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년 전 작은 거인 플랑크톤, 산소 말고 이것도 만들었다
조홍섭 2022.02.01.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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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층이 겹치고 구겨진 히말라야 산맥의 거대한 습곡. 식물플랑크톤이 죽어 형성된 흑연 층이 습곡 형성의 윤활제 구실을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구 대기에 처음으로 산소가 출현한 것은 고원생대인 23억년 전 일이다. 단세포생물밖에 살지 않았던 당시 지구는 아직 어려 하루가 20시간 1년은 450일이었다.
지구에 산소를 불어 넣은 주인공은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이었다. 남세균은 산소를 방출해 다세포 생물이 출현할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바닷물 속의 철을 산화시켜 오늘날의 호주 등에 대규모 철광석을 퇴적물로 쌓았다.
단세포 남세균이 이룩한 또 다른 업적이 밝혀졌다. 지구 곳곳에 최초의 대규모 산맥을 만든 것이다. 이들 고대산맥은 대부분 침식을 받아 사라졌지만 이후 조산운동을 통해 히말라야 등의 산맥이 형성될 토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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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오스트레일리아의 호상철광층. 20억년 전 남세균이 뿜어낸 산소로 형성된 산화철이 주성분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존 파넬 영국 애버딘대 교수팀은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20억년 전 세계에 유달리 많이 번성한 남세균이 고대산맥 형성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수억 년 전부터 물속의 산소가 급증한 데다 화산활동으로 유입되는 영양물질이 늘어 남세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였다.
조산운동은 지판이 충돌할 때 일어난다. 연구자들은 다량의 식물플랑크톤이 죽어 쌓인 퇴적층이 변성돼 흑연이 되는데 연필심처럼 미끄러운 특징의 흑연이 지층의 마찰력을 줄여 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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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지층이 충돌해 옛 지층이 새 지층 위로 올라가는 충상단층의 모습. 조수아 두베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륙이 충돌할 때 경계면에서는 지층이 겹쳐 포개지는 충상단층이 생기는데 흑연이 윤활작용을 하면 지층이 쉽게 미끄러져 포개지고 이들이 두껍게 쌓여 산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흑연의 마찰력이 일반 암석의 30% 수준이라고 밝혔다.
파넬 교수는 “산은 지구의 핵심 경관인데 지구 역사의 절반가량인 20억년이 지나서야 큰 산맥이 출현했다”며 “엄청난 양이 바다에 쌓인 (플랑크톤에서 기원한) 탄소가 산맥을 형성할 만큼 지각이 두터워지는 데 핵심 구실을 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고원생대 조산운동이 세계적으로 벌어졌고 그곳이 모두 흑연 함량이 높은 지역이라며 20곳을 예로 들었다. 이 가운데는 히말라야 산맥과 한반도 중부지방으로 이어지는 중국의 대륙 충돌대인 쟈오-랴오지 습곡대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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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생대 조산대 위치. 지구 곳곳에 분포하며 모두 지층의 탄소 함량이 높다. 존 파넬 등 (2022)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히말라야 산맥은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약 7000만년 전 충돌하면서 솟았지만 이때 지층이 포개져 쌓여 산이 형성되는 토대는 20억년 전 형성된 흑연 함량이 높은 미끄러운 지층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고원생대의 이례적으로 많은 생물량은 그 시기뿐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산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고 논문은 적었다.
연구자들은 강원도 화천의 백립암 복합체도 고원생대 플랑크톤이 촉발한 산맥의 사례로 꼽았다. 당시 쟈오-랴오지 습곡대에 쌓인 흑연 층은 18억7000만년 전 고원생대 조산운동을 일으켰고 다시 고생대와 중생대 사이인 2억3000만년 전 대륙충돌 때 조산운동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 국가지질공원인 강원평화지역의 화천 백립암 복합체는 양구군 건솔리에서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로 이어지는 암체로 중국이 남중국과 북중국 대륙으로 나뉘었다 충돌해 현재의 모습을 이룰 때 충돌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파넬 교수는 “이번 연구의 요지는 산 형성의 핵심이 생명체라는 사실”이라며 “지구와 그것을 이루는 생물권은 우리가 여태껏 알지 못했던 방식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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