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정보.기상/꾸러기방

(시) 하구에서

아지빠 2007. 6. 20. 19:41

 

河口(하구)에서   부산녹색연합 이 남근 대표

 

태초에 네가 산에 있었을 때 나는

그 기슭에 꽃을 심던 소년이었나 보다

내 맑은 산골 물의 노래가 스스로

시냇가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너는 내 꿈 실은 종이배를 띄워 보내던

자갈과 해감 섞인 모래톱 이었을 게다

 

홍역 같은 큰물 지면 격류에 휩싸이며

어둠 속 추락으로 하얗게 울기를 몇 번

더 이상 꽃을 심을 수가 없게 되던 날

날이 개고 바람 부는 고립된 어느 웅덩이에서

깊이 모를 절망으로 출렁이기도 했을게다

 

시간의 자잘한 마디들 모여 한 세월로 흘러사듯

바람이 출렁이는 물결 저절로 깊어갈 때쯤

너와 나 끝내 불태우지 못한 뼈마디들

힘에 겨운  놈부터 차례로 내려놓았다

 

그리하여 우리 함께 온 숱한 시간들이

영원 속으로 잠적한 여기

바다에 이르지 못한 너와 나 꿈의 잔해들이

찢어지는 아픈 가슴처럼

갈래갈래 섬으로 아득히 쓰러져 누워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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