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스크랍

朴 대통령 '섬뜩한 말'

아지빠 2014. 11. 27. 01:37

朴 대통령 '섬뜩한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줘야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규제 타당성 여부를 조속히 검토해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규제 개혁 방식을 '규제 기요틴제(制)'라며 "부처가 그(규제) 존재 이유를 명확하게 소명하지 못하면 일괄해서 폐지하는 규제 기요틴(단두대)을 확대해서 규제 혁명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집권 2년 차인 올해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제시하며 규제 혁파(革罷)를 핵심 중 핵심이라고 강조해왔다. 정권이 가장 힘 있을 때인 2년 차에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인 규제를 대폭 정리함으로써 투자와 일자리를 본격적으로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규제 완화 폭과 속도가 대통령 뜻처럼 움직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 보니 이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유독 자극적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 대통령은 규제를 '암(癌) 덩어리'에 비유했는가 하면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의 원수(怨讐)"라고 말했다. 규제 개혁에 나서는 공무원들을 독려하면서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 나갈 때까지 놓지 않는 진돗개'처럼 움직여야 한다고도 했다. '규제 단두대'라는 말이 일부에서 쓰인다해도 이런 맥락에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한쪽에서 규제 하나를 없애면 다른 쪽에서 새로운 규제를 여럿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되풀이해왔다. 가장 큰 이유는 규제의 고삐를 쥔 공무원들이 이 문제를 자신들의 '기득권'으로 여겨 혁파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이 모두 규제 완화를 내걸었다가 번번이 빈손으로 물러난 주된 이유도 이런 것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대통령은 올 들어 규제 개혁 상황을 점검하는 민·관 합동 회의를 두 차례 열었다. 회의에 민원인을 참석시켜 얘기를 들은 뒤 즉석에서 장관들에게 해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료 사회에는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직접 지시한 규제 완화마저도 미적거리며 실행하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대통령이 강한 표현으로 다그쳐서 규제가 획기적으로 없어지기라도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일선 관가와 기업에선 정권 차원의 초조감을 드러내는 것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핵심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표현을 공개적·반복적으로 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행정부의 수반(首班)이 관료 집단을 국정의 동반자(同伴者)가 아닌 개혁 대상 내지는 장애물쯤으로만 여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의 목표와 방법이 아무리 옳다고 해도 강도와 속도 조절 등이 능수능란하지 않고서는 성공한 정권으로 평가받기 어렵다. 이 정권도 이제 실적(實績)으로 평가받을 시기가 됐다.

입력 : 2014.11.26 05:19 조선일보

 

박 대통령의 거친 표현’ 어디까지?

 

원수, 암덩어리…이번엔 단두대 정세균 “5·16직후 한국사회 연상”

참모진 “성과내려 독려하다보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들을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계기로, ‘대통령의 거친 표현’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규제개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며 쓴 표현이지만, 최근 박 대통령이 쓰는 말 가운데 ‘소통’과 ‘품위’ 양면에서 모두 적절하지 않아 보이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 3월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이자 ‘암덩어리’”라고 말한 바 있다.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6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단두대, 암 덩어리 등 최근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으면 마치 5·16 쿠데타 직후 한국사회를 연상케 한다”며 “조급하게 밀어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 대통령 발언의 무게감과 책임감을 인식해, 외국 정상들과 대화할 때 보이는 여유와 차분함으로 국민을 대해주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시비에스>(CBS) 라디오에 나와 “급기야 단두대 얘기도 나왔는데, 이런 공포스러운 발언들은 일선 공무원들을 상당히 긴장하게 하고 실적주의에 빠지게 해 무분별한 규제완화 등 또다른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강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쓰다 보니, 때론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할 것 같은 권위적인 발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국회의원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9월16일 국무회의),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입히는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다”(5월19일 대국민담화), “(카드사 정보유출과 관련해) 이를 어기면 회사문을 닫을 수 있는 제재방안을 마련해야”(2월20일 기재부 업무보고) 등의 발언은 3권분립이나 법치주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용어나 표현들은 대부분 애초 연설기록비서관실 등 참모들이 작성한 초고에 없다가 박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직접 추가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정부 출범 첫해보다 2년차 들어 이런 발언이 많아졌는데,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대통령이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 참모들을 독려하다 보니, 좀 더 강하고 쉽게 전달될 만한 표현들을 쓰는 것 같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에선 극단적 반공주의, 대결주의 시대를 살아온 박 대통령의 경험이 투영된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