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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류 무족영원

아지빠 2021. 8. 1. 14:05

美 괴생명체 등장에 충격,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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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발견된 무족영원. 양서류 중에 가장 원시적인 무리다.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 제공© Copyright@국민일보 미국에서 발견된 무족영원. 양서류 중에 가장 원시적인 무리다.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 제공

미국에서 발견된 괴생명체의 정체가 무족영원(발 없는 영원·Caecilian)이라는 이름의 양서류로 밝혀졌다. 눈도, 발도 없이 미끈하고 기다란 모습을 보았을 때는 지렁이를 연상시키지만, 지렁이보다 수십 배 크고 두꺼워 먹장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은 28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FWC) 생물학자가 플로리다 남부 터마이애미 운하에서 다리가 없는 무족영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생명체가 살아 있는 채로 미국 본토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 과학자들은 DNA 테스트를 활용해 해당 생명체가 남미 북부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출신인 리오 코카 무족영원인 것으로 확인했다.

앞서 2019년에도 이번에 발견된 지역 부근에서 비슷하게 생긴 무족영원이 죽은 채 발견됐다.

플로리다 박물관 파충류 담당 콜먼 쉬이는 2019년 당시 터마이애미 운하 근처를 살피던 FWC 조사관들이 얕은 물에서 2피트(약 60㎝) 길이의 뱀장어와 비슷하게 생긴 생명체를 발견해 사진을 보내줬을 때 무족영원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를 어리둥절하게 했던 ‘미지의 동물’에 대해서는 실제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무족영원은 지렁이나 뱀을 닮았지만, 개구리·두꺼비·도롱뇽과 같은 양서류이며, 양서류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무리다. 또 시력이 극도로 나빠 ‘맹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무족영원의 머리 쪽을 살펴보면 퇴화한 눈의 흔적이 역력하다. 때문에 주로 눈과 콧구멍 사이에 있는 한 쌍의 감각 촉수를 이용해 먹이를 사냥해 먹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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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국수 모양'의 무족영원이 플로리다 운하에서 발견됐다.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 홈페이지 캡처

콜먼은 “이 동물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없지만, 특별히 위험해 보이진 않는다”며 “심각한 포식자도 아닌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 “무족영원은 주로 덩치가 작은 동물을 잡아먹고 큰 동물에게 잡아 먹히는 생태계 구성원으로 인체에 위험하지 않은 동물”이라며 “박물관 전문가들도 이것이 지역 생태계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을 내리긴 섣부르다고 한다”고 전했다.

무족영원류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에 분포하고 있어 육로 또는 바닷길로 상륙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종은 주로 애완동물로 키워지며, 보통 실내 수족관에 보관돼 있기 때문에 쉽게 탈출할 수 없다.

이런 점을 들어 콜먼은 애완동물로 키우던 무족영원을 누군가 운하에 방류해 미국 본토까지 내려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무족영원을 플로리다에서 찾게 될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해 놀라운 일이었다”면서 “아직 터마이애미 운하에 무족영원류가 자리 잡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알아내고자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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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이 거의 감퇴한 무족영원은 발달된 머리쪽의 감각기관을 이용해 먹이를 사냥한다.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 제공

이주연 인턴기자

뱀도 지렁이도 아닌’ 무족영원서 독니 발견

땅속 먹이 사냥에 사용…뱀보다 먼저 독니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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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족영원의 머리 모양. 심해 상어나 공상과학 영화의 외계 괴물을 떠올리지만, 땅속에 사는 양서류이다. 카를로스 자헤지 제공

무족영원은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신비로운 동물의 하나다. 개구리·도롱뇽과 함께 양서류이지만 뱀처럼 다리가 없고, 지렁이처럼 땅속에 산다.

전 세계 열대우림에 214종이 분포하지만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아 생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무족영원이 뱀보다 훨씬 이전에 독니를 진화시켰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카를로스 자헤지 브라질 부탄탄 연구소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아이 사이언스’ 3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무족영원은 진화 역사의 초기부터 이빨로 독물을 주입하는 능력을 갖추었다”며 “아마도 입으로 독물을 주입하는 최초의 육상 동물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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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족영원은 땅속 생활에 적응해 눈이 거의 퇴화했으며 머리에서 분비하는 점액을 윤활제 삼아 땅속에 터널을 만들며 이동한다. 카를로스 자헤지 제공

무족영원은 몸길이가 10㎝부터 1.5m까지 다양하지만 땅속 생활에 적응해 하나같이 시력이 거의 없고 얼굴의 촉수와 점액을 이용해 흙 속에 터널을 만들며 재빨리 이동하면서 주로 지렁이와 토양 무척추동물을 잡아먹고 기회가 닿으면 개구리, 도마뱀, 뱀 등도 사냥한다. 갓 알에서 깬 새끼에게 어미가 자신의 피부를 먹여 양육하는 특이한 습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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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서 깬 새끼들에게 지방이 풍부한 피부와 총배설강에서 분비한 액체를 먹여 기르는 무족영원. 카를로스 자헤지 제공

주 저자인 자헤지 박사는 “무족영원은 두 가지를 분비한다”며 “머리에서는 흙을 뚫고 나가는 데 필요한 점액을 분비하고 꼬리에서는 추격하는 포식자를 단념하게 할 독을 분비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꼬리뿐 아니라 머리에서도 독샘이 발견됐다. 게다가 머리의 독샘은 독사 등 파충류와 마찬가지로 이빨과 연결돼 있었다. 연구에 참여한 페드로 루이스 마일루-폰타나 이 연구소 박사 후 연구자는 “점액 샘을 조사하다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련의 분비샘이 이빨 근처에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고 말했다.

무족영원은 위턱에 2열, 아래턱에 1열의 뾰족한 이가 나 있는데, 일련의 작은 분비샘이 이빨과 연결돼 있었고 잇몸에는 긴 배관이 나 있어 이를 통해 독액이 흘러드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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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족영원의 이와 여기에 연결된 독 분비샘. 마일루-폰타나 외 (2020) ‘아이 사이언스’ 제공

마일루-폰타나 박사는 “꼬리의 독샘은 피부에서 형성된 것이지만 머리의 독샘은 치아 조직이 발달한 것으로 파충류의 독샘 기원과 마찬가지”라며 “양서류에서 이런 독샘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무족영원이 독액을 주입하게 된 까닭은 다리가 없이 입이 유일한 사냥도구이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무족영원의 독은 “먹이를 즉사하게 할 치명적 독성은 없지만 왕지렁이 등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독액을 화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독사나 말벌 등의 독에서 발견되는 효소가 활성화돼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 분비물이 실제로 독성을 띠는지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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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생쥐를 공격하는 무족영원. 입에서 타액처럼 독액을 분비하는 모습이 보인다(화살표). 마일루-폰타나 외 (2020) ‘아이 사이언스’ 제공

이번 연구결과는 진화생물학적으로도 흥미롭다. 무족영원은 고생대 말인 2억5000만년 전 남아메리카, 호주, 아프리카, 남극이 한 데 붙은 곤드와나 초대륙에서 기원했다. 뱀은 그보다 훨씬 뒤인 중생대 말인 1억년 전에 출현했다.

자헤지 박사는 “독사의 독샘은 크지만 적은 수인데 견줘 무족영원은 작고 많다”며 “무족영원이 독샘 진화의 더 원시적 형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서류 가운데 개구리나 도룡뇽에 독샘이 없는 이유는 뭘까. 연구자들은 “땅속 생활 때문”으로 추정했다. “팔다리가 없이 오로지 머리로 길을 내고 먹이를 찾고 싸우고 죽여야 하는 처지에서 독니가 진화했다.”

자헤지 박사팀은 브라질 열대림에서 독개구리를 발견하기도 했지만(박치기로 맹독 주입 신종 개구리 발견) 독니가 아닌 피부로 독물을 주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