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수사대상 때 검찰국장과 1000여차례 통화
특검, 통화기록 확인…민정수석실, 작년 7월~10월 집중
이석수 감찰관·정강 압수수색 영장 발부때도 연락 확인
김수남 총장이 먼저 전화도…우, 특검땐 국정원2차장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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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지난해 7월부터 10월 사이에 우 전 수석 쪽과 1000차례 이상 통화한 사실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확인한 것으로 2일 드러났다. 또 이 시기에 김수남 검찰총장이 우 전 수석에게 수차례 먼저 전화를 걸어 통화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날 특검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검팀이 우 전 수석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안 국장은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지난해 8월25~28일께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것을 포함해, 지난해 7월부터 3개월간 우 전 수석 및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1000여차례 집중적으로 통화했다. 안 국장은 많을 때는 하루 수십 차례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국장이 검찰 인사 등의 업무와 관련해 민정수석과 통화할 수는 있지만, 당시 우 전 수석은 각종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본인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통화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8월29일 이 전 감찰관의 사무실뿐 아니라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 등을 압수수색했으나, 우 전 수석 관련 수색에서는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안 국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우 전 수석 수사와 관련해) 민정수석실에 보고나 연락을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수사의 중립성과 관련해 우 수석과 어떤 의사 교류도 없었다”고 답한 바 있다. 하지만 1000여차례의 통화가 모두 검찰 인사 등 공식 업무였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위증 의혹도 제기된다. 안 국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 전 수석과는 검찰 관련 법안과 검사 비위 의혹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업무상 통화를 자주 한다. 그와 수사 관련해서는 전혀 얘기를 나눈 바 없다. 당시 우병우 특별수사팀이 법무부에 압수수색 영장 청구·집행 등 수사와 관련해서 법무부에 보고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특검팀은 또 김수남 총장이 이 기간 동안에 수차례 먼저 우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한 사실도 확인했다. 앞서 대검찰청은 이날 <동아일보>가 ‘김 총장과 우 전 수석이 지난해 8월 3차례 전화를 걸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총장이 직접 전화한 게 아니라 전화가 민정수석실에서 먼저 걸려와서 받은 것이다. 법안 논의 등 업무 관련 통화였지, 우 수석 수사 관련 통화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총장이 우 수석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어도 통화 내용은 마찬가지로 일반 업무와 관련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또 우 전 수석이 특검 수사기간 중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최윤수 국가정보원 2차장에게 연락한 사실도 확인했다. 최 2차장은 검찰 출신으로 검찰 내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국정원 2차장 발탁도 우 전 수석이 주도한 인사로 알려져 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박영수 특검과도 잘 아는 사이인 최 2차장을 통해 특검팀 수사 상황을 알아보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 2차장은 특검팀 수사 진행 중에 박 특검과의 연락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특검팀 쪽에 전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2차장은 <한겨레>에 “특검팀에 있는 사람들과는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 (우 전 수석과의 통화 여부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영지 김정필 최현준 기자 yj@hani.co.kr
김진태 검찰총장 “세월호 해경수사팀 해체하라”압력 의혹
특검 ‘세월호 수사 외압’ 상당 확인
“2014년 5월, 지방선거 앞두고 광주지검장에 전화” 수사팀 진술 확보
우병우도 ‘선거뒤로 수사 미루라’고 윤대진 팀장에 전화한 정황
청와대, 검찰·민정실 동원 총력전특검, 우병우 혐의 확인하고도
수사대상 논란 탓 영장 적시못해 김수남 총장 수사의지 보일지 촉각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의 ‘광주지검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당시 김진태 검찰총장이 변찬우 광주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세월호 해경 수사팀을 해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수사팀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특검팀은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청와대가 당시 검찰총장까지 동원해 수사팀에 압력을 넣은 것으로 잠정 판단했다.
2일 특검팀과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검팀은 세월호 수사팀 관계자로부터 “2014년 5월께 김진태 검찰총장이 해경 수사를 담당하던 변찬우 전 광주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경 수사팀을 해체하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광주지검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가 터진 이후 윤대진 형사2부장을 팀장으로 한 해경 수사 전담팀을 꾸렸다. 당시 광주지검은 ‘해경 부실구조 의혹’이 제기된 만큼 해경이 참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와 별개로 자체 팀을 꾸렸다.
하지만 청와대는 6·4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해경 수사를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 안팎에서는 검찰이 해경을 수사하게 될 경우 세월호 사고가 정부 탓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선거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특검팀은 수사팀 관계자들의 진술을 통해 청와대가 검찰총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동원해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김 전 총장이 변 지검장에게, 우병우 전 수석(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은 윤 팀장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수사팀 해체는 물론 지방선거 뒤까지 수사를 미루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파악했다.
김 전 총장과 우 전 수석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번번이 훼방을 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지방선거 다음날인 6월5일 이뤄진 해경 본청 압수수색 때도 우 전 수석이 직접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청와대와 해경 사이에 주고받은 모든 통신 내역과 자료가 보관돼 있는 ‘상황실 서버’ 압수수색 중단을 요구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후 7월 초 광주지검이 김경일 해경 123정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처벌하겠다며 대검을 통해 법무부에 보고했을 때 법무부가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를 막았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수사팀은 집요한 수사 끝에 2014년 10월 초 김 전 정장을 기소했다. 이 때문에 수사팀이 ‘인사보복’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세월호 수사팀 간부급’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세월호 수사 외압을 행사한 적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특검팀 수사 결과 해경 수사 초기부터 수사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윤 팀장 외에도 당시 김진모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통해 변 지검장과도 한 차례 통화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한테 묻지 말고, 당사자에게 물어보라”며 전화를 끊었다.
특검팀은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수사를 상당 부분 진행했지만, 우 전 수석의 영장 범죄사실에 넣지는 못했다. 특검법은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도록 돼 있지만, 세월호 관련 수사가 대상이 되는지는 논란이 됐다. 특검팀은 수사 대상 문제 때문에 세월호 관련해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상당 부분 수사를 해놓고도 결국 범죄사실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우병우 비리 수사한 검찰, 통화내역조차 조회 안했다
윤갑근팀, 직무유기·봐주기 수사 의혹
수사의 ABC… 검찰 내부서도 “이해 안된다” 반응
“검찰 간부 보호 위해 일부러 뺐을 수 있다” 의견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해 8월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이 우 전 수석의 ‘통화내역 조회’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수사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를 건너뛴 것으로, 검찰이 우 전 수석에 대해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등에 대한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지난해 8월 이석수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관의 수사 의뢰로 꾸려진 검찰 특별수사팀은 수사를 종료한 지난해 12월까지 넉달 동안 우 전 수석의 통화내역 조회를 전혀 하지 않았다. 통화내역 조회는 범죄 혐의자의 동선과 사건의 얼개 등을 파악할 수 있어 검찰·경찰 등이 수사에 나설 때 가장 먼저 하는 절차인데, 이를 생략한 채 수사를 한 것이다. 수사 대상 중에는 우 전 수석이 2015년 2월 의경으로 입대한 아들이 좋은 보직을 받을 수 있도록 경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어, 통화내역 조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통화내역 조회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 기억도 잘 나지 않고, 검찰이 곧 수사할 내용이어서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당시 수사팀 대변인을 맡은 이헌상 수원지검 차장은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가 수사 대상이어서 굳이 통화내역 조회를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 전 수석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해당 사건이 통화내역 조회 기간인 1년을 지난 상태여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 아들은 입대 다섯달 만인 2015년 7월 서울경찰청 차장의 운전병으로 보직을 옮겨 특혜 의혹을 샀다.
앞서 수사팀은 지난해 8월29일 진행한 우 전 수석에 대한 압수수색에서도 그의 자택은 물론 휴대전화,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지 않아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수사팀은 이날 함께 압수수색을 진행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해서는 휴대전화와 사무실 등을 모두 압수수색했다. 우 전 수석의 가족 회사 ㈜정강의 횡령 의혹, 의경 근무 중이던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 넥슨과의 뇌물성 부동산 거래 의혹 등을 조사한 수사팀은 결국 아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말 흐지부지 해산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통화내역 조회를 하지 않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다. 한 검찰 관계자는 “통화내역 조회는 수사의 ‘에이비시’에 해당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이 아들의 경찰 보직 의혹과 관련해 나중에라도 경찰 관계자와 통화했을 수 있다. 당연히 통화내역을 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팀이 의도적으로 통화내역 조회를 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우 전 수석이 법무부나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 고위 간부와 연락을 자주 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일부러 이를 들여다보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우 전 수석 통화내역을 조회해, 그가 지난해 7~10월 검찰·법무부 관계자 등과 2000여차례 통화하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우 전 수석과 검찰 간부들의 통화 내역이 드러날까봐 통화내역 조회를 안 했다면 당시 수사팀은 명백하게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현준 김정필 기자 haojune@hani.co.kr
우병우 “해경 상황실 서버 수색 말라”…세월호 수사팀에 압력
2014년 6월 민정비서관 때 직접 전화 ‘전산장비 제외’ 종용
“청와대·해경 통화내역 등 민감”…영장범위 문제삼기도
수사본부장에도 수차례 전화…특검, 직권남용 수사 방침
지난달 6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6월 검찰의 ‘세월호’ 사건 수사와 관련해 광주지검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및 특검의 여러 관계자들은 19일 <한겨레>에 우병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있던 2014년 6월5일 오후 세월호 사건 수사를 위해 해경 본청을 압수수색하고 있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전산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은 하지 말라’는 취지로 압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당시 “(본청과 별도 건물에 있는) 상황실 서버에는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화내역 등 민감한 부분이 보관돼 있는데, 거길 꼭 압수수색하려는 이유가 뭐냐”며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강력히 종용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수사팀이 압수수색 의지를 굽히지 않자 우 전 수석은 다시 “서버가 별도 건물에 있으니 그걸 압수수색하려면 영장을 다시 끊으라”고 ‘영장 범위’까지 문제 삼으면서 지체를 시켰다고 한다. 이에 수사팀은 광주지법에서 새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그날 자정께에야 상황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갔던 수사팀이 서버 압수수색 문제로 해경 쪽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을 때 우 전 수석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우 전 수석이 실시간으로 해경의 보고를 받고 있었을 것”이라며 “그때 서버를 압수수색하지 못했으면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신기록 등은 확보하지 못할 뻔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검경합동수사본부장이던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현 대전지검장)에게도 수사와 관련해 여러 차례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검팀도 우 전 수석의 ‘전화 외압’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검팀 핵심 관계자는 “민정비서관이 아니라 민정수석이라고 해도 수사기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수사를 하라 마라고 할 법적 권한이 없다”며 “특히 압수수색 중인 수사팀에 전화해서 ‘그만하고 오라’는 것은 그 자체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 우 전 수석의 다른 의혹과 함께 우리가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사건 직후인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뒤 이듬해 2월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후임으로 영전했다. <한겨레>는 우 전 수석의 설명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형법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하며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등에 처하도록 돼 있다. 과거 신승남 검찰총장이 직위를 이용해 울산지검의 내사 사건을 종결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김정필 강희철 기자 fermata@hani.co.kr
직권남용’ 딱 걸린 우병우…“이번엔 빠져나가기 힘들 것”
대통령도 수사 관여 권한 없는데…수사 직접 개입 명백히 드러나
해경서버 수색 거부 와중에 전화 수사팀 맞서자 영장 범위 문제삼아
사건 초기 청와대 통화내역 담겨 우, 정부책임론 우려 끝까지 막아
‘해경 123정장 업무상 과실치사'도 중간에 사람 넣어 ‘적용 불가’ 간섭
세월호 수사과정 압력 증언 잇따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지난달 6일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이던 2014년 6월 세월호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서버 압수수색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행위는 형법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에 저촉된다. 대통령을 포함해 청와대의 어느 누구도 직접 검찰에 대고 수사를 하라 말라 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알고 있는 검찰·특검 관계자들은 “우 전 수석이 이번엔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해경 압수수색뿐 아니라 검찰의 세월호 수사 과정에서 수시로 압력을 넣거나 간섭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 “상황실 서버는 안 된다” 세월호 승객 구조에 실패한 해경 문제는 사건 초기부터 줄곧 거론됐지만, 검찰이 별도 수사팀을 구성한 것은 5월 말께다. 밑그림을 그린 뒤 인천에 있는 해경 본청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이 6월5일. 수사팀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뜻밖의 거센 저항에 맞닥뜨렸다. 청와대와 해경 사이에 주고받은 모든 통신 내역과 자료가 보관돼 있는 부속건물 내 전산서버를 압수수색하려 하자 최상환 당시 해경 차장이 막아선 것이다. 최 차장은 본청과 떨어져 있는 이 부속건물 진입을 막으면서 “여기는 청와대와의 통화 내역 등이 보관돼 있어 안 된다. (자료는) 못 내준다”고 막무가내로 버텼다고 한다. “영장을 끊어 왔는데 무슨 소리냐”는 수사팀과 해경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바로 그 상황에서 우 전 수석이 직접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거기(상황실 서버)엔 청와대와 해경 간 통화 내역 등 통신자료가 다 있는 데 꼭 압수수색을 해야 하겠느냐”며 사실상 압수수색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수사팀 검사들은 모두 우 전 수석보다 사법시험 기수가 낮은 후배들이었다. 그렇지만 “수사를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맞섰다. 그러자 우 전 수석은 다시 법률가답게 영장의 ‘효력 범위’를 문제 삼으며 압수수색 중단을 거듭 종용했다고 한다. 상황실 서버가 본청 안에 있지 않고 별도 건물에 있으니 압수수색 영장도 별도로 발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나중에 ‘절차상 하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광주지법에서 영장을 별도로 받아 자정이 돼서야 상황실 압수수색을 마칠 수 있었다.
해경 본청의 상황실 서버 자료는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에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특히 상황실 서버에는 세월호 침몰 사실을 청와대가 최초로 인지한 4월16일 오전 9시14분 이후 국가안보실 상황실장과 해경 본청 상황실 사이의 통화 내용 등이 그대로 보관돼 있어 청와대의 사건 초기 인식 및 대응 태도와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이 커져가던 당시 상황에서 이 자료들이 해경 바깥으로 나간 뒤 수사와 재판을 통해 공개될 경우 정부(국가) 책임을 묻는 여론이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 “관행도 범죄다” 우 전 수석의 행위를 두고 한 검찰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검찰 수사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비서관이 지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는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은 물론 대통령조차도 검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지휘하거나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그 길을 터주면 검찰 수사는 정치적 목적에 따라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검찰청법 제8조)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그러나 ‘청와대의 뜻’은 그동안 검찰에 직간접으로 관철돼왔다. 검사들의 ‘아킬레스건’인 인사를 지렛대로 삼아 순치시켰기에 가능했다. 특검 관계자는 “관행도 범죄다”라는 말로 우 전 수석에 대한 처벌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압수수색 그만하고 나오라는 얘기를 관할 지검장이 아니라 청와대 소속 인사가 하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이다. 이건 형사사법 업무이기 때문에 그렇다. 청와대가 할 수 있는 최대치는 법무부에 의사를 전달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 ‘우병우의 그림자’ 우병우 전 수석의 ‘입김’은 세월호 사건 수사 초기부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검찰 ‘보복 인사’ 의혹(<한겨레> 12월16일치 1·3면) 등 도처에서 감지된다. 검찰 내 한 인사는 “우 전 수석이 중간에 누굴 넣어서 해경 123정장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 불가’ 입장을 전해왔다”고 했고, 또다른 인사는 “광주지검장을 두고 우 전 수석이 ‘개념 없는 검사장 때문에 힘들다’고 한 말이 들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개념 없는 검사장’으로 지목된 변찬우 변호사(당시 광주지검장)도 “청와대와 법무부는 (123정장에 대한) 영장 청구는 물론 기소조차 꺼려했다”며 “청와대가 얼마나 세게 틀어쥐는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의 ‘배후’에 우 전 수석이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우 전 수석의 인사 관여 역시 검찰 내에서는 공지의 사실로 알려져 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세월호 수사 라인이 거의 ‘전멸’한 2015년 1월 정기인사 직후 ‘(세월호) 수사 맘대로 시원하게 했으니, 그 결과도 책임져야 할 것 아니냐’는 말을 했다는 청와대 인사는 우 전 수석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철 김정필 기자 hckang@hani.co.kr
우병우 “해경 압수수색 때 세월호 수사팀에 전화” 인정
“두 기관 대치 상황 파악만…압력 행사 안해” 주장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5차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4년 6월5일 광주지검 수사팀이 해경을 압수수색할 때 수사팀에 전화 건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해경과 검찰 간 대치가 있어서 “상황 파악만 했다”며 압수수색을 방해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우 전 수석은 “그날 (광주지검 수사팀의) 부장급 이상 간부와 통화를 했다”며 “검찰과 해경 두 국가기관이 현장에서 대치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를 해경 쪽에서 들었다”며 “‘그러면 검찰 쪽은 상황이 어떠냐, 입장이 뭐냐’(고 물었다.) 중요한 수사를 하면서 국가기관끼리 현장에서 대치하고 영장에 문제가 생기면 안 돼서 상황만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던 우 전 수석이 수사팀에 전화를 걸어 “해경 상황실 서버에는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통화내역 등 민감한 부분이 보관돼 있는데, 거길 꼭 압수수색하려는 이유가 뭐냐”며 이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강하게 종용했다는 한겨레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우 전 수석은 “두 기관 간에 대치 상태를 원만하게 풀어보려 했는데 한 쪽은 영장 없이 내주기가 어렵다, 한 쪽은 수사상에 필요하니 가져가야겠다(고 했다). 법률상 해결할 문제이지 청와대에서 조정할 일은 아니라고 해서 더 이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황 파악’만 했을 뿐 검찰 수사팀에 압력을 행사하진 않았다는 주장이다.
우 전 수석은 ‘압수수색 집행을 판단하는 권한은 검찰에 있는데 민정수석이 두 기관의 싸움이라고 조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의 지적에 “청와대가 국가기관끼리 싸움이 있으면 조율할 수 있는데 어느 한 쪽 편을 들 일이 아니어서 그 상태에서 손을 뗐다”고 거듭 주장했다.
우 전 수석은 김경일 해경 123정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에 반대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 세월호는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 법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누구에게 그런 얘기를 했냐고 묻자 우 전 수석은 “법무부 검찰국 쪽에 얘기했다. 그 이상은 밝히지 못하겠다”며 “민정수석이 공개석상에 나와 발언하는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 이런 부분이다.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못한 것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며 입을 닫았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황교안, 세월호 수사 틀어막고 인사보복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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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정장 ‘과실치사’ 적용 못하게 외압
“당시 수사팀 들고일어날 지경이었다”
수사라인 전원 좌천…황 “사실 아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법무부 장관이던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했던 해경 123정장에게 승객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어 처벌(업무상 과실치사 적용)하려는 검찰에 사실상 수사를 할 수 없도록 장기간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7시간 의혹’이 제기되고 있던 상황에서 해경의 구조 실패까지 부각돼 정부 책임을 묻는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황 대행은 또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을 강력히 주장했던 ‘수사 라인’의 검찰 간부들을 이듬해 정기인사에서 전원 좌천시켜 ‘인사 보복’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법무부와 검찰에 근무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은 15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인명 구조에 실패한 김경일 전 123정장에 대해 7월말 업무상 과실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했으나 법무부에서 한사코 안 된다, 빼라고 난리를 쳐서 결국 영장에 넣지 못했다. 법무부는 기소를 앞둔 10월초까지도 ‘업무상 과실치사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했다. 이는 황 대행의 방침이라는 말을 법무부 간부들한테서 들었다”고 말했다. 황 대행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28일 국회에 출석해 ‘신속·철저한 진상 규명’과 ‘적극적인 법률 적용’을 다짐했지만, 뒤에서는 검찰 수사를 틀어막고 있었던 셈이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황 대행의 이런 방침에 반발해 “광주지검 수사팀이 들고일어날 지경이었다”고 전했다. 변찬우 광주지검장은 법무부의 외압이 계속되자 “업무상 과실치사를 빼고 기소하려면 지검장을 바꾸고 하라”며 ‘사직 의사’를 법무부와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법무부가 수사 초기부터 얼마나 심하게 태클을 걸었는지는 해경 압수수색(6월5일)에서 김 전 정장 기소(10월6일)까지 걸린 시간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다소 낮아진 10월초에야 김 전 정장을 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할 수 있었다. 김 전 정장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그러나 변찬우 지검장 등 당시 광주지검 지휘부와 대검 지휘라인은 이듬해 1월 검찰 정기인사에서 일제히 좌천을 당했다. 이 때문에 검사들 사이에선 황 대행의 ‘보복 인사’라는 해석이 파다했다.
검찰에선 황 대행의 부당 외압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정부 책임이 커질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을 막은 황 대행의 행위는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특검이 세월호 부분도 수사하게 돼 있는 만큼 황 대행의 외압이 청와대의 지시였는지 여부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권한대행은 김광수 법무부 대변인을 통해 “당시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수사라인 간부들에 대한 인사 보복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강희철 김정필 기자 hckang@hani.co.kr
황교안 “해경 과실치사 빼라” 압력…수사팀 ‘인사 보복’까지
123정장 업무상 과실치사 적용방침 검찰 2014년 7월초 법무부 첫 보고
7월29일 123정장 긴급체포뒤 영장 법무부 “과실치사 빼고 청구하라”
법원 기각뒤 10월초 기소까지 뭉개 지검장은 “날 바꿔라”며 기소 관철
“청와대·법무부 기소조차 꺼렸다”
이듬해 수사 지휘부 모두 좌천 황교안, 과장급까지 보복 인사
‘세월호 사건’이라는 미증유의 대형 참사 앞에서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당시 법무부 장관)의 주된 관심은 진상 규명이 아니라 ‘정부 책임’ 회피에 맞춰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 책임과 직결되는 검찰의 해경 123정장 ‘업무상 과실치사’(업과사) 혐의 수사를 한사코 틀어막고, 업과사 적용을 강력히 주장했던 검찰 간부들을 이듬해 정기인사에서 모두 좌천시키는 중심에 그가 있었다는 정황이 여러 사람의 증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 보고는 “철저 수사”, 수사팀엔 외압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28일 황교안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사 주무부처 책임자로서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공분 등을 감안하고 사안의 중대성을 검토해서 책임자들에 대해 엄정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법률을 적용”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수사를 담당한 광주지검 쪽에 전달된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수사팀 구성부터가 쉽지 않았다. 초동 단계에서 인명 구조에 실패한 해경은 당연히 수사해야 하는데, 수사 의지가 의심될 정도였다”고 했다. 검찰은 세월호가 침몰한 뒤 50여일 만인 6월5일에야 해경을 압수수색한다. 또다른 검찰 관계자도 “어렵게 팀이 꾸려졌지만, 청와대 쪽으로부터 ‘소방관이 불 끄러 갔다가 못 끈 게 죄냐?’는 말이 나와서 다들 ‘해경 수사는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수사한 결과 특히 해경 123정장의 책임은 명백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막상 수사를 해보니까 (해경이) 단순히 불을 끄러 갔다가 잘 못 끈 수준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당시 수사팀은 세월호 침몰 현장에 도착한 해경 123정이 곧바로 퇴선 방송을 하거나 선내에 진입해 대피 유도만 했어도 상당수 인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경일 전 정장을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적용되는 업과사로 처벌하기로 한 것은 그 때문이다. 광주지검과 대검의 의견은 쉽게 모아졌다.
■ 누르고 뭉개며 시간 끌기 광주지검이 대검을 통해 법무부에 업과사 처벌 방침을 보고한 시점은 7월 초로 확인된다. 그러나 법무부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구실을 대며 업과사 적용을 막고 나섰다. 그때 상황을 상세히 알고 있는 한 검찰 인사는 “법무부는 ‘보완해서 다시 보내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등등 온갖 구실을 대며 찍어 누르거나 한참 회신을 않고 뭉개는 등의 방식으로 시간을 질질 끌었다”고 말했다.
이를 재구성해보면, 7월초 김 전 정장에 대한 업과사 처벌 의견을 올린 검찰 수사팀은 7월29일이 돼서야 ‘자살 위험’을 이유로 그를 긴급체포한다. 48시간 안에 영장을 청구하거나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를 두고는 “위에서 수사를 못 하게 하자 수사팀이 ‘묘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무튼 수사팀은 업과사를 포함한 영장 청구 의견을 법무부에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빼고 청구하라’는 것이었다. 업무일지 조작·폐기 등 혐의(공용서류 손상, 허위 공문서 작성·행사)로 청구된 영장은 “영장에 기재된 피의사실만으로는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영장 기각을 놓고는 ‘왜 핵심(업과사)은 빼고 곁다리로 가느냐’는 법원의 질책으로 받아들였다.”(검찰 관계자) 그 뒤 10월초까지 70일 가까이 검찰은 황 장관을 정점으로 한 법무부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 “시원하게 맘대로 수사했으니…” 그사이 수사팀을 비롯한 광주지검 쪽은 말 그대로 “부글부글 끓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해경의 현장 지휘관 하나도 처벌을 못하게 막으니 들고일어날 분위기였다”고 기억했다. 광주지검장이던 변찬우 변호사는 “(업과사를 빼고 기소하려면) 지검장을 바꾸고 하라”며 ‘사직 의사’까지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변 검사장이 사실상 검찰을 대표해 ‘총대’를 멨던 것”이라고 했다. 변 변호사는 이 사건의 여파로 검찰을 그만둔 뒤 “해경 경비정장의 영장을 청구하려 했지만 청와대와 법무부는 (영장은 물론) 기소조차 꺼려했다. 정장을 처벌할 경우 책임이 국가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업과사로 기소하면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정부의 구조 실패가 부각될 것을 우려했다는 뜻이다. 당시에도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었다.
길고 긴 줄다리기는 9월말 대검이 공소심의위원회(공심위)를 열어 123정장에 대한 업과사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입장을 정리하고, 이런 의견을 김진태 총장 명의로 법무부에 전달하면서 매듭이 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황 장관은 이듬해 1월 검찰 정기인사에서 광주지검 지휘부와 대검 형사부 간부들을 전원 좌천시켰다. 변찬우 광주지검장, 이두식 광주지검 차장이 그 인사의 여파로 결국은 옷을 벗었고, 과장급도 의외의 보직으로 ‘날아갔다’. 한 검찰 인사는 “그때 ‘세월호-업과사’ 수사라인에 대한 인사는 누가 봐도 보복성이 명백했다. 인사 직후 높은 곳에 있는 누군가가 했다는 ‘시원하게 맘대로 수사했으니 책임도 져야지’라는 발언이 검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며 “말을 안 들으면 어떤 불이익이 돌아가는지 본때를 보인 셈이다. 인사에 가장 취약한 검사들을 그런 식으로 길들이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김태규 최현준 서영지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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