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의 마지막 포옹…“그는 다정하고 지적이었다”
등록 :2022-10-12 11:10/수정 :2022-10-12 20:18
조홍섭 기자 사진
런던 자연사박물관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포토 저널리즘 수상작
13년 돌본 사육사 겸 친구 품 속에서 삶 마치는 고아 산악고릴라
(이미지-01)
두 달짜리 고아로 구조된 뒤부터 13년 동안 사육사이자 친구였던 안드레 바우마의 품에 안겨 마지막 숨을 거두는 산악고릴라 은다카지. 영국 자연사박물관이 주최하는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에서 포토 저널리즘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브렌트 시티르턴,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제공.
“평생의 돌보미이자 친구였던 안드레 바우마의 품에 안겨 은다카지가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콩고민주공화국 비룽가 국립공원은 지난해 10월 산악고릴라 은다카지의 사망 소식을 이렇게 알렸다. 은다카지는 2007년 불법으로 숯을 굽는 갱단이 공원 당국을 겁박하기 위해 고릴라 무리를 무자비하게 죽였을 때 죽은 어미 품에 매달려 있던 두 달짜리 유일한 생존 고릴라였다.
은다카지의 구조 모습을 촬영했던 브렌트 스티르턴 게티이미지 전문기자는 오랜 병마에 시달리다 14살로 숨을 거두던 마지막 모습도 사진에 담았다. 이 사진은 12일 영국 자연사박물관이 발표한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포토 저널리즘 수상작으로 뽑혔다.
사진저널리스트이자 심사위원인 젠 구이튼은 “사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감정을 전달하는 것인데 이 사진만큼 절절하게 순수한 감정을 잘 전달하는 사진도 없다”고 말했다.
은다카지가 죽었을 때 바우마는 “(어릴 때 트라우마에도) 그는 다정하고 지적이었다”며 “그를 통해 사람과 유인원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었고 왜 온 힘을 다해 그들을 보호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지-02)
대상작인 선인장꿀벌의 짝짓기 장면은 미국 사진가 카린 아이그너가 촬영했다. 카린 아이그너,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제공.
이번 공모전의 대상은 선인장꿀벌이 벌이는 광란의 짝짓기 모습을 촬영한 미국 사진가 카린 아이그너에게 돌아갔다. 그는 텍사스 목장의 뜨거운 모래땅에 둥지를 트는 이 꿀벌 수컷이 막 굴에서 나오자마자 여왕벌과 짝짓기하려고 일제히 덤벼드는 모습을 접사 렌즈로 촬영했다. 여왕벌은 공 한가운데 있다.
(이미지-03).
수염고래의 검은 피부와 분홍빛 잇몸, 솔 같은 수염을 묘사한 대상작. 카타뉴 우티차이타나코른프롬,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제공.
또 다른 대상인 ‘올해의 젊은 야생동물 사진가’로 선정된 타이의 16살 소년 카타뉴 우티차이타나코른프롬은 수염고래가 작은 물고기떼를 사냥하는 모습을 정교하고도 독특한 구도로 잡았다.
(이미지-04)
세계 최대 소금호수인 우유니 호수에 모인 플라밍고를 반사된 구름과 함께 묘사한 다카사고 준지의 사진. 다카사고 준지,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제공.
일본 사진가 다카사고 준지는 안데스 고원에 있는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호수에 모인 칠레 플라밍고 떼를 몽환적으로 묘사해 자연 예술 부문 수상자로 뽑혔다.
(이미지-05)
정액과 알이 분출해 마치 벼락이 치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하는 불가사리의 짝짓기 모습. 수중 촬영 수상작이다. 토니 우,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제공.
수중 촬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사진가 토니 우는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자이언트 불가사리의 번식 장면을 촬영했다. 불가사리가 분출한 알과 정액은 조류 속에서 수정된다.
(이미지-06).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 근교에서 점점 사라지는 서식지를 바라보는 안경곰. 에콰도르 사진가 다니엘 미데로스의 작품이다. 다니엘 미데로스,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제공.
서식지 속 동물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에콰도르 사진가 다니엘 미데로스는 에콰도르 수도 키토 변두리의 고원지대에 사는 안경곰을 교란되는 서식지와 함께 촬영했다. 헐벗은 산자락과 늘어나는 인가를 내려다보는 곰의 모습이 생생하다.
(이미지-07).
남방참고래의 짝짓기 장면을 촬영한 뉴질랜드 사진가 리처드 로빈슨은 해양 부문 수상자로 뽑혔다. 리처드 로빈슨,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제공.
해양 부문 수상자인 뉴질랜드 사진가 리처드 로빈슨은 진귀한 고래의 짝짓기 장면을 포착했다. 촬영된 남방참고래는 19세기 동안 멸종 직전까지 남획돼 새로 태어나는 새끼 한 마리도 소중하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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