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인터넷 실명제, 위헌” 전원일치 판결
“사생활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침해”
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쓸 때 반드시 실명 인증을 해야 하는 본인확인제, 이른바 '인터넷 실명제'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3일 "인터넷 실명제는 사생활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 손모씨 등 3명과 미디어오늘이 각각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 1항 2호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운영하는 인터넷 게시판의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이면 실명을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인터넷 게시판의 악성 댓글 등 부작용을 방지할 목적으로 2007년 7월 처음 시행됐다. 이후 2009년 1월부터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30만명에서 10만명으로 조정됐다.
손씨는 2009년~2010년 유튜브,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게시판에 익명으로 댓글 및 게시글을 올리고자 했으나 실명을 등록하도록 해 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또 '미디어오늘'은 방송통신위원회가 2010년 자신들을 '본인확인제 적용대상 사업자'에 포함, 그동안 익명으로 게시판에 글을 올리던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자 헌법소원을 냈다.
인터넷실명제 헌재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
하루 방문자 10만명 이상 사이트 실명확인절차 폐지될 듯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인터넷 게시판 이용자 손아무개씨 등 3명과 미디어오늘이 "인터넷 실명제는 사생활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8명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악성댓글 등에 따른 사회적 폐해 방지를 위해 포털 게시판 등을 중심으로 도입된 인터넷 실명제가 5년여 만에 폐지되게 됐다.
제한적 본인 확인제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인적사항을 등록한 뒤에야 댓글 또는 게시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44조 1항에 규정된 제도로 2006년 7월 개정 정보통신망법에 포함됐다. 동법에 따르면, 국가기관,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 명 이상 등을 요건으로 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이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
헌재는 "표현의 자유를 사전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인터넷 실명제) 시행 이후 불법 게시물이 의미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용자들이 해외사이트로 도피했다는 점,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위축시키고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인터넷 게시판 이용을 어렵게 한다는 점, 게시판 정보의 외부 유출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이익이 공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해 9월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소개하면서 "한국에서의 경험은 실명을 강요하는 정책이 멍청한(lousy) 아이디어라는 걸 입증했다"면서 "온라인에서의 익명 표현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 정보 보호 차원이 아니라 아랍의 반정부 시위에서 보듯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거나 기업의 기밀을 폭로하려는 내부 고발자에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과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지난해 4월 인터넷 실명제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은 "본인 확인제는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독자와의 소통을 막는 등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고, 언론사에 개인 정보 저장·유출 방지 등 기술적 조치에 대한 경제 부담까지 이중으로 지우고 있다"며 헌법 소원 이유를 밝힌 바 있다.
허완 기자 nina@mediatoday.co.kr
방통위, 방송사에 시청자 사과방송 명령 못 내린다
헌재 위헌 결정 “경고·제재로 충분, 강제사과는 방송사업자의 인격권 침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에게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할 수 있도록 한 방송법 조항은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재판관 7명 위헌, 1명 합헌 의견으로 방송법 100조 1항 1호 중 ‘방송사업자가 33조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해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방통위는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방송법 개정 문제를 다룬 문화방송의 <뉴스 후> 프로그램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MBC에 시청자에 대한 사과를 명령했다. MBC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자 서울행정법원은 직권으로 사과명령의 근거조항인 방송법 100조 1항 1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법인도 법인의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비춰 볼 때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격권의 주체가 된다”며 “해당 조항은 방송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사과행위를 강제함으로써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제한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주의 또는 경고 같은 제재나 그런 제재사실을 방송하게 하는 방법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방법으로도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이려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사과명령은 방송사업자 스스로 인정하지도 않은 잘못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용서를 구하게 한다는 점에서 다른 제재수단에 비해 효과가 크다고 할 수도 없다”도 덧붙였다.
반면 김종대 재판관은 “법인은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해당 조항이 법인인 방송사업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방통위의 시청자 사과 명령은 방송사 내에서도 종사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2008년 MBC <PD수첩>이 광우병 관련 보도를 했을 때도 방통위는 MBC에 사과방송을 명령했다. 당시 PD수첩 제작진과 시사교양국·노동조합은 헌법소원을 제기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엄기영 MBC 사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사과방송이 예정된 당일 MBC노조 조합원들이 사과방송을 막기 위해 주조종실 앞까지 점거했으나 MBC가 자회사에서 사과방송을 송출하는 사상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PD수첩 제작진이 프로그램에서 사과방송을 내보내는 것을 거부하자 MBC는 9시 뉴스데스크 방송 전에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PD수첩 CP였던 조능희 PD는 회사가 사과방송을 강행하려 하자 “헌법적 가치를 지켜야 할 공영방송 임원들이 개인 안녕을 위해 정권과 유착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퇴보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과방송 당일 조 PD와 당시 PD수첩 사회자이자 시사교양국 부국장이었던 송일준 PD는 보직을 박탈당했다.
이후 방통위는 뉴스후에서 방송법 개정과 관련된 보도를 하자 사과방송을 명령했다. 이에 기자들이 반발하자 MBC 측은 사과방송 대신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PD수첩 전 제작진은 “이번 헌재 결정은 현 정권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강제로 사과 명령을 할 수 없게 한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PD수첩 제작진들이 요구했을 때 소송을 했으면 위헌 결정이 더 빨리 나왔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조현미 기자 ss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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