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7만ℓ 물 머금는 수염고래, ‘마개’로 질식 막아
등록 :2022-01-21 14:45수정 :2022-01-21 15:33조홍섭 기자 사진
먹이 삼킬 때 기도 통로 차단 기관 ‘구강 마개’ 발견…사람도 비슷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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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릴과 함께 대량의 바닷물을 머금어 올챙이처럼 바뀐 수염고래의 모습. 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특별한 기관이 발견됐다. 제러미 골드보겐 외 (2017) ‘해양학 연례 리뷰’ 제공.
기도로 음식물이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건 포유류의 생존에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물속에서 막대한 양의 물과 함께 먹이를 머금은 뒤 먹이만 삼켜야 하는 수염고래에는 다른 동물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기관이 입속에 달린 것으로 밝혀졌다.
켈시 길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박사 등은 21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수염고래는 먹이활동 때 허파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구실을 하는 새로운 기관이 있음을 발견했다”며 이 기관에 ’구강 마개’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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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래의 입을 벌린 모습. 중앙에 둥근 기관이 다른 동물에 없는 구강 마개이다. 켈시 길 외 (2022)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연구자들은 대왕고래 버금가는 대형 수염고래인 큰고래(긴수염고래)를 해부해 이런 사실을 밝혔다. 길 박사는 “이 기관은 물속을 돌진해 먹이를 잡는 다른 수염고래에도 달려 있을 것”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수염고래의 ‘돌진 사냥’은 최근 구체적 내용이 밝혀지고 있는 놀라운 행동이다. 큰고래는 크릴 등 먹이가 밀집한 곳을 향해 입을 90도 각도로 벌리고 돌진해 한 번에 바닷물 7만ℓ와 함께 10㎏의 크릴을 입에 머금는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자기 몸무게보다 무거운 물을 입을 담은 고래는 올챙이 꼴이 되는데 1분 안에 입안의 물을 수염 사이로 내보낸 뒤 먹이만 삼킨다. 물의 저항이 엄청난 이 고된 작업을 고래는 물속에서 여러 시간 되풀이해 하루 1t의 크릴을 섭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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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염고래의 사냥법. 입을 90도 각도로 벌린 채 전속력으로 크릴 떼를 향해 돌진해 물과 함께 입에 머금은 뒤 크릴만 걸러 삼킨다. 로버트 섀드윅 외 (2019) ‘생리학’ 제공.
연구자들은 “해부 결과 고래가 돌진 사냥을 할 때 구강 마개가 위로 올라붙어 기관으로 들어가는 구멍을 막고 동시에 먹이가 식도로 넘어가는 길은 여는 구조임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길 박사는 “사람도 수염고래처럼 음식을 삼킬 때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비슷한 시스템을 갖췄다”며 그러나 “사람은 목과 입의 후두덮개와 연구개가 마개 구실을 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아마 사람도 물속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치 잠수해서 입을 있는 대로 벌린 채 전속력으로 헤엄쳐 햄버거를 먹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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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래에서 구강 마개(붉은색)의 위치와 작동 방식. 먹이를 삼킬 때 입천장으로 올라붙어 기도 통로를 막고 식도를 연다. 켈시 길 외 (2022)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이제까지 이런 기관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고래에 관한 대부분의 지식을 돌고래 등 이빨고래에서 얻었기 때문”이라고 길 박사는 말했다. 돌고래는 식도와 기관이 분리돼 있어 구강 마개와 같은 기관이 불필요하다.
연구자들은 구강 마개를 고안함으로써 거대한 수염고래가 진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공동 저자인 이 대학 로버트 섀드윅 교수는 “크릴 떼를 대량으로 걸러 먹는 것은 매우 효율적인 사냥법이어서 수염고래의 거대한 몸집을 지탱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구강 마개가 없었다면 지구 역사상 가장 몸집이 큰 고래는 출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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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역사상 가장 큰 동물인 대왕고래 등 수염고래가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유선형 몸매가 올챙이처럼 바뀔 정도로 다량의 바닷물을 크릴과 함께 머금을 수 있는 해부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보통 때의 몸매(A)와 돌진 사냥 때의 모습(B). 제러미 골드보겐 외 (2017) ‘해양학 연례 리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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