력 2014.11.13 06:47:25 | 최종수정 2014.11.13 06:47:25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jh1128@pressian.com

미군 장교 회의 중 "한국 장교들 나가"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10> 한미연합사령부(4)

외교·안보는 장기적 안목에서 국가 생존의 방향을 설정하고 원대한 비전, 다양하고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국가의 창의적 역량이다. 국제정치의 양상이 시대와 역사에 따라 변화무쌍하다면 당연히 국가 생존의 방책도 여러 선택의 조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동맹이란 것도 양자 간의 동맹도 있지만 다자동맹, 복합동맹 등 국가의 안보상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고 응용될 수 있는 정책이다.

한미동맹 역시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현재와 같은 대북 방위동맹일 수도 있고 미래에는 동북아 지역안정 동맹, 한반도 평화유지 동맹 등으로 그 성격을 달리해 가면서 시대에 맞는 합리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떤 생존전략이 우리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데 유리한 여건을 보장해주느냐, 우리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국가 자율성의 기반이 조성되었느냐가 핵심이다. 그렇지 않고 당장의 북한 위협에 대한 공포에 질린 나머지 우리가 무엇을 주도해보지 못하고 주변 상황에 수동적으로 끌려다닌다면 그것은 외교·안보 정책이 아니다. 그러므로 외교·안보는 상상력의 예술이다.

연합사에서 근무한 한국군 영관급 장교들과 대화하다가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냐"고 질문하면 "회의 중에 미군 부서장이 지금부터 외국군 장교들은 다 나가라고 할 때 굴욕감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다. 미군이 자기들끼리만 핵심 정보와 전략을 공유하고 한국군에게는 일체 비밀로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이야기다.

이 중 우리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분야는 바로 전시 미 증원군 지원에 관한 사항이다. 전시에 미 증원군의 한반도 전개계획을 시차별부대전개목록(TPFDL : Time-Phased Force Deployment List)이라고 한다. 그런데 미군은 이 목록의 상세 내용을 우리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전시에 미군이 얼마나 지원되는지 까맣게 모른 채 69만 증원 병력과 5개의 항모전단, 3000대의 전투기가 지원한다는 레이건 대통령 당시에 만들어진 존재하지 않는 미군을 아직도 믿고 있다.

레이건 당시에 미군이 240만 명이었다면 지금 140만인 미군이 그런 증원을 한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아직도 우리 보수 세력들은 성경처럼 암송한다. 여기에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병력감축 계획은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상군 병력이 주된 대상이다. 그렇다면 전시에 미군이 압도적으로 지원된다는 믿음은 근거가 없다.

또한 각종 물자 및 탄약도 미군이 지원한다고 하지만 이것도 환상이다. 미국은 한국에서 전쟁비축탄(WRSA)을 폐지한 지 오래고, 탄약부족분은 한국보고 구매하라고 하고 있다. 미국의 전쟁 물자지원은 개전 초에 600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이건 고스란히 한국정부가 채무로 적립되어 나중에 갚아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란 없다.

이뿐인가? 과거에는 미 증원군을 전개하는 절차가 미 합참이 각 군의 협조를 받아 파견하는 형식이었다면 2004년에 부시 대통령의 비밀 훈령에 따라 미 합동전력사령부(JFCOM)가 합동부대를 편성하여 한국에 보내는 것으로 절차를 변경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합동전력사가 또 해체되기 때문에 증원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미국은 한국군 장교들에게 있어 거대한 미스테리이자 비밀 덩어리다.

 

 

 

 

미국은 그들의 국가이익이 있기 때문에 절대 우리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전쟁이 나면 우리는 압도적으로 많은 인력(현역 63만, 예비역 300만)과 물자, 장비, 자금 등 태반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면 부담이 많고 기여도가 높은 당사자가 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순리이다. 미국의 부담은 줄어들고 우리는 늘어난다면 당연히 권한도 우리가 더 많이 행사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지 않은가? 피와 땀을 더 많이 제공하는 쪽이 작전권을 행사하고 지원하는 쪽은 보조적인 역할만 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지원(support)-피지원(supported) 관계로서 미국은 지원하는 당사자이지 주도하는 당사자가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주도한다고 할 때, 그것은 곧 책임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일 한미연합사령부가 그처럼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면 이제부터 사령관을 한국 쪽이 맡던지, 그렇지 않다면 한미가 번갈아가며 맡으면 된다. 그걸 안 하고 연합사령부라고 하고, 미군의 핵심 전략과 계획을 몰라 쩔쩔매는 연합사가 어떻게 연합사인가? 이제는 시대 상황에 맞게 동맹도 조정할 때가 되었다.

기사입력 2014.11.12 06:09:14 | 최종수정 2014.11.12 06:09:14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jh1128@pressian.com

 

명맥 이어온 유엔사령부···한국 주권 제약하는 마력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7> 한미연합사령부(1)

 

우리에게 불가사의한 것은 한미연합사령부의 상위 개념으로서 유엔군사령부의 존재다. 한미연합사 작전계획을 보면 항상 첫 페이지에 “유엔사령부의 위임에 의해 이 작전계획을 작성한다”는 문구가 반드시 기재되어 있다. 즉 한미연합사의 법적, 존재적 기반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아니라 유엔의 깃발이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를 창설하기로 한 이후 지난 36년간 유엔사령부는 유명무실한 상징적 기구에 지나지 않았다. 한미연합사에 실질적 권한을 위임해주는 일종의 깃발이라고 할 수 있는 유엔사령부는 조직도 없고, 정상적인 사령부도 아니며, 유엔 한국전쟁 참전국들이 대부분 철수한 뒤론 서류상의 존재다.

유엔사가 이제껏 유지돼온 유일한 명분은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을 청산하는 평화협정이 아직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휴전협정을 관리하는 법적 주체로서의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1975년 제30차 유엔총회에서 서방 쪽과 공산 쪽이 유엔사를 해체하자는 결의안이 통과되었음에도 궁색하게 명맥만 이어왔으나, 그사이에 한국전쟁 당시 유엔사의 적국인 중국과 북한이 유엔에 가입하여 존립의 명분도 사라졌다. 그럼에도 유엔사라는 가상의 존재는 그간 남북 화해협력의 장애를 수시로 조장하는 이상한 마력을 발휘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남북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자 국방부는 “육로 연결은 유엔사 관할”이라며 갑자기 제동을 걸었고, 이로 인해 금강산 육로관광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야 이루어졌다. 그런가 하면 올해 3월 말에 우리 국방부가 중국에 한국전쟁 당시의 중공군 유해를 송환하려고 할 때도 주한미군으로부터 “유해 송환은 정전협정 사항이므로 유엔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견제를 받았다. 한미연합사는 유엔사의 권위까지 합쳐져 한국의 주권을 수시로 제약하는 마력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냉전의 형성기인 60년 전과 지금은 이미 국제정세가 근원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유엔사령부를 핵심으로 한 한국전쟁 체제는 청산의 대상이지 답습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런 유엔사가 한미연합사령부에 한반도 방위의 임무를 위임한 것이니 대한민국 주권 이전에 한반도는 국제적 공동관리라는 강대국 정치의 유산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만일 한반도에 통일 국면이 전개될 때 유엔사-한미연합사령부는 어떤 역할을 할까? 우선 미국은 “북한은 대한민국과 별개의 주권국가”이기 때문에 “한반도 북단에 한국의 관할권은 없다”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 대해서는 미국이 중국과 협력하여 그 향후 진로를 흥정할 가능성이 높다.

현 한미연합방위체제에서는 “한국이 주도하여 한반도를 통일한다”는 합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어떤 문서에서도 이를 명기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주권의 기반이 취약하고 매사를 강대국 정치에 의존하는 한국이 통일의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각기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워 개입하려 할 것이고 한국은 그 눈치를 보게 될 공산이 크다.

이것이 우리가 시급히 군사주권을 회복해야 할 이유이다. 정전협정 체제에서는 우리가 통일을 주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미리 안보의 당사자 위치를 확보하고 정전체제 이후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현재 전작권 전환을 무기한 연기하고 유엔사-연합사 체제를 고수하는 자들은 오직 안보전략만 강조하고 평화전략, 통일전략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한다. 안보는 성공해봤자 현상유지다. 그러나 평화전략, 통일전략은 현상타파의 논리다. 한반도가 근세 이래 외세의 강점으로 점철되었던 수난의 역사를 넘어 다음세대가 한반도의 주인으로, 통일의 주체로 그 역사적 사명을 다하도록 지금 한그루의 나무를 심는 일이다. 주권을 확립하지 않고 어찌 이것이 가능하겠는가?

기사입력 2014.11.09 17:06:35 | 최종수정 2014.11.09 17:06:35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jh1128@pressian.com

 

전작권 무기한 연기 '대가' 시작됐다

미 "한국이 주한미군 부대 이전 연기 요청했다"

 

한미 양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연기 합의 이후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미연합사령부와 동두천에 위치한 미군 '캠프 케이시' 잔류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군 기관지인 <성조>지가 한국이 이들 부대의 잔류를 먼저 요청했다고 보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성조>지는 지난 10월 26일 "주한미군(연합사, 210화력여단)을 남북 경계선에서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는 방안이 연기되는 또 다른 결정이 내려졌다. 이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3일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를 부인하며 "어느 일방의 제의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조건에 의한 전작권 전환이 추진함에 따라 협의를 할 수밖에 없었고, 잔류가 불가피하다는 한미 양국의 공동 논의를 거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연합사 본부를 전작권 전환 시까지 용산기지 내에 유지하고 210 화력여단을 현 위치에서 유지하는 데 따른 구체적 비용 분담은 추후에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작권 전환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해당부대의 잔류를 요청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국방부의 설명이 궁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작권 전환 연기는 알려진 대로 한국 정부가 먼저 요청했다.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면 연합사는 당연히 용산에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김 대변인은 “그렇다”고 답했다.

부대 잔류 요청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 최소 연 84억 원

해당 부대의 잔류 요청이 쟁점이 되는 이유는 잔류에 따른 추가 비용을 어느 쪽이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잔류 및 이전 비용은 먼저 요구한 쪽이 부담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한국이 전작권 전환 연기 요청으로 해당 부대가 잔류됐다면 이에 따른 비용은 한국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기수 국방부 미군기지 이전 사업단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210화력여단의 이전이 지연되는 동안 이자 비용은 우리가 부담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곧 해당 부대의 잔류 결정이 한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한미 간 공동 논의를 했다는 김 대변인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부분이다.

한편 정부는 210 화력여단이 평택으로 이전하게 되면, 3800억 원으로 평가되는 부지 매각 수익을 주한미군 이전 사업에 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전이 지연됨에 따라 부득이하게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에 대한 이자를 정부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자 비용은 국고채 금리 2.2%를 적용할 경우 연 84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사입력 2014.11.03 14:01:14 | 최종수정 2014.11.03 14:01:14 | 이재호 기자 | jh1128@pressian.com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 '전작권 보고서' 보니…

[정욱식 칼럼] 전시작전권 대해부(1)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국가 주권과 대통령의 헌법상의 책무 가운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 주권 및 군통수권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공론화는 빠르게 수그러들고 있습니다. 이에 필자가 지난주까지 연재했던 <제네바 합의 20주년 특별기회>을 잠시 미루고, 전작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필자주.

한국의 전시 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행사 능력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아마도 주한미군 사령관이 아닐까 한다. 미군 사령관은 전작권을 행사하고 있는 주체이자 한미연합체제와 한국군의 능력, 준비, 의지를 가장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2006년 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있었던 버웰 벨은 2006년 8월에 실시된 을지포커스렌즈(UFL)에서 한국군이 전작권 행사 능력을 입증해보였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필자가 입수한 비밀 해제 문서에 따르면, 벨 전 사령관은 "한국군의 능력은 미국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고 평가했고, 도날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도 이에 적극 동의했다. (☞ 관련 기사 보기 : 미국 "한국 전작권 행사 능력 2006년에 확보")

그렇다면 벨의 후임자인 월터 샤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2008년 6월부터 2011년 7월까지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재직했다. 이 시기는 한미 양국이 2007년 10월 전작권 전환 합의에 따라 이를 추진했다가 2010년 6월 1차로 연기했던 때를 포함하고 있다. 그만큼 샤프는 전작권 전환 준비 수준과 이에 필요한 한국군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샤프 전 사령관은 2013년 12월에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CSI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작권 이양 보고서>를 작성했다. 작년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북한의 3차 핵실험→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이유로 자신의 대선 공약까지 뒤집으면서 미국에게 전작권 재연기를 타진했다.

샤프는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작권 전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개진했다. 결론은 버웰 벨과 동일했다. 한국군의 규모, 현대화 수준, 훈련 및 준비 상태, 지휘관의 자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독자적인 전작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한 작전권 구조

샤프의 진단과 주장을 살펴보기 전에, 세계에서 가장 비정상적이고 복잡한 한미동맹의 작전권 구조부터 살펴보자. 한국에는 크게 네 개의 사령부가 있다. 먼저 '평시'(혹은 정전 상태) 전쟁 사령부인 한국의 합동참모본부가 있다. 한국 합참은 비무장지대(DMZ) 정찰, 항공 정찰, 해양 보호 등 정전 상태에서 "한국 방어의 책임을 진다."

이러한 한국 합참의 임무는 1994년 '평시 작전권'을 환수한 데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명칭 문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는 '평시'(peacetime)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정전시'(armistice)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북방어태세인 데프콘을 봐도 알 수 있다. 데프콘은 5(평시), 4(정전시), 3(전쟁 발생 우려시), 2(북한의 공격 임박시), 1(전쟁 상황시) 등으로 구분되는데,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한미 양국은 데프콘-4를 유지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94년 환수한 것은 '평시'가 아니라 '정전시 작전권'인 셈이다. 샤프 역시 평시가 아닌 정전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4성 장군인 미군 사령관은 3개의 사령부를 맡고 있다. 먼저 주한미군 사령부는 "유사시 주로 대화력전과 공군 작전을 통해 한국을 지원하고 미국 증원 전력의 수용을 촉진하며 미국 민간인 소개 작전을 담당한다." 그런데 샤프는 "주한미군 사령부는 전쟁 사령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주한미군의 훈련 및 준비 상태를 확고히 하는 역할을 하는 태평양 사령부의 보조 사령부"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17개 국가로 구성된 유엔사령부가 있다. 이 사령부는 "모든 당사자들이 정전협정을 준수토록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유엔사는 그 명칭과는 달리 유엔에 속한 기구가 아니다. 1994년 6월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만이 유엔사 존속과 해체를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이는 유엔사는 유엔의 공식기구가 아니라 사실상 미국의 기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끝으로 한미 양국군으로 구성된 한미연합사령부가 있다. 샤프는 연합사의 임무와 책임에 대해 "정전시에는 한미 양국군의 훈련 및 정보 취합을 담당"하며, "정전시에 한국 방어 임무는 연합사가 아니라 한국 합참의 책임"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연합사가 한국 방어의 책임을 맡게 되는 상황은 "대개(usually) 데프콘-3가 발령될 때"이다. 이 상황이 되면 미군 사령관이 연합사 사령관 자격으로 한국군, 주한미군, 미국의 증원 전력을 통제하면서 한국 방어의 책임을 맡게 된다.

그런데 샤프는 '대개'라는 표현을 강조했다. 데프콘-3가 발령된다고 자동적으로 연합사 사령관이 전작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연합사가 전시 사령부가 되지 않는 작전계획도 있다"는 것이다. 샤프는 이게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필자의 추측으로는 비교적 규모가 큰 국지전 작전과 북한 급변사태 발생시 안정화 작전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미국의 자동개입 조항이 없기 때문에, 미국 내 헌법적 절차에 따라 작전권 행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샤프에 따르면, 작전권이 연합사 사령관으로 넘어가는 절차는 이렇다. "북한과의 전쟁이 분명해진 조건에서 한미 양국 대통령이 전쟁 사령부 조직에 동의"하고, "한국 합참이 국방부 및 대통령의 전략 지침 수령 후 연합사에 전달"하는 단계를 밟는다는 것이다.

반면 전작권이 전환된 이후에는 연합사는 해체되고 통제 구조는 "미군이 지원하고 한국군이 지원받는" 구조로 바뀐다. 한국 합참이 정전시와 전시 모두 한국 방어의 책임을 맡게 되고,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사령부(KORCOM)로 전환되어 한국군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샤프에 따르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 병력 및 증원 전력은 그대로 유지되고 4성 장군이 계속 사령관을 맡는다. 그리고 한국 합참은 한국군은 물론이고 KORCOM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한다.

이러한 작전권 구조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1950년 7월에 넘긴 작전권이 온전하게 환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정상’은 또 하나의 '기형성'을 낳고 말았다. '정전시'와 '전시' 작전권을 구분해 정전시에는 한국 합참이 맡고 전시에는 연합사(미군 사령관)이 맡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비유컨대, 축구 대표팀의 감독을 연습 때에는 한국인이 맡고 월드컵에 나가면 미국인으로 대체되는 셈이다. 더구나 한미상호방위조약에는 미국의 자동개입 조항이 없다.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본다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자국의 이익과 배치된다고 판단하면 미군을 빼고 전작권을 맡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샤프, 국가의 기본은?

샤프는 <전작권 전환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어떤 나라든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은 자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12위의 경제력과 대규모의 현대식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넘은 만큼 이제는 한국군이 작전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는 이게 곧 "한국이 혼자서 방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전작권 전환 불가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작년부터 맹위를 떨친 주장이 '시기'가 아니라 '조건'에 기반을 둔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샤프는 이렇게 지적한다. "2010년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한 '전략동맹 2015'는 (2015년으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이전에 한국이 입증해야 하고 미국이 증명해야 하는 지휘통제권 행사 기준에 대한 완벽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한미연례안보회의(SCM)에선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는 "전략 동맹 2015를 대체할 새로운 전략문서"를 마련키로 했다. 전략동맹 2015가 사실상 폐기된 것이다.

전작권 환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 지휘관들이 전작권을 행사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주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샤프는 "한국군 지휘관들은 전문적이고 현대적이며 잘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 합참이 전시에도 한국 방어를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전작권 전환이 "북한을 더 효과적으로 억제할 것"이라고도 강조한다. "북한에게 한국군이 매우 강력하고 전문적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작권 전환이 북한을 억제하는데 덜 효과적이라면 "도대체 미국이 왜 전작권 전환에 동의했겠느냐"고 반문한다.

조건의 핵심은 '능력'이 아닌 '의지'

3년 동안 주한미군 사령관으로 재직했던 샤프의 결론은 이렇다. "한국군은 많은 훈련과 세계 각지에서의 임무를 통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과 준비 상태를 입증했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 대통령과 일부 군 수뇌부, 그리고 이들의 선배격인 예비역 장성들은 한국군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하여 전작권 전환의 핵심적인 조건은 능력이 아니다. 정치 지도자의 의지인 것이다. 최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부터 군 수뇌부까지 의지를 갖출 때, 비로소 갖고 있는 능력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처럼 '내 나라는 남이 지켜준다'는 안이함에 빠져 있으면 천문학적인 국방비도 '눈먼 돈'이 되고, 40만 명이 넘는 병사도 노예처럼 간주하는 근성을 버리기 어렵다.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지부터 다지는 것이 '국방개혁의 요체'이자 '비정상의 정상화'인 것이다.

기사입력 2014.10.27 17:25:10 | 최종수정 2014.10.27 17:25:10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 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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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작권 환수 재연기 대가로 '퍼주기'?

[정욱식 칼럼] 용산기지 민족공원 만든다던 정부 계획 어디로?

 

미국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이 ‘꽃놀이패’가 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당초 2012년 4월에 합의되었던 전작권 전환을 2015년 12월로 연기한 바 있다. 뒤이어 집권한 박근혜 정부도 대선 공약을 뒤집고는 또 다시 연기를 추진 중이다. 유력한 시기는 2020년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보수 정권이 전작권 연기에 집착하면서 미국이 내밀고 있는 명세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가격이 비싸다며 탈락시킨 F-35가 차세대 전투기 사업 기종으로 결정된 데에는 전작권 재연기를 타진한 박근혜 정부가 미국에게 안겨준 선물의 성격이 짙다. 미국은 전작권 재연기의 핵심 조건으로 미사일방어체제(MD)를 제시했고 박근혜 정부도 사드(THAAD) 배치를 사실상 수용하는 등 적극 화답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작권 재연기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용산기지 반환도 반쪽짜리로 전락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당초 한미 양국 정부는 용산기지이전계획(YRP)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2016년까지 용산기지와 2사단을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키로 합의한 바 있다. 또한 전작권이 전환되면 용산기지에 있는 한미연합사도 해체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전작권 재연기를 타진하고 미국이 전작권 이전까지 한미연합사령부를 용산기지에 잔류시키길 희망하면서 일이 꼬여버렸다.

전작권이 전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연합사를 유지해야 하고, 계획대로 용산기지를 모두 평택으로 옮기면 연합사도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연합사가 평택으로 가고 한국 합참이 용산에 있게 되면 연합방위태세에 빈틈이 생길 수 있다며 연합사 잔류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당초 국방부는 “용산기지 이전은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최근 미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용산기지 반환이 반쪽짜리로 전락하면서 용산기지를 민족공원으로 조성키로 한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될 공산이 커졌다. 안 그래도 87만 평에 달하는 용산기지 반환 대상에서 중앙에 있는 ‘드래곤 힐’ 호텔 주변 2만 4000평이 제외된 상태이다. 여기에 연합사까지 잔류하게 되면 용산기지를 온전한 공원으로 조성키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는 연합사의 건물과 인원 규모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연합사와 같은 핵심적인 군사시설은 그 규모도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안전지대(security zone)까지 필요로 한다. 그 규모가 결코 만만치 않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미 국방 당국은 지리적인 인접성이 강력한 한미연합방위체계를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역시 어색한 부분이 있다. 현재 주한미군 사령관은 유엔사령부 및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다. 그런데 용산기지에 있는 주한미군 사령부는 예정대로 평택으로 가게 된다. 한 사람이 사령관을 맡고 있는 연합사와 주한미군사령부가 각각 용산과 평택으로 갈라지게 되는 어색한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작권 재연기가 이번으로 끝날 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북핵 위협을 전작권 환수 재연기의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런데 한미 양국이 협상을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북핵 능력은 계속 강화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20년경에는 북한의 핵무기 숫자가 50개 안팎에 달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탄도미사일과 신형 방사포에 장착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이때가 되면 또다시 전작권 환수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국은 전작권 환수 연기의 대가를 너무 크게 치르고 있다. 전작권을 받는다고 해서 한미동맹이 깨지거나 약화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도 가져가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재연기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예정대로 내년 12월에 넘겨받거나 1년 연기해 2016년에 받는 게 바람직하다.

1년 연기한다면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과 정확히 일치하게 된다. 연합사를 용산에 남겨두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해야 할 사유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다.

기사입력 2014.09.11 09:37:45 | 최종수정 2014.09.11 09:37:45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프레시안 편집위원 | jh1128@pressian.com

 

아시아로 온 미국의 속내는

[창비주간논평]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한반도의 운명

 

오바마(B. Obama)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용산에 있는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동맹국의 안보를 위해서는 '군사력 사용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같은 날 북한의 김정은(金正恩) 제1위원장은 포병 사격훈련을 시찰하면서 '반미 대결전을 눈앞에 둔 지금, 전투준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전의를 불사른 데 이어 북한 포병부대의 훈련부족을 지적했다. 북한 군부 내부에서 강경책이 등장할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드레스덴 연설로 이어지면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턴이 마련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한 이후 '한반도의 봄'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온 국민이 세월호 참사로 비통해하는 사이에 한반도는 언제 어떤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실패한 대북 초강경정책의 재도입

지난 2월 26일 존 케리(John Kerry)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을 '악(evil)'이라고 규정하면서부터 이런 상황은 예고되었다. 미국 정부의 인식은 세계를 전쟁피로감에 몰아넣은 초강경파 네오콘이 득세하던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 시절로 돌아갔다. 당시 네오콘도 북한을 '악의 축'이라 지칭했다.

미국 내 대표적 비둘기파인 케리 장관의 '북한-악' 발언은 그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미국 MSNBC 방송과 인터뷰를 하는 중에 나왔다. 북한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기도 했겠지만 인터뷰의 주요 키워드는 '우크라이나'였다.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병합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본 유럽에서 오바마 정부가 동맹국의 안전을 지킬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자신의 강력한 힘을 보여줄 대상을 필요로 하고 있었고, 마침 북한이 장성택 처형으로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핵개발을 시도하며 미국에 도전하는 위험한 국가로 낙인이 찍혀 있었다.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미국 내 여론도 들끓기 시작했다. 케리가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북한을 어떻게 때린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와 미국의 여론은 대북강경책에 지지를 보낼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케리의 발언 이후, 3월 25일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대북 강경기조가 이어졌다. 3국 정상은 북한 핵에 대해서 부시 정부 시절 네오콘의 정책이었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원칙을 합의했다. 실패한 초강경정책을 다시 꺼낸 것이다.

이로써 한반도에서 다시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자신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에서 성과를 내고, 동맹국의 안보를 지키는 강한 미국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아시아 재균형'(Asia Rebalancing) 정책이라고도 불리는 아시아 회귀 정책은 2011년 가을,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외교의 중심축을 이라크 및 아프카니스탄에서 진행되는 고비용 장기전에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아시아를 중시하는 쪽으로 옮기겠다고 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이후 오바마 정부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 아래 한반도 평화의 향방은

오바마 정부의 관리들은 이 정책이 처음에는 부상하는 중국을 글로벌 무대의 미국 동반자로 포섭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서 아시아에서 보안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을 포섭하겠다는 이 정책은 점차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오바마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미국 내에서마저 조롱거리가 되었다. 자동예산삭감조치로 군사비를 줄여야 하므로 이 정책에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문제로 아시아에 관심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시아회귀 정책이 아니라 '유럽 재회귀 정책'(Re-Pivot to Europe)이라고 놀려대는 사람도 있다. 오바마 정부 1기에서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었던 제프리 베이더(Jeffrey Bader)는 아시아 회귀 정책이 중국봉쇄를 하기 위한 것인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아시아에 동참해서 미국의 이익을 얻겠다는 것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을 방문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를 '중국 봉쇄 투어'라고 말한다. 러시아 또한 이번 일정이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만드는 '자살투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순방 도중 틈만 나면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직접적인 중국 봉쇄는 부담이다. 한일의 경제·군사적인 협조도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위협의 부각은 오바마 대통령이 갈등하는 한일 두 나라를 한·미·일 삼각협력으로 묶어내고, 이를 중국 견제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유용한 카드가 되고 있다.

이것이 미국의 약화와 중국의 부상이 만들어내는 G2라는 국제질서 앞에 놓인 한반도의 처지이다. 역사적으로 원명(元明) 교체, 명청(明淸) 교체, 청일(淸日)전쟁, 2차대전 같은 국제질서의 변화가 한반도에 큰 충격을 주었다는 교훈을 새겨야 할 때이다.

기사입력 2014.05.01 14:52:31 | 최종수정 2014.05.01 14:52:31 |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전·현직 장군 3000명, 한국 군대에 전략가가 없는 이유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1> 연재를 시작하며

 

한국군은 정전협정 서명에 참여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 위기관리의 당사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60년 넘게 작전지휘권도 없는 불구자입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말할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휴전선은 이상이 없고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요. 미군이 우리를 지켜주는데 고마워할 줄 알아야지 뭔 자존심이냐고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보릿고개 넘던 시절, 오직 생존에 급급했던 시대에 갇힌 의식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배가 고프면 자존감이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그저 비굴해집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존을 넘어 우리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면서 행복과 번영을 추구해야 할 21세기입니다. 거친 국제정세를 격랑을 헤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위대한 항해를 시작해야 합니다.

한반도 안보의 당사자 위치를 박탈당한 대한민국은 한반도 통일을 주도할 수 있는 자격도 박탈당한 것입니다. 군사주권 외면하고 주변국의 협력을 도모하여 평화와 통일을 달성할 수 있을까요? 절대 불가능입니다.

안보도 불안합니다. 지난 20년간 남북한 사이에 국지적인 위기는 전시와 평시가 이원화된 불안한 작전지휘체제로 인해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못했습니다. 전쟁과 위기에 대한 기초개념조차 없어 우리 내부로부터 불안을 키우고 잉태되는 걸 방치하고 우리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습니다.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세계 6위권의 군사비를 지출하는 나라가 이런 치욕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면 국가의 미래는 암담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나라에 살고 싶으십니까? 국가 개조의 핵심은 군대 개혁입니다.

원래 작전지휘권 문제는 진보가 아닌 보수의 담론입니다. 적어도 군인이라면 "내 군대는 내가 지휘하겠다"고 나서는 게 정상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군인이 한국 말고 또 있었던가요?

그래서 원래 보수는 민족주의자인 동시에 국가주의자인데 어쩐 일인지 한국군에서는 이 정신이 해체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지휘권을 포기하고도 지휘관의 권위는 무척 중시합니다. 그래서 막강한 권위로 여군을 성추행하고 병사들을 착취합니다.

그런 건 잘하면서 전략을 연구하고 작전술을 발전시키는 일은 안 합니다. 우리나라 전·현직 장군 3000명 중에 국민에게 귀감이 될 전략가를 단 한 명이라도 배출한 적이 있었습니까? 국민들이 떠올릴 기억나는 전략론이나 저서가 있습니까?

1. 한국 대통령의 국군통수권

2. 이상한 동맹

3. 한미연합사령부 바로 알기

4. 강대국 정치와 패권의 압력

5. 합동참모본부의 실체

6. 우리도 모르고 지나간 전쟁위기

7. 정전체제와 작전지휘권

8. 미사일방어(MD)

9. 제4세대 전쟁론의 실체

10. 한반도 통일과 군대

11. 한국군 전력체계와 무기도입

기사입력 2014.10.27 18:57:34 | 최종수정 2014.10.27 18:57:34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jh1128@pressian.com

 

전작권 전환 안되면 할복하겠다던 장성은 어디에…

[군사주권을 빼앗긴 나라의 비극] <17> 합동참모본부의 실체 (2)

 

미국의 경우 합참의장이나 4성급 지휘관은 6개월 전에 내정된다. 임용을 준비하면서 그들은 부대와 작전의 특성, 장기기획과 비전까지 다 준비해서 부임하는 첫날부터 업무를 수행한다. 그렇게 준비해서 온 월터 샤프 연합사령관도 업무가 너무 바빠서 항상 차 안에서 노트북으로 이메일을 검색하고 업무를 보았다.

그런데 한국 합참의장은 부임 전날까지 누가 임용될지 아무도 모르고 그 자신도 모른다. 그래서 막상 부임하면 첫날부터 업무보고를 받기에 바쁘다. 그런데 합참의 13명의 부장들이 올리는 보고서는 야전과 용어도 다르고 개념도 다르다. 합참 경험이 있다면야 그런대로 소화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한국의 합참의장 자리는 골프를 치고 회식할 시간도 없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을 뺏기면 부족한 전문성을 무엇으로 보완하겠는가. 그런 합참의장마저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김태영(육사 29기), 이상의(육사 30기), 한민구(육사 31기), 정승조(육사 32기) 4명이나 거쳐 갔다. 임기 2년을 제대로 채운 합참의장이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중 이상의, 한민구 두 명의 경우는 합동작전 직위에 근무해 본 경험이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최윤희(해사 31기) 합참의장은 합동작전은커녕 해군의 작전지휘관도 제대로 역임한 적이 없다. 그래서 한국 합참의장은 원래 비전문가가 해도 되는 자리처럼 인식되고 말았다.

그나마 합참의장만 그렇다면 모르겠는데 작전본부장, 작전부장과 같은 자리까지 비전문가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합동작전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는 군 기관은 합동참모대학인데, 합참 중령급 이상 장교 중 합참 대학 이수자는 20%밖에 안 된다. 이런 작전의 최고 지휘부에 필자가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무기체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군은 700종의 무기체계와 4700여개의 납품업체를 거느린 국내에서 가장 복잡한 생태계이다. 그런데 작전을 지휘하는 합참이 각 군의 전력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떻게 합동작전의 판을 짤까? 악기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은 조직이 바로 합참이 아니냐는 이야기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연평도 포격사건 당시 합참의장과 작전본부는 연평도 상공에 있던 F-15K가 공대지 타격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지 못했고, 뒤늦게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한 전투기를 출격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육군 출신 합참 고위직이 공군의 무기체계 특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같은 군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천안함 사건 당시 해군 작전사령부는 천안함에 장착된 음향탐지장비(소나)가 북한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으나 탐지할 수 없는 구형 소나라는 걸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이 밝혀냈다. 이 때문에 천안함 사건을 조사하면서 초기에 군은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육군의 경우 중대장, 대대장들은 유사시 자신의 부대 기동을 통제하느라 바빠서 상급부대의 화력지원과 편제장비가 어떻게 준비되어 있는지, 타군의 지원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면서 막상 군사훈련을 하면 자기 휘하의 부대에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위치를 통제하느라 거의 모든 시간을 허비한다.

이런 황당한 군사대비태세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어차피 전쟁이 나면 미군이 다 해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전작권 전환과 같은 변수가 있었을 때는 이런 점들이 다소 보완되었으나 이제는 그것마저도 없다. 이 때문에 2007년에 김관진(육사 28기) 합참의장은 "전작권 전환이 군 100년의 역사를 좌우할 중차대한 임무"라며 개혁을 주도했던 인물이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정권이 바뀌자 이제는 군을 제멋대로 운용되도록 내팽개친다.

당시 전작권 추진 TF 단장(당시 준장, 지금 중장)은 국회 한나라당 의원실로 전화하여 "지구상에 작전권 없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만일 작전권이 전환되지 않는다면 할복이라도 할 심정"이라고 하여 국회 보좌관을 놀라게 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지금은 퇴임한 김장수(육사 27기) 당시 장관은 "전작권 전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한국군은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던 인물이다. 그도 지금은 말이 없다. 이러는 동안 합동참모본부는 방황을 하고 있고, 각 군은 연합이 뭔지, 합동이 뭔지 개념도 모른 채 일상적이고 기계적인 업무만 수행하고 있다. 그게 편리하고 좋기 때문이다. 언제나 미군이 이 나라를 지켜줄 것으로 믿기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군을 미군은 이상하게 본다. "미국에서 전쟁하냐? 너희 나라 전쟁 아니냐"는 이야기다.

기사입력 2014.11.22 09:00:27 | 최종수정 2014.11.22 09:00:27 |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 jh1128@pressian.com

 

한국군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군 장교를 평가할 때 위관급 장교는 ‘우수’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영관급 장교는 ‘유능’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하지만, 장군은 ‘훌륭’한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얘기를 인용하면서, 김종대 편집장은 최근에는 훌륭한 장군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10일 오후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해 경례하는 모습. 뉴시스

전작권 환수를 거부하고 북의 위협을 과장하면서 예산 늘리고 밥그릇 챙겨

한국군 무능은 미국 의존 탓 그래서 다시 미국 의존하는 악순환 그 악순환에 안주하는 군 수뇌부

 

군사문제 전문가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이 낸 <위기의 장군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지금 우리가 전작권을 거론한다면 이것은 미군보고 나가라는 소리와 같습니다. 지휘권이 없는 미군이 무엇하러 머나먼 이국땅에 와 있겠습니까? 한국이 전작권을 환수하면 한미연합사는 단지 기획사령부로 전락할 것이고, 역할이 없는 미군은 본국으로 빠져나갑니다. 왜 우리가 먼저 그런 빌미를 주어야 합니까?”

이런 얘기를 한 사람은 노무현 정부 때의 김희상 대통령 국방보좌관이다. 2003년 6월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자주국방 비전’을 논의하는 토론회에서 그는 “이런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논의는 해야하지 않느냐는 대통령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계속 폈다. 그는 전작권 환수 시기나 방법의 부적절성을 지적한 게 아니라 논의 자체를 반대했다.

2006년 10월의 한미연례안보회의에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와 권안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런 쪽지를 주고 받는다. “2012년 1월 1일.” “설날에 무슨? 안 돼.” 롤리스 부차관보가 전작권 환수일자를 6년 뒤인 2012년 정초로 못박자는 얘기고, 권 실장이 그날은 설날이어서 안 된다고 한 것이다. 주고받기는 계속됐다. “2012년 3월1일.” “3·1절이야. 안 돼.” “3·1절이 뭐야? 왜 안 돼?” “한국이 자주독립을 선언한 날 아니냐? 휴일이라 안 돼.” 롤리스는 이번엔 호통치듯 말로 했다. “자주독립을 선언한 날이니까 전작권을 가져갈 수 있는 것 아냐?” 그날 회의에서 전작권 환수일은 2012년 3월 15일로 최종 합의됐다.

전작권 환수는 그 뒤 2015년으로 연기되더니 이제는 2020년까지로 미뤄졌다. 군 내부 장교들이 들고 일어서고 예비역 장성들이 시위까지 벌이면서 외국군이 가져간 자기나라 군대 전작권을 돌려받아선 절대 안 된다고 외치는 이 기묘한 상황. 미국을 ‘절대 선’으로까지 신봉하는 듯 보이는 그들의 논리를 연장하면, 한국군은 일본과의 군사동맹과 자위대의 한국 파병을 반대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미국이 그것을 원하니까.

문제는 전작권만이 아니다. 지은이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대목들(30개 항목)을 취재하고 수집한 “한국군 장성들의 행태와 사고, 그것이 초래한 결과와 관련한 에피소드들”을 토대로 재구성했다는 이 책을 읽노라면 자연히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한국군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2004년에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이 과연 도발하고 전쟁을 계속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에 자문을 구했다. 북한의 위협을 얼마나 객관화할 수 있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의 워게임 모델을 토대로 한 그 시도의 결과는, 육군은 북한군에 열세, 해군과 공군은 대등하거나 우세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각 군이 국가안보회의와 국방연구원에 ‘우리가 열세인 것으로 해달라’고 집요하게 로비를 펼친 결과였다고 지은이는 썼다. 이유는 우세라는 결론이 나오면 예산이 삭감될까봐서였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4월의 합참 작전본부와 정보본부가 작성한 보고서는 북의 특수부대원을 기존 8만명에서 20만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산정하는 등 위협평가 수치를 크게 높여 2020년이 되더라도 육군전력이 북에 열세인 것으로 나왔다. 그것은 아파치 공격 헬기, 신형 포병전력 도입 등 엄청난 규모의 무기 도입으로 이어졌다.

전작권 환수 반대도 단지 ‘대미종속’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에도 예산과 자리들이 걸려 있다. 전작권이 환수되면 지금의 군체제 개편이 불가피해지고 “대장직위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 3군사령관 자리”가 없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작권은 환수되지 않아야” 한다는 게 군 수뇌들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현대전에 필수적인 야전군 통합도 실행돼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령부 조직을 자꾸 늘려서 자리를 만들어야 남아도는 장군들에게 새로운 보직을 줄 수 있고, 그렇게 하려면 “북한 지상군의 위협이라는 명분이 있어야 했다”고 김 편집장은 썼다.

책에는 육해공 3군간의 경쟁, 특히 육군이 해·공군에 대한 기존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벌이는 비합리적인 행태, 막대한 규모의 나눠먹기식 무기도입 비리, 지역별·기수별 또는 파벌·학벌로 쪼개져 벌이는 승진경쟁과 그로 인한 비리들, 굴욕적인 한-미 군사안보관계 에피소드들도 다수 등장한다. 이런 내용들 묘사와 분석에는 다년간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 비서관과 보좌관을 지내고 청와대 국방보좌관실의 민간인 행정관까지 거친 지은이의 남다른 이력이 빛을 발한다.

2010년 북의 연평도 포격 때 제대로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군 수뇌부들은 상황이 다 끝난 뒤 전투기로 보복공격을 할 수 있는지 여부도 자체 판단하지 못했다. 합참의장이 “국지전에서 전투기로 타격하는 것이 교전규칙 사항인가, 아니면 한국 정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인가?”를 한미연합사에 물었고 1주일 뒤에야 “한국정부가 자위권 차원에서 결정할 일”이라는 답신을 받았다.

‘북의 전력우세’ 주문을 외던 우리 군 수뇌부는 마치 그게 실현이라도 된 듯 서해교전과 연평도 포격전 모두 사실상 ‘패전’했다고 지은이는 판정했다. 미군 장성도 “어찌 한국군이 이라크군보다 못하단 말인가?”라고 일갈했단다.

하지만 미국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른바 한국군 안팎 주류인 ‘동맹파’들이 “미국에 머리를 조아리고, 미군이 떠나버릴까 봐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는 굴욕”을 사실상 강요해 온 건 미국 자신이기 때문이다. 한국군이 이라크군보다 무능한 건 과도한 미국의존 탓이고 ,그래서 다시 미국이 떠나가면 절대 안 된는 악순환.

한국의 장군들 다수는 지금 그런 악순환에 안주하면서 그것을 개선하려는 시도들을 오히려 ‘종북’으로 몰아 불온시한다. 그리고 ‘좌파’의 집권을 다시는 용납해선 안 된다던 과거의 냉전적 사고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책은 얘기한다. 과연 국민을 위해서일까?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