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못 견디는 배터리’…軍 무전기 사업에 무슨 문제?
우리 군은 차세대 군용 다기능 무전기 TMMR(Tactical Multi-band Multi-role Radio)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각 주파수별 별도의 운용 무전기를 한 개의 소프트웨어 무선 기술 무전기로 통합 운용이 가능한 무전기'가 사전적 의미입니다. 지난 7월 제12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추진 기본전략이 심의·의결됐습니다. 총 사업비는 1조 4천억 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사업을 들여다보니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안 끝났는데 양산 먼저?
이 무전기 사업의 핵심은 음성과 데이터 통신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일선 군 작전에서 쓰고 있는 음성 통신 중심의 기존 아날로그 무전기를 신형의 디지털 무전기로 대체한다는 겁니다. 군에서 소요가 제기된 건 오래전입니다. 1996년 12월에 소요가 결정됐으니 23년 전입니다. 기존 무전기들이 20년 이상 낡았을 뿐 아니라 음성 통신만 할 수 있어서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 일반인들도 메신저와 SNS를 이용해 긴 문자와 사진, 동영상, 문서 파일 등을 주고받은 지 한참 됐으니 군에서도 이런 데이터 통신의 필요성이 제기된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음성과 데이터 동시 통신을 위해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도 하드웨어 먼저 양산한다는 계획입니다.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기술은 NNW, 즉 협대역 무선방식[낮은 VHF 주파수 대역(30∼88MHz)에서 음성 및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디지털 무선방식]입니다. 이 기술이 개발돼야만 음성과 데이터 통신을 한 채널로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군은 이 기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일단 무전기 하드웨어 먼저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일선 부대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양산 계획인 신형 TMMR 무전기는 모두 135대입니다. 한 대의 생산 단가는 2천5백만 원 선입니다. 135대 중에 77대는 음성과 데이터 통신을 2채널로 각각 따로 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면 따로이긴 하지만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주고받을 수는 있습니다. 이 2채널 무전기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1채널 무전기도 58대를 양산한다는 계획입니다. 1채널 무전기는 현재 기술로는 음성과 데이터 통신을 동시에 할 수 없습니다. 음성 통신을 하다가 끊고 데이터 통신을 주고받고, 다시 끊고 음성 통신을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통신하겠다는 TMMR 사업의 애초 취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군과 방위사업청은 이런 양산 계획에 대해 방산업체의 어려움과 전력화의 시급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기존 무전기가 낡았으니 신형 무전기 하드웨어라도 먼저 전력화하는 게 급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NNW 소프트웨어 개발이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미 양산한 무전기 하드웨어는 기존 무전기와 크게 다르지않은 수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에 대해 김병기 민주당 국회의원(국회 국방위원)은 "전력화 일정 문제와 방산업체의 경영난을 해결할 방법이 있는데도, 이것과는 무관하게 아직 개발도 성공 못 한 1채널 TMMR 양산을 강행하려는 의도가 심히 의심스럽다."라고 말했습니다.
NNW 기술 개발 수준을 해당 생산업체에서는 70%로 보고 있습니다. 성공을 확신하긴 어려운 수치입니다. 하지만 방위사업청은 소프트웨어 개발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많은 세금이 드는 사업인데 충분한 검토를 거쳤는지 의문입니다.
혹한에 못 견디는 배터리 개발...무전기 '먹통' 우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TMMR 무전기에 장착될 배터리는 혹한에 견디기 힘든 수준으로 개발된 것으로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배터리 때문에 멀쩡한 무전기가 혹한기 작전에서는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TMMR 무전기는 영하 32도까지 견디도록 개발됐습니다. 혹한기 작전을 고려한 합동참모본부의 '작전운용성능'(ROC-Required Operational Capability) 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다른 대부분의 군용 무기들도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영하 32도라는 혹한의 상황에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됩니다.
하지만 이 배터리(2차 전지)는 영하 20도까지만 견딜 수 있도록 개발됐습니다. 영하 32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기존 무전기 배터리와 비교해도 12도나 차이가 납니다. 영하 20도 아래로 기온이 내려가면, 배터리가 지속시간이 급격히 짧아지고 쉽게 방전돼 무전기가 먹통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문제의 배터리를 장착한 TMMR 무전기는 지난해 5월 육군의 운용시험 평가에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해당 배터리는 리튬폴리머 소재로 만든 2차 전지인데, 이 배터리에 대한 작전운용성능 규정이 따로 없다는 게 적합 판정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군수품 품질을 관리하는 국방기술품질원은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 배터리의 운용온도 요구조건이 체계 운용온도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전체 규격을 만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저온(-32도) 성능 입증 및 체계에서 요구하는 환경시험(진동, 충격, 고도 등)도 실시되지 않아 주요 구성품에 대한 시험 또한 완료되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방위사업청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체계 요구성능 충족 여부 확인과 개선 조치를 권고했습니다. 사실상 불합격 판정을 내린 겁니다. 이에 대해 김병기 국회의원(국회 국방위원)은 "육군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핵심 성능을 직접 시험하지 않고 ADD(국방과학연구소)가 제출한 문서만으로 합격 처리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육군에 책임을 물었습니다.
국방기술품질원의 권고 이후 1년 2개월여 동안 방위사업청은 배터리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다가 KBS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문제점을 인정한다면서 배터리 규격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군 작전에서 중요한 무전기 최신화 사업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한승연 기자hanspon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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