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여서 갈이라고도 하며, 한자로 노(蘆) 또는 위(葦)라 한다. 습지나 갯가, 호수 주변의 모래땅에 군락을 이루고 자란다. 뿌리줄기의 마디에서 많은 황색의 수염뿌리가 난다. 줄기는 마디가 있고 속이 비었으며, 높이는 3m 정도이다. 잎은 가늘고 긴 바소꼴이며 끝이 뾰족하다. 잎집은 줄기를 둘러싸고 털이 있다.
꽃은 8~9월에 피고, 수많은 작은꽃이삭이 줄기 끝에 원추꽃차례로 달리며, 처음에는 자주색이나 담백색으로 변한다. 포영(苞穎)은 호영(護穎)보다 짧고 3맥이 있으며, 첫째 작은꽃은 수꽃이다. 양성소화(兩性小花)의 호영은 안쪽으로 말려서 끝이 까락처럼 되고, 수술은 3개이며 꽃밥은 2mm 정도이다. 열매는 영과(穎果)이고 종자에 갓털이 있어 바람에 쉽게 날려 멀리 퍼지며, 번식은 종자와 땅속줄기로 잘 된다.
어린 순은 식용으로 사용하며 중국에서는 노순(蘆荀)이라 한다. 이삭은 빗자루를 만들었고 이삭의 털은 솜대용으로 사용하였다. 성숙한 줄기는 갈대발·갈삿갓·삿자리 등을 엮는 데 쓰이고, 또 펄프 원료로 이용한다. 한방에서는 봄에서 가을 사이에 채취하여 수염뿌리를 제거하고 햇볕에 말린 것을 약재로 사용하며, 부위에 따라 뿌리줄기를 노근(蘆根), 줄기를 노경(蘆莖), 잎을 노엽(蘆葉), 꽃을 노화(蘆花)라 하여 진토(鎭吐)·소염(消炎)·이뇨·해열·해독에 사용한다.
한국 고전문학에서는 갈꽃을 한가롭고 평화스런 정경을 읊는 시재(詩材)로 다루었다. 또 《삼국사기》에 보장왕을 폐위하는 데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그 표지로 갈대잎을 모자에 꽂았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일본의 신화에 국토를 풍위원(豊葦原)이라 한 것은 전국에 갈대가 무성하였던 데 연유하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님프인 시링크스(Syrinx)가 목신(牧神)인 판(Pan)에 쫓기다가 갈대로 변신하였는데, 판이 이 갈대를 꺾어 피리를 만들어 그녀를 그리워하며 불었던 데서 갈대를 음악의 상징으로 여기게 되었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Ovidius)의 《변신 이야기》에 당나귀귀를 가진 미다스왕(Midas)의 비밀을 안 이발사가 구덩이에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 속삭이고는 흙을 덮고 후련해 하였는데, 구덩이 위의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면서 이 비밀을 누설하였다는 설화가 있다. 이런 설화에서 연유해 갈대는 밀고와 무분별의 비유에 사용되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을 비롯하여 세계의 온대와 한대에 걸쳐 분포한다.
▶ 농약, 중금속 중독푸는 갈대
옛날, 한 가난한 농사꾼의 어린 아들이 갑자기 열병에 걸려 정신이 혼미하고 헛소리를 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급히 약방으로 달려갔다.
약방 주인이 말했다. “열을 내리는 데는 영양각이 좋은데 값이 비싸네. 은 열 냥은 있어야 줄 수 있다네.” “그럼 좀 싸게 줄 수 없나요?”“이것은 몹시 귀한 것이라 그렇게 할 수 없다네.” 영양각이 열을 내리는 데 효과가 좋긴 하지만 다른 값싸고 좋은 것이 있는데도 약방 주인은 주로 비싼 것만을 팔아 이익을 많이 챙기고 있었다. 농부는 인색한 약방 주인에게 약값을 깎아 달라고 사정했으나 약방 주인은 듣지 않았다.
농부는 돈이 없어 약을 구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아이 옆에 앉아서 눈물만 뚝뚝 흘렸다.
이때 한 거지가 그 집에 밥을 구걸하러 들어왔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농부를 보고는 물었다.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습니까?” 농부는 거지에게 아이가 위급한데 돈이 없어 약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거지가 말했다. “영양각 말고도 열을 내리는 데 좋은 약이 있습니다.” “그런 게 어디에 있지?” “저하고 같이 저수지에 갑시다. 저수지에 가면 좋은 약이 있습니다.”
농부는 거지를 따라 저수지로 갔다. 저수지 옆에는 갈대가 무성했다. 거지는 갈대 뿌리를 캐서 농부에게 주었다.
“이것을 아이에게 달여 먹이면 열이 내릴 것입니다.” “아니 흔한 갈대가 그런 효능이 있단 말이지?”
농부는 갈대 뿌리를 푹 달여서 아이에게 먹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열이 떨어지면서 정신이 바로 돌아왔다.
농부는 몹시 기뻐하며 그 거지를 친구로 삼았다. “어떻게 갈대 뿌리가 열을 내리는 효과가 있는 줄 알았나?” “저희들은 열이 나면 갈대 뿌리를 달여 먹습니다.
우리는 상한 음식을 먹어 식중독에 걸리거나 열병에 걸리는 수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갈대 뿌리를 달여 먹으면 신기하게 낫습니다.” 그 뒤로 갈대 뿌리는 열을 내리는 약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고 그 마을 사람들은 다시 그 인색한 약방을 찾지 않았다.
갈대는 물가에서 흔히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매우 귀중하게 쓰이는 약초이지만 너무 흔하므로 그 중요성을 잊기 쉽다. 갈대는 늪·강기슭·습지·바닷가 기슭에서 떼지어 자란다. 2∼4미터쯤 자라고 줄기의 속은 비어 있으며 잎은 30∼50센티미터 정도 된다. 잎 가장자리가 날카로워 손을 베기 쉽고 꽃 이삭은 길이가 15∼40센티미터쯤 되는데 꽃에 명주실 같은 털이 많이 덮여 있어 바람에 날아갈 때 장관을 이룬다. 갈대가 처음 나올 때를 ‘가’라고 하고 좀 커지면 ‘노(蘆)’라고 하며 완전히 자란 것을 ‘위(葦)’라고 한다.
갈대의 땅속 어린 줄기를 노순(蘆筍), 또는 위아(葦芽)라 하여 죽순처럼 요리를 해서 먹는데 연하고 맛이 달다. 날것으로 먹기도 하는데 약간 싸아한 맛이 난다. 옛날 중국에서는 갈대의 어린 싹을 매우 귀한 요리 재료로 여겼으며 지금도 동남아시아 지방에는 갈대 순으로 만든 요리가 있다. 갈대 싹이 5∼10센티미터쯤 자란 것은 소나 말의 사료로 유용하게 썼고 더 자라서 억세게 된 줄기는 자리를 만들거나 발을 엮는데 사용했다.
갈대 이삭은 빗자루를 만드는 재료로 즐겨 이용하였다.
갈대 뿌리를 예부터 한방이나 민간에서 약으로 귀중하게 썼다. 갈대 뿌리에는 당분·고무질·단백질·무기염류 등이 들어 있으며 이뇨·지혈·발한·소염·지갈·해독·진토(鎭吐)등의 다양한 약리 효과가 있다. 갈대 뿌리는 맛은 달고 성질은 서늘하며 폐경·위경에 작용한다. 열을 내리고 진액을 늘리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숙취를 없애며 간을 보호한다.
갈대 뿌리는 돼지고기나 닭고기 등 고기를 먹고 체하거나 중독되었을 때 효과가 탁월하다. 돼지고기·닭고기·물고기 등을 먹고 체하거나 중독되었을 때에는 갈대 뿌리 말린 것 30∼60그램을 진하게 달여서 복용하면 대개 즉시 풀린다.
갈대와 비슷하지만 더 깨끗한 물에서 자라고 갈대보다 줄기가 더 가는 특징이 있는 달뿌리풀의 뿌리는 식중독·식체 등에 갈대뿌리보다 효과가 훨씬 더 강하다. 갈대 뿌리는 물을 맑게 하는 작용이 있다. 탁하고 흐린 물이 갈대가 자라는 곳 주변에서는 맑아진다.
갈대 뿌리는 방사능 중독과 그로 인한 백혈구 감소증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방사능에 중독되었을 때 갈대 뿌리를 달여 마시면 백혈구 수가 늘어나고 인체의 면역력이 강화되며 조혈기능이 높아져서 차츰 몸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갈대 뿌리는 해독작용이 강하다.
농약 중독이나 식중독·알코올 중독 또는 중금속 중독에 갈대 뿌리를 달여 먹으면 풀린다. 특히 알코올 중독에는 갈대 뿌리를 차로 달여 늘 마시면 신통하리 만치 효과가 있다.
숙취를 없애려면 음주 전후에 갈대 뿌리차 한잔을 마시면 된다. 갈대 뿌리는 이 밖에도 당뇨병·황달·갖가지 암·구토·만성복막염·폐의 열로 인한 해소·부종·관절염·방광염·소변불통 등의 치료에 흔히 쓴다.
갈대의 땅속 줄기를 캐서 물에 잘 씻은 다음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잘게 썰어서 쓴다. 가능하면 깊은 산속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가에서 자란 것을 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