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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원숭이 나무 아래로

아지빠 2022. 10. 12. 09:05

기후변화, 인간 이어 원숭이까지 나무에서 끌어내린다

등록 :2022-10-11 11:51/수정 :2022-10-11 18:11

조홍섭 기자 사진

기후변화와 숲 감소로 땅 위 생활 ‘변신’ 시도

다양한 먹이와 낮은 온도 찾지만 적응 역부족

사람 조상 포함 영장류 진화에서 시도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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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의 시파카 원숭이. 나무 위에서 주로 생활하지만 새로운 먹이와 선선한 곳을 찾아 땅에 내려오는 시간이 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기후변화와 숲 감소 때문에 나무 위에서 주로 살던 원숭이들이 땅에 내려와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 인류의 조상이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온 것과 비슷한 현상인데, 문제는 환경변화가 너무 빨라 영장류의 이런 변신이 위태롭다는 지적을 받는다.

티머시 에플리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11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통해 아메리카 대륙과 마다가스카르 섬의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생태조사에서 이런 현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 124개 기관이 참여해 68개 지점에서 원숭이 47종을 대상으로 15만 시간 이상의 관찰한 기록을 토대로 이뤄졌다.

원숭이의 조상은 나무 위에서 생활했지만 이후 환경변화에 적응해 육상에서 사는 원숭이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고립돼 진화한 마다가스카르의 여우원숭이 등과 아메리카 대륙의 원숭이들은 거의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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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내려와 대나무 순을 먹는 남부대나무여우원숭이. 티머시 애플리 제공.

에플리 박사는 보도자료에서 “나무 위에서 생활하는 원숭이들이 땅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숲이 교란된 곳일수록 그런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에 주목해 이 국제연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47종의 나무 살이 영장류는 활동시간의 2.5%를 땅에서 보냈다. 적어 보이지만 땅에서 보내는 시간은 종에 따라 또 같은 종이라도 환경에 따라 달랐다.

연구 결과 나무에서 따 먹는 열매가 적은 종일수록, 몸이 작고 큰 무리를 이루는 종일수록, 또 더운 곳에 사는 종일수록 땅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또 같은 종 안에서는 숲이 교란돼 숲 지붕(수관)이 성길수록, 도로에서 거리가 멀수록 땅에 오래 내려와 지냈다.

최고온도가 높을수록 땅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마다가스카르의 갈색여우원숭이와 붉은이마여우원숭이는 선선하고 습기 찬 숲에 사는 개체보다 뜨거운 열대 활엽수림에 사는 개체가 더 오래 땅에서 지냈다. 열대림에서는 숲 바닥이나 둥치의 온도가 주변보다 낮아 여우원숭이가 이를 체온조절에 이용하기도 한다(▶여우원숭이가 나무 껴안는 이유…4도나 시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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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위에서 먹이를 찾는 마다가스카르의 베록스시파카. 샌디에이고 동물원 제공.

문제는 많은 수상 영장류 서식지가 이미 더 덥고 서식지가 조각나고 심하게 교란돼 먹이가 부족한 환경이라는 사실이다. 나무 위에서 땅으로 생활방식을 점점 더 옮기는 식으로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숲 감소에 적응할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연구자들은 특정 열매만 먹지 않고 더 일반적인 식성을 지닌 종이나 큰 무리 생활을 하는 원숭이는 육상 생활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에플리 박사는 “땅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일부 원숭이는 숲 파괴와 기후변화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적응이 힘든 대부분의 종은 시급하게 보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도로 등 인위적 시설 가까운 곳일수록 원숭이가 땅에 내려오는 것을 꺼리는 사실도 주목된다. 주 저자의 하나인 루카 산티니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박사는 “사람의 존재가 기후변화에 대한 원숭이의 자연적 적응능력을 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장류는 과거에도 환경변화에 적응해 여러 차례 나무 위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진화를 이뤘다. 사람 조상도 300만∼400만년 전 기후변화로 선선하고 건조해진 환경에 적응해 나무 위에서 땅 위 생활로 전환했다. 그러나 현재의 변화 속도는 영장류가 적응하기엔 너무 빠르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12110511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