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김무성 막말 이대로 방치할 텐가
김무성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이 2008년 촛불집회를 두고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김 본부장은 “(유권자들이) 이명박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당선시켰는데 국가 공권력 집행을 제대로 못해서 우리나라 심장인 광화문이 90일 이상 점령당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그는 권력형 부패를 언급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부정을 해서, 그걸 감추기 위해 자살하지 않았느냐”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망언 시리즈다. 김태호 의원의 ‘홍어X’ 발언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2008년 촛불집회는 한국 현대사에 남을 시민불복종 운동이었다. 여중생들이 먼저 거리로 나서자 젊은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뒤를 따랐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손을 잡고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웠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비폭력으로 저항했다. 김 본부장의 논리대로라면 촛불 들고 구호 외친 ‘죄’밖에 없는 10대 소녀와 아기 엄마들에게 최루가스를 쏴 연행하고 감옥에 가둬야 했다는 말인가.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비폭력 시위도 무력으로 쓸어버리겠다는 예고인가. 주권자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를 폄훼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뿌리째 부정하는 일이다. 불행한 죽음을 맞은 전직 대통령을 겨냥해 막말을 일삼는 것 또한 정치적 도의 이전에 인간적 예의를 저버린 행태로 용납하기 어렵다. 김 본부장은 지난 9월에도 “노 전 대통령은 6월항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허위사실로 드러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6월항쟁을 주도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부산본부의 상임집행위원장을 지냈다.
새누리당은 대선 과정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을 지양하고 민생·정책·미래를 이야기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선거실무를 총지휘하는 김 본부장의 행태는 이러한 공언과 딴판이다. 단순한 네거티브 수준을 넘어 악의적 모략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항해 ‘집토끼’를 결집하려는 의도라면 더욱 비판받아 마땅하다. 1979년 10·26의 도화선이 된 부마항쟁 당시 차지철 경호실장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캄보디아에서는 몇백만명도 죽였는데, (우리도) 탱크로 밀어버리면 걱정없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 본부장의 발언에서 차지철의 망령을 떨쳐내기 어렵다. 우리는 박근혜 후보에게 묻고자 한다. 김 본부장의 막말을 이대로 방치할 생각인가. 만약 그렇다면 박 후보가 김 본부장의 위험한 인식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경향 사설 수정 : 2012-11-22 21: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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