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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문투성이 이기대 휴게소 /장호정

아지빠 2010. 2. 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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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문투성이 이기대 휴게소 /장호정

 
향기가 피어나야 할 공간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부산 남구 이기대 해안산책로 들머리에 세워지고 있는 이기대 휴게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일대 주민들은 "휴게소 건립은 절대 일반인이 벌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깨끗이 치워서 공짜로 주민에게 돌려 주겠다"고 했던 땅주인의 제안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사업 시작부터 의문투성이다. 동국제강은 1998년 공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20년 남짓 빈땅에 쏟아부은 쇠찌꺼기 등의 폐기물 처리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폐기물은 무려 30만 t이 넘는 분량으로 동산을 이룰 정도였다. 동국제강은 일단 눈에 보기에 거슬렸기에 황토 등으로 덮고 나무를 심었다. 환경단체 등은 쇠찌꺼기를 매립한 지역의 토양이 심하게 오염됐다고 주장했지만 동국제강은 수백억 원이 넘는 비용 때문에 쇠찌꺼기를 처리할 수 없었다. 대신 동국제강은 토양정화작업을 한 뒤 땅을 무상양여하겠다고 제안했고, 남구청은 이를 받아들였다. 2001년의 일이다.

문제는 당시 구청장이 지방선거에서 낙선, 연임에 실패하면서 발생했다. 이후 동국제강의 무상양여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지역 유력 정치인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하모 씨에게 이 부지가 팔렸다. 동국제강은 수백억 원의 정화비용을 투입하지 않는 대신 부지매각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애물단지가 보배가 된 것이다. 땅을 사들인 하 씨는 이기대 휴게소 건립 사업을 추진했으며, 남구청은 이를 허가했다. 허가 과정에서 폐기물과 함께 유해성 석면이 검출돼 다소 지연됐을 뿐 사업은 거침없이 진행됐다. 남구청은 건축허가가 나기도 전에 국·시비 15억 원을 들여 이기대 휴게소 앞 도로를 개설했다. 환경훼손을 막아야 할 남구청이 휴게소 건축을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 시민의 자산을 함부로 쓰고 팔아 먹은 기업과 이를 방조한 행정기관의 무책임이 빚은 일이다. 주민 휴식공간이 망가져 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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