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 굴섬은 가마우지 집단 월동지
배설물로 `설산' 도심 속 이색풍경
겨울 진객 불구 생태조사·정보 등 전무
해 뜨면 낙동강 `출근' 해거름 `귀환'
이웃 등대섬 가마우지 최적 관찰지
올해부터 등대지기 없어 무인등대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오륙도 가마우지들은 `너무 가까워' 관심을 못 받는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의 랜드마크 오륙도에 가마우지들이 집단 서식하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오륙도 6개 섬 중 가장 큰 굴섬은 가마우지 월동지로 매년 11∼12월 북녘에서 날아와 봄날에 다시 떠난다.
지난 18일 본지 취재팀은 1박2일 오륙도 가마우지 탐방에 나섰다. 흔치 않은 광경에 YTN과 연합뉴스TV 등 방송사가 합류했다. 가마우지는 `검은(가마) 오리(우지)'라는 뜻이다.
# 오륙도 가마우지
오륙도 가마우지가 크게 알려지지 않은 데는 섬이라는 물리적 거리 탓도 있지만 녀석들의 `출퇴근' 시간이 주요하다. 가마우지 무리는 해 뜰 무렵 먹이잡이를 위해 굴섬을 떠나고, 해거름이 되어야 섬으로 돌아온다. 서식지인 굴섬을 가까이 보려면 오륙도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이웃 등대섬에 가야 하는데, 유람선은 규정상 일출∼일몰 내에서만 운항한다. 마치 견우직녀처럼 녀석들을 만날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녀석들을 제대로 보려면 오륙도 등대가 있는 등대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방법 밖에 없다.
오륙도 맨 마지막 여섯째 등대섬은 뭍에서 1㎞ 남짓. 유람선으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굴섬에 다가가자 가마우지 배설물로 사면이 눈 내린 것처럼 하얗다. 육지에서는 섬 정상만 하얗게 보였는데, 근접하니 수면 부근까지 물들어 있었다. 굴섬 옆 송곳섬(오륙도 넷째 섬) 일부도 가마우지 배설물로 하얗게 변해 있음이 처음 확인됐다. 개체수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오랜 세월 쌓인 새의 배설물을 구아노(guano)라고 부르는데 질산이 풍부해 남미에서는 천연비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유람선 뱃고동 소리에 놀란 녀석들이 까맣게 하늘을 뒤덮었다. 얼추 수백마리는 넘어 보인다.
탐사팀은 오륙도등대에 올라 굴섬과 마주 보는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해가 지려면 시간이 남았는데 낙동강 습지에서 먹이잡이를 마친 가마우지들의 `집단 퇴근'이 이어졌다. V자 대형을 그리며 날아오다 굴섬 부근에서 흩어져 섬을 서너 바퀴 선회한 뒤에 `제 자리'에 안착했다.
평탄한 정상 부근에 가장 많이 몰려 있고 `명당'을 놓친 녀석들은 깎아지른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위계질서에 의한 자리 배치인 듯 싶다.
오륙도 가마우지는 민물가마우지로 뺨 부위가 노랗다. 몸 색깔은 검고 머리가 휘어 그다지 예쁜 새는 아니다. 하지만 1분 이상의 잠수능력과 부리 끝에 낚시 바늘 같은 돌기가 있어 `물고기의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사냥 실력이 탁월하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어부들이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 오륙도등대의 하룻밤
주위가 어둑해지자 오륙도 등대에 불이 들어왔다. 등명기가 회전하면서 불빛이 5∼6초 간격으로 굴섬과 가마우지들을 비추며 지나갔다. 등대 불빛에도 녀석들은 망부석처럼 겨울 삭풍을 이겨내고 있었다.
정부의 유인등대 무인화정책으로 오륙도 등대는 올해부터 등대지기가 사라졌다. 이날은 탐방팀을 위해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특별이 `빗장'을 풀었다. 등대 1층에는 발전소와 주방이 딸린 사무실이 있고 2층에는 등대지기를 위한 거실과 개인 숙소가 있다. 주방 식탁에 앉아 준비해 간 저녁을 먹는데 주방 창문으로 보이는 굴섬이 마치 알프스의 어느 설산을 연상시킨다.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만 빼면 휴양지의 펜션과 다를 게 없다.
취재팀과 동행한 부산지방해양수산청 항로표지과 직원 김흥수씨는 "오륙도등대가 세워지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건 처음"이라고 했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그는 1990년부터 등대지기를 시작해 30년 가까이 등대에서 생활했다. 오륙도등대에서만 6년을 근무했다.
뭍에서 아무리 가까워도 섬은 섬이다. 태풍이 들이칠 때면 파도가 등대섬 전체를 집어 삼키는 건 예사라고 한다. 오륙도등대는 섬 높이까지 포함하면 해발 55m가 넘는다. 무료한 등대지기 일상에서 가마우지는 좋은 친구였다. 그는 "가마우지 무리를 보고 있으면 군대 같은 엄격한 위계질서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오륙도등대가 무인화 되면서 김씨는 올해부터 육지 근무로 전환해 일주일에 한번 정도 등대 점검을 나온다. 가우마지로 시작된 대화는 등대이야기로, 다시 남자들의 군대이야기로 옮겨가면서 시계바늘이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 다시 시작된 가마우지의 하루
동이 틀 무렵 가마우지의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 워밍업 삼아 굴섬 주위를 몇 번 돌고는 편대를 이뤄 서쪽으로 기수를 잡았다. 먹이가 풍부한 낙동강하구가 있는 방향이다.
민물가마우지는 바다, 강, 호수에 살고 남해 거제도와 서해 앞바다 등에서 주로 월동한다. 일부 텃새가 된 녀석들도 있지만 오륙도 가마우지들은 봄이 되면 한 녀석도 남지 않고 북녘으로 날아간다.
굴섬이 언제부터 가마우지들의 겨울왕국이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18세기 초에 그려진 조선부산포초량화관지도에 오륙도 부근 가마우지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이 곳을 찾아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 인간이란 천적이 근접하기 어려운 보금자리를 찾다 어느 눈 밝은 리더에 의해 첫 발을 들여놓았을 것이다. 가마우지의 수명은 15∼20년인데, 매년 굴섬에 다시 오는 것을 보면 녀석들은 `굴섬의 겨울 추억'을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오륙도 가마우지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생태나 서식환경을 조사한 사례도 찾기 어렵다. 어찌보면 이런 인간의 무관심이 녀석들에게 자유를 허락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렇든 저렇든 남구의 겨울손님들이 반갑다.
○오륙도 가마우지 생태
▶ 수명:15∼20년
▶ 생활양식:무리 생활
▶ 크기:82∼108㎝
▶ 몸의 빛깔:검은색, 흰색
▶ 특기:잠수로 헤엄쳐 물고기 사냥
▶ 알 낳는 시기:5월 하순∼7월
'그룹명 > 나의포토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1독립선언서와 항일투쟁 (0) | 2019.02.11 |
---|---|
산솔새 (0) | 2019.02.11 |
오륙도 휴게시설 증축공사 빗물 녹물 줄줄 (0) | 2019.01.14 |
4000km제왕나비(모나코나비)이동 (0) | 2019.01.05 |
2018년지구인구가 많은 도시순위 (0) | 2018.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