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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하는 낙동강 하류

아지빠 2010. 3. 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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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현장을 가다](2) 신음하는 낙동강 하류

ㆍ철심에 잘린 강허리 탁류… 악취 코찔러

“지난번 수경 스님이 하신 말씀이 귓가를 떠나지 않네요. ‘강은 어머니다. 어머니의 젖줄이다. 강을 따라 생명이 모여든다. 강까지 돈으로만 보는 발상은 민망하다. 살기 위해 어머니를 팔고 자존감을 파는 것 같아서…’라고 하신….”(김상화 낙동강공동체 대표)

지난달 말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합천보 공사현장. 2중으로 쳐진 가물막이 안에서 기반시설공사가 한창이었다. 강가는 폭 20m가 넘는 공사용 흙길이 닦여 있었다. 포클레인, 불도저, 대형트럭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가물막이 아래쪽은 준설한 모래가 둑을 이뤘다. 안으로 고인 물은 녹색을 띠며 녹조현상을 보이고 있었다. 오탁방지막은 유명무실. 방지막 아래로는 뿌옇게 변해버린 강물이 그대로 흐르고 있었다.

숨통 막힌 강줄기 4일 경남 합천군 덕곡면 율지리 합천보 공사현장에 가물막이를 설치하기 위해 대형 철제구조물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합천 | 정지윤 기자

율지리는 18~19세기 나루터가 있던 곳. 합천의 자랑인 오광대놀이가 바로 율지오광대에서 비롯됐다. 실제 가물막이 바로 옆에서 문화재 발굴단이 나루터 유적 발굴 작업을 펼치고 있었다. 한 발굴단원은 “보통 발굴작업이 끝나면 공사가 진행되는데 공사와 동시에 발굴작업을 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류로 내려와 황강 합수지점인 상적포를 지나 창녕군으로 넘어가는 적포교에 이르자 강물은 옅은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30㎞가량 하류의 함안보 공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군데군데 조류가 증식하는 부영양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탁방지막 안쪽은 쓰레기가 쌓여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강물이 점점 탁해지고 있어요. 하루하루가 다르네요.”(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그는 2월 중순 이후 탁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현 교수(토목공학)가 미간을 찌푸렸다.

넘칠 듯한 쓰레기 박재현 인제대 교수가 함안보 공사장 인근에 설치된 오탁방지막을 살펴보고 있다. | 권기정 기자
“방지막은 한약을 짜는 헝겊과 같아요. 방지막이 작은 입자에 의해 막히면 오염물질을 걸러주지 못하고 흙탕물이나 쓰레기가 그대로 내려가는 거죠. 초당 20~30㎝ 흐름이면 효과가 80% 삭감되는데 낙동강의 갈수기 때 평균 유속은 초당 50㎝입니다. 방지막 효과는 없다고 봐야 해요.”

함안보 일대는 4대강 사업으로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얼마전 박재현 교수가 함안보를 세우면 함안 일대가 물에 잠길 수 있다는 충격적인 시뮬레이션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자 정부는 함안보의 관리수위를 7.5m에서 5m로 낮췄다. 정부는 함안보와 합천보를 재설계 중이다. 이 구간에 추가로 2.5m를 더 준설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가로 더 준설을 하는 것은 심각한 설계변경이에요. 말도 안됩니다.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해야 할 중대사안이죠.”(박재현 교수)

함안은 우리나라에서 제방이 가장 많은 곳. 1년 내내 안개가 낀다. 보 공사가 끝나면 침수피해와 함께 안개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다.

“수심이 지금보다 4~6배 깊어지고 강물 자체가 많아지면 당연히 기후변화가 생기겠죠. 강가의 농작물은 알게 모르게 해를 입게 됩니다. 윗물은 미지근하고 아랫물은 냉랭해져 물 속의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죠. 아침나절마다 물안개가 함안 일대를 뒤덮고 물안개는 농작물 성장을 방해할 겁니다. 4대강 사업은 함안의 농민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겁니다.”(김상화 대표)

합천보~함안보 사이 낙동강변 역시 희귀생물이 서식하고 경관이 뛰어난 지역이다. 황강 합류지점인 합천군 청덕면은 수달과 새매·황조롱이의 서식지다. 창녕군 도천면은 큰고니의 휴식처다. 함안군 칠북면은 자연경관 1등급 구간이다. 특히 적포교~박진교~창아지마을~영아지마을~개비리기~남강합류지점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보길로 꼽힌다. 하지만 보의 건설로 훼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나마 임해진나루(창녕)~학포(창녕)~본포나루(창원)는 아직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강인데요. 그나마 다행이지만 4대강 사업으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죠.”(김 대표)

박 교수는 “정부의 목적과 방법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부는 홍수를 막고 물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홍수는 본류 때문이 아니라 지천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죠. 물부족이라고 하면서 물이 필요없는 곳에도 보를 세우고 있어요. 단적인 예가 가뭄에도 물이 많은 함안보 예정지입니다. (정부는) 스스로 밝힌 목적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는 거죠.”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낙동강 생태계 교란·홍수 피해 우려

ㆍ본·지류 합수지점 95곳에 콘크리트 ‘낙차공’
ㆍ전문가들 “갈수기 땐 부영양화 피해”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설치하는 대형 하상유지공(일명 낙차공)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본류와 지류의 흐름을 인공구조물로 차단시켜 홍수 때는 범람, 가뭄 때는 부영양화 등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4대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므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낙동강 본류와 연결되는 105개 지류 가운데 92개 지류의 하구와 본류 3곳 등 모두 95곳에 하상유지공을 설치키로 하고 최근 실시설계를 끝마쳤다고 4일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160여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하상유지공은 지류의 물이 본류로 떨어지면서 강바닥이나 강둑이 파이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등을 이용해 설치하는 인공구조물이다. 4대강 사업으로 본류 바닥을 수m씩 준설하면서 지류 바닥과 높낮이 차이가 발생해 하상유지공 설치가 계획됐다. 강폭에 따라 작게는 50~100m, 크게는 100~200m씩 설치된다. 구간 길이는 50m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상유지공은 이미 상당수 하천에 설치돼 있으나 환경단체에선 댐이나 보와 함께 자연하천을 인공하천으로 변형시키는 주범으로 지목해 왔다.

이와 관련, 인제대 박재현 교수는 “하상유지공은 본류와 지류, 지류의 상류와 하류를 단절시켜 합수지점 일대의 생태계에 문제를 유발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갈수기 때 지류 쪽으로 본류의 물이 흘러들지 못해 부영양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낙동강은 본류의 바닥이 지류보다 높아 가뭄인데도 지류 하구에 어느 정도 물이 차게 되고 이곳에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는 강”이라며 “준설작업으로 본류가 지류보다 낮아지면 하상유지공이 본류와 지류를 차단하고 콘크리트 구조물로 인해 동식물의 활동은 더욱 제약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관동대 박창근 교수도 “하상유지공·보·제방 등의 인공구조물이 설치되면 하천공간이 줄어든다”며 “이 때문에 비가 많이 오면 하천에 병목현상이 생기면서 홍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홍수 때마다 이미 전국에 산재한 하상유지공이 훼손되면서 시멘트 덩어리들이 강물로 흘러 가는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제방을 후퇴시켜 강을 넓히고 본류와 지류의 습지를 보존·복원하는 방향으로 치수대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동강공동체 김상화 대표는 “본류의 준설과 보 건설·하상유지공 설치로 인해 낙동강은 상류에서 하류까지, 또 지류까지 온통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바뀌는 셈”이라면서 “육안상으로 깨끗하게 정리된 강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이는 ‘콘크리트 화장발’에 불과하다”며 “끊임없이 개보수를 해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하상유지공의 설계를 맡은 동부엔지니어링의 오규창 전무는 “본류의 수위가 유지되면 자연스럽게 지류에 물이 차기 때문에 ‘물이 차단된다’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면서 “시공은 과거와 달리 돌 등 자연친화적 재료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부산 | 권기정 기자>
“4대강 제대로 살리는 5가지 대안 마련”

ㆍ불교계 중심 각 분야별 전문가 30여명 ‘정책 권고안’ 발표

불교계를 중심으로 한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 문제점을 지적하며 ‘4대강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정책 권고안’을 4일 발표했다.

정부에 제안한 권고안은 △국민들과의 합의·동의과정 수렴 △본류보다 지천 살리기 우선 △환경영향평가 등 충분하고 다양한 조사 △사업의 속도 조절 △시범지역 실시 후 전국적 시행 등 5개 항목이다.

이 권고안은 이날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불교환경연대와 (사)에코붓다 주관으로 열린 ‘4대강 개발, 다른 대안은 없는가’란 주제의 대규모 심포지엄에서 나왔다. 심포지엄은 불교계·시민사회단체의 환경활동가·연구원과 학계, 문화계, 언론계 등 각 분야 전문가 30여명이 지난해 9월부터 회의와 토론 결과를 모아 발표한 자리다.

불교환경연대와 (사)에코붓다가 4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4대강 개발, 다른 대안은 없는가’란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참가자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수경 스님(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은 인사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개발이라는 거대한 국토개조사업을 자신의 임기 안에 완공하기 위해 수많은 환경·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대규모 국책사업이 법적 절차도 무시한 채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돼 생태계 파괴는 물론 교육·의료·복지 등의 심각한 민생문제 발생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경 스님은 “이에 따라 4대강을 실질적으로 살리는 진정한 대안을 모색하고, 수많은 개발현안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지침을 만들기 위해 30여명의 전문가들이 깊은 논의를 통해 오늘의 심포지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불교·환경생태·사회문화·정치경제 4개 부문에서의 주제 발표로 시작된 심포지엄은 발표자와 연구자들이 의견을 하나로 모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권고안’ 발표로 이어졌다.

발표자들은 정책권고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들과의 합의·동의 과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22조원이 넘게 투입되는 거대한 공사임에도 국민들과 충분한 합의·동의의 과정이 없었다. 설령 추후 정책결정권자의 결정이 옳았다 해도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는 것은 성숙된 민주사회의 올바른 정책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정권은 임기 내 가시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소통하고, 또 개발과 관련된 지역주민·전문가·시민들과의 거버넌스(협치)를 구축해 진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홍수피해 등은 본류인 국가하천이 아니라 지방하천, 소하천 등 지류에서 대부분 발생한다”며 수질개선과 홍수예방, 수량 확보 등을 위해선 지류를 먼저 살리고 이후에 본류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분하고 다양한 각종 조사도 촉구했다. 4대강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는 물론 문화재 관련 조사, 예비타당성 조사 등도 부실해 더 충분한 조사와 검토를 거친 뒤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고안은 또 “현 정권의 임기 내 완공이라는 욕망을 포기함으로써 지역주민, 자연과 생명의 피해를 최소화해 자연과 공생하는 개발을 해야 한다”며 “현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사업인 만큼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사업은 피해규모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작은 몇몇 곳을 시범적으로 실시해 그 영향을 충분히 평가한 뒤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본 개발과 4대강 사업’이란 주제로 발제에 나선 서재영 연구원(조계종 불학연구소)은 “이 사업은 독선의 아집, 대화의 단절, 존재와 질서의 파괴로 요약된다”고 단언했다. 권영근 농어촌사회연구소장은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본 개발과 4대강 사업’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아 4대강 사업의 정치적 배경과 비민주성, 경제적 비합리성 등을 비판했다.

환경·생태적 관점을 통해 4대강 문제를 짚은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장은 “정부는 ‘4대강 살리기’라고 하지만 환경생태적 측면에서 분석하면 명백한 ‘4대강 죽이기’ ”라고 지적하고 “지금이라도 공감대를 마련하면서 순차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사회적 관점에서 본 개발과 4대강 사업’을 발표한 이도흠 한양대 교수(국어국문학)는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유구한 역사와 문화의 훼손, 지역주민의 피해 등을 강조하며 “생태적 삶과 문화를 위한 기존 패러다임의 혁신,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한 각계각층의 연대”를 강조했다.

불교환경연대 명계환 정책팀장은 “이번 정책권고안 발표를 시작으로 4대강 사업은 물론 이 시대 개발에 대한 철학과 원칙을 정립하기 위한 연구와 연구결과 발표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정부에 제안한 5개 항목

1. 국민들과의 합의·동의 과정 필요
2. 지류를 먼저 살리고 이후 본류 대책 수립
3. 환경영향평가 등 충분한 조사
4. 임기 내 완공 욕망 포기…사업의 속도 조절
5. 시범지역 실시 후 평가 따른 전국적 시행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