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비핵화’ 첫 명기…북·미회담 길 열었다
평화체제 구축
“핵없는 한반도 실현 공동목표 확인”기존 비핵화 원칙 재확인 넘어서
‘도보다리 회담’ 구체방안 나눈듯
(이미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서 소나무 공동식수를 마친 뒤 표지석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선언)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비핵화는 남북이 미리 정한 이번 회담의 3대 의제 가운데 첫손에 꼽혔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두 정상이 제시한 ‘완전한 비핵화’가 포괄적 방법론에 해당한다면, ‘핵 없는 한반도’는 궁극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진 않았지만, 두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며 중요한 밑돌을 놓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두 정상은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앞으로도 이 문제의 해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두 정상은 비핵화 문제과 관련해 이날 판문점선언에 담은 내용을 훌쩍 뛰어넘은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을 협의했으리라 추정돼,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습지 위에 설치된 ‘도보다리’를 산책하는 형식을 빌려 40여분에 걸쳐 ‘공개 밀담’을 나눴다. 이 때 두 정상은 비핵화, 북-미 관계정상화,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전환을 포함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 방안과 관련해 속내를 드러내며 밀도 높은 협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날 원론적 합의만 발표한 것은, 5월 또는 6월 초로 예정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20일 노동당 중앙위 전체회의를 통해 결정·공표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포함한 ‘미래핵 포기’에 더해 현재핵과 과거핵 문제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체제 안전’을 보장받을 핵심 협상 카드이기 때문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완전한 비핵화가 (선언에) 들어간 것은 좋은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중 ‘검증’(Verifiable)과 ‘불가역’(Irreversible)이라는 부분은 미국과 협상할 문제”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 쪽 인사들이 기존에 주장했던 ‘시브이아이디’ 대신 부쩍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라는 표현을 써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화와 번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한결같은 지향을 담아 한반도에서 역사적인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뜻 깊은 시기에 2018년 4월 27일 판문점「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하였다.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었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양 정상은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을 하루 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과감하게 열어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아 역사의 땅 판문점에서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1.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나갈 것이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온 겨레의 한결같은 소망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절박한 요구이다.
①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이미 채택된 남북 선언들과 모든 합의들을 철저히 이행함으로써 관계개선과 발전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빠른 시일안에 개최하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당국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
④ 남과 북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나가기 위하여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안으로는 6.15를 비롯하여 남과 북에 다같이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여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며, 밖으로는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로 하였다.
⑤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ㆍ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나가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오는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ㆍ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⑥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
2.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나갈 것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위험을 해소하는 것은 민족의 운명과 관련되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며 우리 겨레의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보장하기 위한 관건적인 문제이다.
①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상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이 활성화되는 데 따른 여러 가지 군사적 보장대책을 취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쌍방 사이에 제기되는 군사적 문제를 지체없이 협의 해결하기 위하여 국방부장관회담을 비롯한 군사당국자회담을 자주 개최하며 5월중에 먼저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기로 하였다.
3. 남과 북은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다.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이다.
① 남과 북은 그 어떤 형태의 무력도 서로 사용하지 않을 데 대한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해 나가기로 하였다.
②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하였다.
③ 남과 북은 정전협정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ㆍ북ㆍ미 3자 또는 남ㆍ북ㆍ미ㆍ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④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하였다.
양 정상은 정기적인 회담과 직통전화를 통하여 민족의 중대사를 수시로 진지하게 논의하고 신뢰를 굳건히 하며,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향한 좋은 흐름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 위하여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당면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가을 평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2018년 4월 27일
판 문 점
대 한 민 국
대 통 령
문 재 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김 정 은
(워싱턴=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면서 "그저 프로세스(과정)를 밟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공화당 하원의원들과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논의한 주요 의제는 북한이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고 (북한에 억류됐던) 인질들은 되돌아왔다"면서 "지난 9개월 동안 실험도, 로켓 발사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 "서두르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언급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속도 조절' 입장을 거듭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회담 결과 이행을 위해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것은 수십 년간 계속돼 온 것이지만 나는 정말로 서두르지 않는다"며 "그러는 동안 막후에서 아주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의회 내주 '미러 정상회담 청문회''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북한과 잘하고 있어서 아직 시간이 있다. 수년간 계속된 일인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 3월 북미정상회담을 수락한 이후 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 문제를 '속전속결'식으로 해결하는 일괄타결론을 강조해온 기존 입장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 정상회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이슈에 전적으로 지원을 약속했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할 필요성에 대해 말했고, 러시아는 지지를 약속했다"면서 "푸틴 대통령도 100% 동의했고 러시아가 해야 하는 모든 것들을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우리가 논의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전 세계적인 핵무기 감축"이라며 "그 90%를 가진 미국과 러시아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핵무기는 오늘날 전 세계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시간·속도 제한 없다"…대북협상 속도조절 재확인
트럼프, 대북 '속도조절' 공식화…비핵화 '속도전'→'장기전'
(워싱턴=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프로세스(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으로 하원의원들을 초청,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여전히 제재는 이뤄지고 있고 (북한에 억류됐던) 인질들은 되돌아왔다"면서 "지난 9개월 동안 핵실험도, 로켓 발사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언급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한 '속도조절'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CBS 방송 및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북한과의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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