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 계획 없어"
훈련 재개? 매티스 "북미 협상 어떻게 될지 지켜보곘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압박 전술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매티스 장관은 28일(현지 시각)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이에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재개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더 이상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훈련 중단 종료를 북한이 일종의 도발로 판단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훈련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훈련을 그만둔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선의의 조치로, 가장 큰 몇몇 군사 훈련을 중단했지만 나머지는 중단하지 않았다"며 "한반도에는 항상 진행 중인 훈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많은 손실을 가져오는 워게임(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히면서 8월로 예정됐던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훈련과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 등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에 내년 UFG부터 본격적으로 훈련이 재개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매티스 장관은 "현재로서는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국무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 나서 앞으로를 생각해 보곘다"며 "협상을 지켜보자. 우리는 폼페이오 장관의 노력을 강화하는 일을 할 것이며 외교관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의 발언을 종합해볼 때 미국이 올해 중단했던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당장 다시 실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보다는 훈련을 재개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고, 이를 통해 북한과 협상을 좀 더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 재개와 같은 행위를 취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매티스 장관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 역시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다.
한편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매티스 장관의 발언과 관련, "폼페이오 장관과 매티스 장관은 이와 관련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매우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워트 대변인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폼페이오) 장관도 이는 (비핵화) 쉽지 않을 것이며 다소 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처음부터 말했었다"면서 북미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진전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나워트 대변인은 "대통령은 충분한 진전이 없다고 한 것이지, 진전 자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진전은 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어떤 때는 진전하기도, 또 어떤 때는 그대로 있을 때도 있다. 우리는 적절한 시기가 됐을 때 (북한과) 협상이 이뤄지길 고대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준비가 됐을 때, 또 우리가 (협상이) 생산적이라고 생각할 때 이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편지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보도에 대해 나워트 대변인은 "개별적인 외교적 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라며 "국가안보회의에서 논의를 통해 지금은 북한에 방문할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9월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의 취소를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회담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워트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분명히 말했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보다 남북관계가 앞서가면 안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종수정 2018.08.29 09:57:46| 이재호 기자 | jh1128@pressian.com
美언론 "트럼프 종전선언 약속해놓고 골대 옮겼다"
"북미 정상회담 때 종전선언 약속...볼턴이 강력 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종전선언 서명을 약속했으나 이후 입장을 바꿨다고 미국 인터넷 언론 <<복스>(VOX)>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복스>는 북미협상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곧바로 종전선언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이 매체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6월 1일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도 같은 약속을 한 것으로 북한은 믿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평화협정에 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협정을 체결한다면 중국과 한국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다 같이 사인하면 좋겠다. 중국, 한국도 당연히 같이 사인하면 좋겠다"며 적극성을 보인 바 있다.
<복스>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반응을 종전선언에 대한 약속으로 확신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후 태도를 바꿔 종전선언 전에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폐기할 것을 거듭 요구했다며, 이로 인해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복스>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선언을 약속해놓고 골대를 옮기거나 조건을 내걸어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북한에 6∼8주 이내에 비핵화 탄두 60∼70%를 넘길 것을 요구했고 이 같은 압박이 김 위원장을 화나게 했다는 것이다.
<복스>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 서명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인물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짐 매티스 국방부 장관을 지목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과거에 거짓말을 했던 북한이 핵 프로그램 폐기에 진지한지 여부가 확실치 않고, 종전선언 후에는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종수정 2018.08.30 11:19:43| 임경구 기자 | hilltop@pressian.com
트럼프, 싱가포르 회담 직후 한 이 발언 다시 꺼내든 이유?
하루만에 '한미연합훈련' 말 뒤집은 미국…미북 대화 살려 나가겠다는 의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북 간 교착 상태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훈련에 돈을 쓸 이유가 없다며 매티스 장관의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각) 본인의 트위터 계정에 백악관의 성명을 게재했다. 이 성명에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라고 믿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많은 돈을 지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같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게임(war game,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한다. 전쟁게임에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한미현합군사훈련이 '비용'의 문제고 이를 절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발언은 일각에서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의 신호로 해석됐다. 이와함께 국내 정치용으로 '재정 절감'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이같은 인식을 수차례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귀국한 트럼프는 6월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미연합훈련중단이 "엄청난 돈을 아낄 수 있다(We save a fortune)"고 썼다. 또한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북한과) 신뢰를 갖고 협상하는 동안에는 전쟁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훈련 중단은 없다"는 매티스 장관의 발언이 나온 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 직후 했던 발언을 다시 꺼내든 것은 주목할만 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취소되는 등 미북 간 협상이 정체되고 있긴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협상에 여전히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북한에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다만 이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하면 일본, 한국과 즉시 군사 훈련을 다시 할 수 있다"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 훈련은 어느 때보다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북한과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유가 중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동시에 중국이 북한에 자금과 연료, 비료와 다른 공산품들을 포함해 상당한 원조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간 무역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성명은 "미·중 무역 분쟁 등은 트럼프 대통령과 훌륭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에 의해 결국 해결될 것"이라며 "두 사람의 관계는 매우 강력하다"라고 밝혔다.
최종수정 2018.08.30 09:20:23| 이재호 기자 | jh1128@pressian.com
분열 아닌 통합" 매케인의 마지막 울림…떠나며 트럼프에 일침
'트럼프 성토장' 방불…딸 메건, 트럼프에 "미국은 항상 위대했다" 직격탄
"존은 우리에게 정말 절실한 통합의 순간과 미국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믿음을 줬다"(헨리 키신저) "반대자들 역시 애국자라는 영예로움을 지녔다"(조지 W. 부시)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같은 팀이었다"(버락 오바마)
1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엄수된 미국 보수진영의 '큰 별' 고(故)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의 장례식은 그 자체로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가 됐다.
미국 정치의 양대 축인 공화·민주 양당을 비롯해 자신의 정치적 친구들과 정적(政敵)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함으로써 생전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매케인 상원의원의 염원을 상징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참석자들은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은 소신과 독자노선으로 미국 정치사에서 족적을 남기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를 "미국적 가치를 잘 보여준 영웅"이라고 추모하며 '매케인의 유산' 계승을 다짐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전쟁영웅' 출신으로, 많은 이들에게 '애국의 아이콘'으로 각인된 그에 대한 생전 기억들도 추모연설을 통해 다시 회자했다.
특히 이번 장례식을 두고 매케인 상원의원이 자신과 반목과 대립을 반복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던진 '뼈아픈 일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몇 달 전부터 자신의 장례식을 세심하게 '기획'했던 매케인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초대 명단에서 아예 제외하면서 두 차례의 대선 도전 당시 '라이벌'이었던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두 전직 대통령을 조사(弔詞)를 낭독할 인사들로 낙점했다.
당파주의 극복과 초당적 협력에 대한 소신에 따라 '통합'을 강조한 차원을 넘어 자신이 '분열의 정치'라고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부시 전 대통령과는 2000년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다. 특히 반대 진영의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 상원의원이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2008년 대선 본선에서 대결한 사이다.
실제 장례식에서는 '트럼프'라는 이름은 직접 거론되지 않았지만, 딸 메건의 유족 인사말을 시작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성토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AP통신은 "존 매케인의 장례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정치에 대한 비판의 장이 됐다"고 했고, 로이터통신은 "한때 매케인과 격렬한 라이벌 사이였던 오바마와 부시는 미묘하게, 아니 어쩌면 그리 미묘하지 않게 트럼프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조사에서 2000년 대선 당시를 회고, "그는 나를 좌절시키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었다"며 "이후 우리는 큰 경기를 회상하는 축구 선수들처럼 강렬했던 그 당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 과정에서 경쟁의식은 사라졌다. 나는 '존 매케인과의 우정'이라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용감했고, 그게 설령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일지라도 정직했다. (그 상대가) 대통령들이라도 봐주는 게 없었다"며 "반대자들 역시 애국자라는 걸 인정하는 영예로움을 지녔고 자유를 사랑했으며 보통 사람들을 대변하는 마음을 가슴 깊이 간직했다. 자신의 삶을 국가적 이상에 헌신했다"고 고인을 기렸다.
그는 매케인 상원의원을 '용기와 품격의 결합'이라고 칭하며 "나라를 위해 가치가 없다고 믿는 정책과 관행들에 정면으로 맞섰으며 권부에 있는 이들의 면전에서 '미국은 이보다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며 "권력의 남용을 혐오했으며 편견이 심한 사람들과 으스대는 폭군들을 견디지 못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대목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매케인 상원의원이 자신에게 조사를 부탁하던 날의 기억을 꺼내며 "소중하고도 남다른 영광이었다. 슬픔과 함께 놀라움도 느꼈다"며 "이 얼마나 존의 본질인 예측 불가능성, 탈(脫) 관행, 역발상 주의를 보여주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매케인 상원의원의 '진실과 민주적 가치에 대한 헌신'을 높게 평가하며 "존은 솔직한 논쟁을 좋아했다""며 "정치적 편의주의나 당파적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한다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에 때때로 자신이 속한 정당에 맞섰고 초당파적으로 일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자신의 집무실에서 매케인 상원의원과 나눴던 대화들을 떠올리며 "우리는 서로에게 배웠고 상대의 진정성과 애국심에 대해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 모든 차이에도 불구, 이상에 대한 신의를 공유하면서 같은 팀이라는 걸 의심하지 않았다"며 "매케인은 미국의 안보와 영향력이 다른 사람을 우리의 의지대로 굽히게 하는 능력이 아닌, 법의 지배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서 온다는 걸 이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 "우리의 정치와 공적인 담론들은 번지르르한 말과 모욕, 가짜 논쟁, 분노를 주고받으며 작고 하찮고 비열해 보일 때가 많다"면서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을 위해 싸웠다"며 자신에 비판적인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라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차별화했다.
이어 "그의 본을 따르는 것이 그를 가장 잘 기리는 방법"이라며 대선에서 가장 품격있는 경쟁을 보였던 존 매케인을 '맞수'로 만났던 자신과 부시 전 대통령이 "행운아"였다고 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조사에서 "매케인은 미국에 내려진 '운명의 선물' 중 하나였다"고 평가했다. 그 밖에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매케인 상원의원이 2008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염두에 뒀던 조 리버먼 전 상원의원 등이 조사를 했다.
이들의 조사에 앞서 딸 메건은 유족 인사말에서 여러 차례 눈물을 터트렸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더 위대하게' 슬로건을 겨냥, "존 매케인의 미국은 언제나 위대했기 때문에 더 위대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아버지가 기꺼이 한 희생의 근처에도 안 와 본 사람들의 값싼 레토릭도, 그분이 고통받고 봉사하는 동안 안락과 특권을 누리며 살아온 기회주의자의 전유물도 아닌, 미국인의 위대함과 참된 것을 떠나보내는 것을 애도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는 등의 표현도 쏟아내며 중간중간 분노에 찬 듯 목소리를 높였다.
CNN방송은 "메건은 장례식장에서 불과 몇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백악관이 그동안 던진 구호에 대해 단호한 비판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2시간 35분간 진행된 장례식에는 조사를 한 이들 두 전직 대통령 부부 외에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앨 고어 전 부통령, 딕 체니 전 부통령 등 정치권과 각계의 인사들이 총출동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106세의 노모 로버타 매케인도 참석해 아들의 떠나는 길을 지켰다.
추모 행사가 거의 끝날 무렵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이 부른 '아 목동아'가 성당 안에 울려 퍼졌다. 이 노래는 매케인 상원의원이 생전에 좋아하던 노래로, 플레밍에게 직접 장례식 때 불러달라고 부탁했다고 WP가 전했다.
결국, 매케인 상원의원은 생전 극심한 불화를 겪었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끝내 앙금을 털지 못한 채 화해에 실패한 셈이 됐다. 장례식에는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를 비롯, 트럼프 행정부에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참석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풍 트윗'을 날리고 평소 주말처럼 골프장으로 행차했으며,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거의 모든 주요 정치 지도자들이 집결한 가운데 트럼프는 '부재'를 통해 그의 존재를 느끼게 했다. 매케인이 오바마와 부시에게 조사를 부탁한 것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과 맞물려 과거 워싱턴 유력인사들이 다시 회합함으로써 '워싱턴 주류'와 '백악관 아웃사이더'간 적대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운구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영화배우 워런 비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윌리엄 코언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맡았다. 매케인 상원의원은 2일 메릴랜드 주 아나폴리스에 있는 모교인 해군사관학교 묘지에 묻히며 영면에 들어간다. 그는 해군사관학교 동기인 척 라슨의 묘 옆에 안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식에 앞서 운구 행렬은 베트남전 추모공원에 잠시 멈췄으며, 이곳에서 부인 신디 매케인은 딸 메건, 켈리 비서실장, 매티스 장관과 함께 헌화했다. 그는 최근 회고록에서 "처음으로 돌아간다"고 썼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최종수정 2018.09.02 13:53:16| 연합뉴스
밥 우드워드 신간에 발칵 뒤집힌 백악관…트럼프 "사기·속임수"
'전설의 기자', 트럼프 이너서클 속살 공개…11월 중간선거에 파장 촉각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백악관 내부의 혼란상을 폭로한 책 내용이 4일(현지 시각) 공개되자 백악관이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 언론은 우드워드가 오는 11일 발간할 책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사본을 입수했다며 그 내용 일부를 미리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포'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국정운영 스타일과 그를 보좌하는 주변인들의 '좌절'을 그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속살을 파헤친 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초 발간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는 미 서점가에서 돌풍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전직 백악관 참모 오마로자 매니골트 뉴먼이 회고록 <언힌지드>(Unhinged)를 펴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 등을 했다고 폭로했다.
이들 책도 트럼프 대통령에 타격을 줄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번 책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당시 '워터게이트'를 특종한 '전설의 기자' 우드워드가 쓴 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쏠린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에 속도를 높이는 시점에 공개된 '뜨거운 책'에 백악관을 비롯해 워싱턴 정가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등장 인물들은 일제히 책 내용을 부인하는 입장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 켈리 비서실장,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낸 성명을 잇따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리고 우드워드의 책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우드워드의 책은 이미 매티스 장관과 켈리 비서실장이 반박했고 신뢰를 잃었다"며 "인용된 내용은 사기와 대중에 대한 속임수로 만들어졌다. 다른 책, 인용문들과 마찬가지다. 우드워드는 민주당 첩보원인가? 타이밍에 주목한건가?(Notice timing?)"라고 트윗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인터넷 매체 <데일리 콜러>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드워드의 책에 대해 "끔찍한 것(nasty stuff)일 뿐"이라 말하며 "우드워드는 신뢰도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를 위한 서한을 작성했으나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이를 책상에서 몰래 치웠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 지어낸 것일 뿐"이라며 "아무도 내게서 뭘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도 성명에서 "이 책은 날조된 이야기일 뿐"이라며 "불만을 가진 많은 전직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 말한 것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에게 전례 없는 성공을 안겨주기 위해 관료 절차를 뚫고 나가고 있다"며 "때로는 관습을 벗어나기도 하지만 항상 결과를 얻는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과 언론계 그들 동료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작동하고 있고 이렇게 성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2020년 대선에서 그를 이길 사람은 없다-절대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5∼6학년 수준'이라 말했다고 묘사된 매티스 장관 역시 성명을 내어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이야기들은 결코 내가 하거나 내가 있는 데서 나온 말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롭 매닝 국방부 대변인도 "우드워드는 매티스 장관이나 국방부 내 누구와도 책에 인용된 내용을 인터뷰 또는 논의하거나 확인한 바 없다"고 전했다.
켈리 비서실장은 백악관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내가 대통령을 멍청이라 불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나의 위치를 알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둘다 이 이야기가 완전히 헛소리(B.S)라는 걸 안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암살을 제안했다'는 책 내용에 관한 질문에 "시리아 공격에 관한 모든 대화에 참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아사드 암살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답변했다.
내용 자체도 민감한데다가 '밥 우드워드'라는 이름값이 더해지면서 책은 출간되기도 전에 아마존 '톱 셀링' 리스트에 올랐다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CNN은 "밥 우드워드가 묘사한 혼란스러운 백악관 내부 모습은 그간 주류 언론이나 마이클 울프의 책, 오마로자의 회고록 등에 등장한 모습과 놀랍도록 일치한다"며 "이같은 일관성은 이 이야기들이 '사실이다'라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꼬집었다.
최종수정 2018.09.05 11:28:26| 연합뉴스
백악관은 미친 도시"…밥 우드워드 신간 파문 일파만파
"트럼프 참모들에 '쥐새끼' 욕설, 매케인엔 '겁쟁이'…아사드 암살 명령도"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오는 11일 공식 발간할 예정인 책이 미국 정가에 커다란 파장을 낳고 있다.
유력 인사들의 증언과 다양한 일화를 담은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의 백악관을 혼돈과 편집증, 막말과 조롱이 판치는 곳으로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보좌진과 행정부 각료들을 향해 "쥐새끼"와 같은 욕설과 조롱을 서슴지 않았고, 그의 최측근들 역시 충동적이고 지식이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주변에 쏟아냈다고 소개하면서 파장을 더욱 키우고 있다.
4일(현지시간) WP에 따르면 우드워드의 책 '공포:백악관의 트럼프'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에 해당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백악관을 "미친 도시(Crazytown)"라 규정했고, 그의 전임인 라인 프리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하는 그의 침실을 "악마의 작업장"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참모들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도 만만치 않았다.
작년 봄 트럼프 대통령은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에게 상관인 프리버스 전 실장을 무시하라고 명령하면서 "프리버스는 쥐새끼 같다"고 했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해서는 가슴을 부풀리고 호흡을 과장하는 버릇을 뒤에서 흉내 내며 비웃었다고 우드워드는 밝혔다.
또 자신보다 8살 많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에게는 "나는 당신을 믿지 않는다. 당신이 더는 협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당신은 전성기가 지났다"고 면박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암살을 명령했다는 내용도 책에 담겼다.
지난해 4월 알아사드 정권이 민간인들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제기랄 그를 죽이자! 쳐들어가서 그들을 많이 죽여버리자"라고 퍼부었다는 것이다.
이에 매티스 장관은 즉시 착수하겠다고 답해놓고, 전화를 끊자마자 자신의 고위 참모에게 "우리는 (대통령의 명령 중)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훨씬 더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던 존 매케인 전 의원에 대해선 '겁쟁이'라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가 부친의 계급 덕분에 베트남 수용소에서 다른 포로보다 빨리 석방될 수 있었다고 거짓 주장을 폈다고 WP는 전했다.
지난해 7월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도중 군 장성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전장에 있는 병사들이 당신들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며 25분 동안 질책했다고 한다.
백악관 참모들은 대통령이 큰 사고를 치는 일을 막으려고 악전고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책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저지하려고 문서를 훔친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대해서도 같은 일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작년 봄 트럼프 대통령은 포터 당시 비서관에게 "왜 아직도 이 일(나프타 탈퇴)이 마무리되지 않았나"고 하자, 포터 전 비서관은 탈퇴 사실을 공표하는 문건 초안을 만들었다.
그 여파를 두려워한 포터 전 비서관이 콘 전 위원장에게 자문을 구했고, 콘 전 위원장은 "내가 이 일을 멈출 수 있다. 내가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서 서류를 빼내겠다"고 자신했다.
우드워드는 콘 전 위원장과 매티스 장관이 대통령의 위험한 행동을 저지하는 '전통주의자 동맹'이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인 지시와 결정을 막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최측근 인사 중 한 명인 포터 전 비서관마저 "우리는 영원히 벼랑 끝을 따라 걷는 느낌이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우드워드는 이런 과정을 "행정부의 쿠데타", "행정부 신경계의 고장" 등으로 묘사했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과 말리는 참모들 사이의 갈등도 심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백인우월주의들의 '샬러츠빌 유혈 사태' 대처에 실망한 콘 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업적 거짓말쟁이"라며 결국 사표를 던졌으나, 당시 여론에 굴복해 백인우월주의자를 공개 규탄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참모들에게 "내가 했던 가장 큰 실수이자 최악의 연설"이라고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콘 전 위원장의 분노에 공감한 켈리 비서실장도 "나라면 사직서를 써서 그의(트럼프 대통령의) 항문에 6번 밀어 넣었을 것"이라고 했다고 우드워드는 주장했다.
현 정부의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인 프리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올리는 침실을 "악마의 작업장"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폭풍 트윗'을 날리는 이른 아침이나 일요일 저녁을 "마녀가 돌아다니는 시간"이라고 각각 부르기도 했다.
백악관 보좌진과 대통령 가족 사이의 충돌 비화도 공개됐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에게 "넌 빌어먹을 참모라고! 네가 책임자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넌 참모다"라고 소리를 지르자, 이방카는 "난 참모가 아니고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다. 난 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라고 맞받아쳤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예민한 태도를 나타낸 일화도 많다.
자국인 석방 문제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한 트럼프 대통령은 '도널드, 이번 수사가 걱정된다'는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이야기를 변호인에게 전하면서 "마치 낭심을 걷어차인 것 같았다"며 뼈아프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1월 27일에는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존 다우드가 특검의 소환조사에 대비해 사전 '리허설'을 했는데, 다우드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트럼프 대통령은 "빌어먹을 거짓말"이라며 30분 동안 고함을 지른 뒤 "(특검에 나가) 증언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것이다.
WP 보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우드워드의 책을 "사기와 속임수", "끔찍한 것"이라 부르며 반발했다.
백악관도 "날조된 이야기일 뿐"이라며 "불만을 가진 많은 전직 직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나쁘게 보이게 하려 말한 것들"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등장인물인 매티스 장관, 켈리 비서실장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각각 "상상력의 산물", "헛소리"라 부르며 책에 언급된 내용을 부인했다.
그러나 워싱턴의 반응은 이들과 다르다. 언론은 이 책의 신빙성을 높이 평가했고, 오는 11일 정식 발간될 예정인 이 책은 예약 주문만으로도 이미 아마존의 '톱 셀링' 리스트에 올랐다.
우드워드와 함께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파헤쳤던 언론인 칼 번스타인은 "일관성 있고, 반박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번스타인은 CNN 방송에 출연해 우드워드의 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자신의 임무가 미국의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에 위험 요소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며 "디테일에 디테일이 쌓여있다"고 말했다.
제임미 갠젤 CNN 기자도 "우드워드는 '딥 스로트'(deep throats·익명 제보자)라 불리는 수많은 소식통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딥 스로트'는 우드워드가 워터게이트 사건 취재 당시 제보자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실명 대신 명명한 취재원의 별칭이다
갠젤 기자는 "우드워드는 수백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했고, 인터뷰 거의 모두 녹음됐다"며 "사람들은 그들 자신만의 이유로 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또 우드워드가 묘사한 혼란스러운 백악관 내부 모습은 그간 주류 언론이나 마이클 울프의 책 '화염과 분노' 등에 등장하는 모습과 놀랍도록 일치한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일관성이 책 내용에 사실성을 더한다고 보도했다. 최종수정 2018.09.05 18:01:32| 연합뉴스
15분과 7초의 차이를 모르겠니? 트럼프, 이 바보야!” 2018-9-6
지난 1월 19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주한미군의 주둔 필요성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생뚱맞은 질문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5분’과 ‘7초’의 차이를 들어 설명했다. 초등학교 수준의 산수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한국에서는 7초 만에 확인할 수있지만,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면 알래스카의 미군기지에서 파악하는 데는 15분이 걸린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우이독경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황당한 현주소를 냉정하게 해부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 백악관의 트럼프> 중에서 나오는 일화다. 단순히 한반도 거주민에게만 크게 들리는 말이 아니다. 미국 언론 역시 가장 심각한 대목으로 꼽고 있다. 워터게이트 특종을 터뜨린 저널리스트 우드워드가 전한 세부내용은 이렇다.
발단은 미군 수뇌부들이 참석한 NSC 회의석상에서 “주한미군을 그냥 한국에서 철수시키면 안되겠느냐”는 트럼프의 질문이었다. 몇달 뒤 밝혀졌지만 당시는 트럼프가 이른바 ‘코피 작전’으로 불리는 대북 제한적군사옵션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미국과 북한이 극한대치를 하는 상황에서 작은 오판이 핵전쟁으로 치달을 수있는 위험천만한 시점이었다. 그 와중에 트럼프가 내놓은 대안 아닌 대안이었다.
매티스 장관을 비롯한 군 지도부는 경악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미군의 통수권자이자 대통령이 아닌가. 설명할 수밖에.
하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설명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엉뚱하게 한국과의 무역적자 타령만 늘어놓았다. “한·미 동맹이 미국 경제에 상처를 주고 있다”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매티스는 돈에 돈으로 답했다.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이 사실은 가장 비용절감적”이라고 강조했다. “3차 세계대전을 예방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갓 취임한 대통령이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이나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잘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지 만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며, 북한이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뒤의 일이다. .
트럼프는 “하지만 우리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들과의 무역에서 너무 많은 돈을 잃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논리가 달렸는 지 느닷없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 분담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과 연결시켰다. 당최 맥락이 없는 사고다. 트럼프는 “우리는 비용분담을 하지 않는 부자나라들 탓에 엄청난 돈을 지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나는 우리가 그리 멍청하지 않으면 부자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속아넘어가는 사람(sucker)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반박했다.
NSC 회의 일화는 매티스가 트럼프의 지능 수준을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으로 평가하게 된 계기였다고 우드워드는 썼다. 우드워드는 “회의가 끝난 뒤 매티스는 탈진하고 놀란 상태로 주변 동료들에게 ‘대통령이 초등학교 5학년 또는 6학년 처럼 행동한다’거나 ‘5학년 6학년 수준의 이해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기술했다. .
지난달 말 별세한 상원의원 존 매케인은 베트남전 당시 해군제독의 아들이었다. 체포된 뒤 북베트남군은 이를 들어 그의 석방협상을 제안했지만, 매케인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꼬박 5년 동안 포로생활을 했다. 미국민이면 누구나 아는 영웅 이야기다. 트럼프는 역시 군 수뇌부와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매케인은 해군제독의 아들인 덕분에 일찍 석방됐다”고 말해 주변을 기함케했다. 매티스가 “대통령님, 거꾸로 아시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트럼프는 “아, 그래요?(Oh, okay)”라며 넘겼다. 워싱턴포스트의 애런 블레이크는 두가지 일화를 우드워드의 책 내용 중에서 그 중요성이 덜 알려진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매케인과 관련한 일화는 트럼프가 미국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증좌다. 하지만 우리에겐 트럼프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상상하는 순간, 머리칼이 쭈뼛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없다.
하지만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도 몇번 맞닥뜨릴 지 모르는 놀람이자 분노이고 공포이기 때문이다. 국가 방위를 다른 나라 군대에 맡겨놓고 있는 나라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대선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내세운 구호다. 냉전종식을 업적으로 내세우던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 대통령을 함몰시켰다. 이 한마디가 미국민의 심금을 울린 덕분이다. 하지만, 가짜뉴스와 포퓰리스트들이 유포하는 공포와 증오에 중독된 상당수 미국 유권자들에게 ‘바보’를 식별해내는 눈이 아직도 있을까.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심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반도 남측에서 여전히 수많은 인사들이 지상최고의 가치로 떠받드는 한·미동맹의 운명은 900초(15분)와 7초의 차이를 헛갈리는 미국 대통령의 손에 놓여 있다.
김진호 국제전문기자 jh@kyunghyang.com
입력 : 2018.09.06 11:24:00 수정 : 2018.09.06 14:43:59
김정은 "2020년까지 비핵화" 천명…공은 미국으로
美 비핵화 시간표에 화답, 김정은 '대미 메시지' 무슨 내용?
남북 관계 진전과 북미 협상 돌파구 마련이라는 양대 역할을 부여받고 5일 방북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남북 정상회담 9월(18일~20일) 개최를 확정짓고 돌아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에 관한 진의를 설명하며 미국에 전하는 메시지를 특사단에 전달한 점도 향후 북미 협상의 접점 찾기에 보탬이 될 만한 성과다. 특히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번째 임기 내에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며 '비핵화 시간표'를 특정한 대목이 주목할 만하다.
김정은 '대미 메시지' 북미 관계 반전 내용 담겼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밝힌 방북 결과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들은 특사단을 만나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조치에 적극적 태도로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북미 관계가 교착된 국면 속에도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예정대로 9월에 열기로 합의했으며, ▲판문점 선언 이행 성과 점검 및 향후 추진 방향 확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및 공동번영을 위한 문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 협의 등 정상회담 의제도 윤곽을 잡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역시 김 위원장과 특사단의 면담 소식을 전하며 "9월 중 예정되어 있는 평양 수뇌상봉과 관련한 일정과 의제들에 대하여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시고 만족한 합의를 보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신은 "북남관계를 계속 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많은 문제들에 대하여 허심탄회한 담화를 나누시었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남북은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위한 대화를 진행해 나가는 한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신뢰 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도 합의하기로 했다.
특히 남북간 상시 연락 채널 구축 방안으로 추진되어 온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를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개소하기로 했다. 일각에서 남북 연락사무소가 대북 제재 위반이라며 제동을 거는 속에서도 이르면 내주 중 개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처럼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남북 관계에서 진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미 관계가 순조롭게 풀려나갈지 여부는 미국으로 공이 넘어갔다는 평가다.
일단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거듭 천명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는 뜻을 밝히며 북미 협상이 재개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의 70년 간의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끝나는 2020년 말까지 비핵화 조치를 이루겠다는 '비핵화 시간표'와 관련된 발언이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북한이 사용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김 위원장이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까지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대목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지난 6월 북미 정상회담 직후 방한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이 언제까지 핵무기 해체 조치를 하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북한의 주요 비핵화를 앞으로 2년 반 내에 달성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바 있다.
비핵화에 관한 미국 정부의 목표 시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까지라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김 위원장은 미국 측이 제시한 시간표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셈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건 평화협정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의 입구에 해당하는 것이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평화협정을 맺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된 이후 트럼프 정부와 미국 조야에서 더욱 증폭된 비핵화 회의론을 불식시키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워싱턴포스트와 CNN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호전적 내용이 담긴 김영철 부위원장의 편지를 받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시켰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특사단에 전달한 '미국에 전하는 메시지'가 '김영철 편지'로 인해 틀어진 미국의 강경 입장을 누그러뜨릴지도 주목된다.
정의용 실장은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본인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남북 간에는 물론 미국과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힌 만큼 김 위원장이 북미 대화 의지를 메시지에 담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 실장은 이날 8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갖고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볼턴 보좌관과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미국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와 시간표를 제시했음에도 미국이 이를 어떻게 해석할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특사단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밝혀 선(先) 비핵화와 선 종전선언을 주장하며 대치하고 있는 북미간 줄다리기가 해소될지 불투명하다.
북한은 "동시 행동 원칙이 준수된다면 좀 더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들을 취할 용의와 의지가 있다"고 밝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자신들의 '선제적 조치'에 상응하는 미국의 진전된 태도 변화가 있어야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머물렀다.
이는 특사단이 북미 협상의 교착 지점인 종전선언과 핵시설 신고 목록 교환을 위한 중재에선 가시적인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종전선언 카드를 들고 방북하려면 북한이 핵시설 리스트 공개 등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한다는 게 중재안의 핵심이었다.
이에 따라 북미 협상은 9월 중순 남북 정상회담, 9월 말 유엔총회 계기 한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적인 중재 외교 결과에 따라 의미 있는 진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단 방북에 앞서 지난 4일 가진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과 미국, 양쪽을 대표하는 협상가, 치프 네고시에이터(Chief negotiator), 즉 수석 협상가 같은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추가로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 당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며 "정 실장이 어제 북한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김 대변인은 한편 "문 대통령이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보고 받고 만족해 했다"고 덧붙였다.
최종수정 2018.09.06 14:55:26| 임경구 기자 | 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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