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남구청이 천혜의 풍광을 자랑하는 남구 이기대 동생말 입구에 대형건물 신축 허가를 내줘 이 일대 해안경관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신축 중인 건물의 소유주가 지역 유력정치인의 후원회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까지 일고 있다.
25일 남구 용호동 동생말 입구. 이기대 해안산책로 입구인 이곳에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총면적 5137㎡)의 철제구조물이 이미 세워져 있는 등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지난해 5월 착공된 이 건물은 개인사업자 소유로 이기대 전망대 및 일반음식점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 '이기대 휴게소'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 건물은 내년 완공 예정이다.
부산시는 지난 1997년 이기대 일대에 시민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립하겠다는 취지에서 이기대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했다. 공원 조성계획에 따르면 이기대를 ▷동생말지구 ▷이기대지구 ▷중앙지구(장자산) ▷오륙도지구 등 4개 지구로 나누고 각 지구마다 유스호스텔과 전망대, 주차장 등을 조성토록 돼 있다. 동생말지구의 경우 부지 소유자인 개인사업자가 휴게소를 짓겠다고 제안함에 따라 남구는 2007년 이기대 휴게소 건축허가를 내줬다.
문제는 현재 신축 중인 이 휴게소 부지가 광안리해수욕장과 광안대교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등 부산의 대표적인 절경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동생말은 이기대 해안산책로로 들어서는 입구로, 이기대 전체 해안경관의 중심지에 속한다. 최근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철제구조물이 이 일대 경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휴게소가 완공돼 운영될 경우 인근에 상업시설들이 추가로 들어서는 등 난개발 우려도 예상된다.
이날 이기대에 산책 나온 이모(47·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천혜의 경관을 지닌 이기대에 상업시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 자연훼손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누구를 위해 휴게소 건립을 허가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신축 중인 휴게소 건물의 소유주가 부산지역의 유력 정치인의 후원회장으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동생말에서 휴게소 입구까지 230여m의 등산로가 승용차가 다닐 수 있도록 최근 확·포장됐다. 국·시비 15억 원이 들어간 이 진입로는 휴게소 사업자를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부산시가 이기대에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동생말 지역을 공원계획에 포함시킨 것이며, 해당 부지는 도시계획 수립 이전부터 사유지였기 때문에 사업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동생말 진입로 역시 등산객들이 좁은 비포장도로를 다니기 불편한 데다 도시계획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시비를 받아 확포장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