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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올 여름 이전에 북한에 "칼"빼드나?

아지빠 2018. 2. 21. 08:38






미국, 올 여름 이전에 북한에 ‘칼’ 빼드나?

지난 18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제임스 리쉬 미 상원의원의 발언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리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무력을 사용한다면 이는 코피작전이 아니라 대규모로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며, 사상자와 파괴의 규모는 엄청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회의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공화당 상원의원이 개인적 견해를 밝힌 것일 수도 있지만, 최근 미군의 행보가 제한적 타격 작전이 아닌 전면전을 염두에 둔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리쉬 의원의 주장이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중국과 일본, 러시아 역시 이러한 대규모 전면전에 대비하는 군사적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어 트럼프의 대북 군사 옵션 시행이 자칫 대규모 전면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북·중 접경지역인 창바이현(長白縣) 스바다오거우(十八道溝) 등 5개소에 50만 명 이상의 북한 난민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수용소를 건설했거나 가동을 준비 중이다. 또한 중화권 일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제78집단군 예하 일부 합성여단(보병∙포병∙기갑 제병연합부대)과 무장경찰 병력 등 3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이 국경 지역에 증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전면전 또는 북한 정권 붕괴에 대비한 조치다.

러시아 역시 극동 지역에 Su-34 전폭기를 2배 이상 증강하고, 북한 접경 지역인 프리모리에 지역에 기갑여단을 전진 배치하고 실탄 훈련을 강화하는가 하면, 블라디보스토크 주둔 태평양함대의 초계 활동을 전년 대비 60% 이상 늘리며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은 물론 백악관과 내각의 주요 인사들이 나서서 북한 정권의 반인륜적 범죄와 문제점들을 연일 지적하며 ‘명분 쌓기’에 한창이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 참가를 위해 방한했던 펜스 부통령은 방한 일정에서 두 차례나 故 오토 웜비어 군의 부친을 대동하고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비난했다. 또 평택 제2함대사령부와 천안함을 찾아 북한의 전쟁 범죄에 대해 성토하기도 했다.

미 외교가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UN에서는 최근 후티 반군이 사우디에 발사한 탄도 미사일이 북한제 화성 6호였으며, 중동과 아프리카등지에서 북한의 불법 무기 유통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다.

비트코인 해킹 등 세계 각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와 마약에 대한 문제제기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이러한 세력을 무력으로 응징하기 위한 명분 쌓기다. 미국은 이러한 명분 쌓기와 병행하여 실질적인 전쟁 준비도 거의 끝마쳤다.

먼저 지상군이 조용히, 하지만 대규모로 움직이고 있다. 주한미군 예하 기갑여단 전투단의 순환배치 일정이 조정되면서 당초 1개였던 기갑여단이 한시적으로 2개로 늘어났다. 미군 순환배치는 장비는 그대로 두고 병력만 들어오는데 새로 들어온 병력을 무장시킬 수 있는 전차와 장갑차 등 물자도 이미 준비되어 있다.

경북 왜관 소재 사전배치물자(APS-4)는 새로 창설되는 제16기갑여단 창설 물량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미국으로 보내질 예정이었으나 현재 그 어떤 물자도 외부로 반출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은 최근 한국 근무 장병에게 가족 동반 금지령을 내리는 한편, 훈련이나 부대 움직임과 관련한 그 어떤 내용도 당국 승인 없이는 SNS에 게재하지 말라는 특별 보안 강화 지침도 하달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본토 육군과 태평양육군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사단 전체가 낙하산으로 투입되는 제82공정사단 예하 부대 일부가 오키나와에 전개해 미 해병 제3원정군과 강제진입작전 훈련을 실시하는가 하면, 유사시 신속기동부대로 가장 먼저 투입되는 제25보병사단은 예하 4개 여단이 모두 해외 전개를 앞둔 전투준비태세 점검과 파병 전 훈련을 수행 중이다.

25사단 예하 1스트라이커여단이 알래스카 동북부 소재 웨인라이트 기지에서 앵커리지로 이동했고, 제2여단과 제3여단 역시 예하 부대를 합동준비태세훈련센터(JRTC : Joint Readiness Training Center)로 보냈으며, 제4여단은 북극지역 전투훈련센터에 입소해 혹한기 산악지역 전투 훈련을 수행 중이다.

본토에서는 전후 안정화작전 수행을 위한 제1안보지원여단(1st Security Force Assistance Brigade)이 당초 일정보다 4개월 앞당겨 급히 창설되었으며, 제200헌병여단과 제9원정지원사령부, 제103원정지원사령부 등 예비부대가 소집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예비전력센터까지 가동되기 시작했다.해군력 증강도 두드러진다. 미국은 기존 7함대 항모 전력인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에 더해 최근 칼 빈슨 항공모함타격전단을 7함대에 추가 배치했다. 이뿐만 아니라 유사시 대규모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원정타격전단(ESG : Expeditionary Strike Group)도 2배 증강했다.

당초 1월 말 와스프와 교대해 미국 본토로 귀환할 예정이었던 본험리처드 상륙함은 지난 2월 초부터 오키나와에서 제3해병사단 병력을 태우고 태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상륙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새로 7함대에 배속된 와스프 상륙함은 2척의 상륙함과 2척의 이지스 구축함을 추가로 배속 받아 해외원정작전 편제인 원정타격전단으로 완편되어 일본 사세보에 대기 중이다.

현재 제7함대에는 미 해군 작전배치 함정의 60%에 육박하는 함정이 배속되어 있으며, 이러한 해군력을 지휘하는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바로 얼마 전까지 중동 지역에서 공습작전을 지휘했던 파일럿 출신의 ‘공습 전문가’ 제5함대 사령관 존 C. 아킬리노 제독이 최근 지명됐다.

공군도 바쁘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3종이 모두 비행대 완편 체제로 대기 중이며, 최근에는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이 배치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가데나 기지의 F-35A 전투기는 언제든 고도의 스텔스성을 유지한 상태로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이례적으로 레이더 리플렉터(Radar reflector)를 제거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이들 전략폭격기들은 가데나의 스텔스 전투기 또는 일본 항공자위대, 심지어 호주공군과도 함께 장거리 폭격 및 공중급유 훈련을 지난해 말부터 집중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본토에서는 유사시 한반도 전구에 투입되는 제355전투비행단이 예하 2개 A-10 공격기 대대를 24시간 이내에 해외 긴급 배치하는 고강도 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본토 각지의 합동기지에서는 미 공군 현역과 주방위군 수송기는 물론 예비전력사령부 소속 수송기, 심지어 미 공군 임차 대형 수송기까지 동원되어 일본 북부 치토세 공군기지와 중부 요코타 공군기지에 대량의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는데, 지난 1월 한달간 치토세에 들어온 대형 수송기는 확인된 것만 40편이 넘는다.

치토세와 요코다는 모두 인근에 대형 화물선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이 있으며, 항공자위대 고사군 패트리어트 포대의 보호를 받는 요충지다. 특히 치토세 기지는 지난해 12월 미 해병대와 대규모 상륙/강습 훈련을 실시했던 일본 육상자위대 유일의 완편 기갑부대인 제11여단 주둔지와도 가까워 유사시 미∙일 연합 상륙군의 출격 거점으로 유력한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동향을 종합해보면 미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 코피 작전 이상의 대규모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전쟁 개시 여부는 우리의 의사와는 무관해 보인다. 소련의 혁명가 레프 트로츠키는 “당신은 전쟁에 무관심할지 몰라도, 전쟁은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전쟁에 대비해야 하며, 북한 역시 한반도 전체의 전화(戰火)를 막기 위한 비핵화 노력에 좀 더 진정성을 갖고 나서야 할 때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한반도의 4월은 잔인할까?

‘4월’은 그 자체로 긴장을 준다. 그달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탓이다. 훈련 때마다 북한은 도발로 대응해 왔다. 미군은 핵항모 전단과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전략자산을 괌과 한반도 주변에 배치하고 있고, 북한 수뇌부 타격이 가능한 신형 무인기 ‘그레이 이글’까지 군산기지로 곧 날아간다. 북한이 지난해처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도 발사하는 날엔 미국의 군사 공격마저 우려된다.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짐 리시 공화당 상원의원은 18일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작전은 없다. 무력이 사용되면 문명사상 가장 재앙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는 곧 그렇게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코피 터뜨리기가 아니라 ‘쌍코피 작전’이 준비됐다는 의미다. 상원의원 18명이 6일 트럼프에게 “선제공격 권한이 없다”는 서한을 보낸 것도 백악관의 강경 기류를 감안한 조치다.

‘4월 위기설’은 서울보다 워싱턴이 더 심각하게 본다. 북-미 대화가 시작되면 접촉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최근 사석에서 올림픽 이후의 4월을 걱정했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훈련을 연기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어 보인다. 백악관 기류에 정통한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처럼 군사훈련 연기를 제안하면 트럼프는 한미 동맹에 대해 심각한 회의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도 언감생심 말을 못 꺼낸다. 북한이 북-미 대화로 훈련 연기 명분을 주기만 바라고 있다. 그러면서 군사훈련에 북한이 도발로 대응하지 못할 걸로 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지금 미국과의 대화에 절박한 상황”이라며 “평창으로 대화의 문을 연 북한이 쉽게 판을 깨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 보유를 선언한 것도 추가 도발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의 ‘자기 보호용’ 선언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우리 정부에 불만이다. 미국 정부는 뉴욕타임스의 13일자 ‘미국, 북한에 대화의 문을 열다.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 기사에 대해 우리 측에 항의했다는 얘기도 워싱턴 정가에 돌아다닌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 2명을 인용한 기사였는데, 대화 정국으로 유도한 공을 왜 문 대통령이 챙기느냐는 것이다.

평창에서 김여정을 무시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귀국길에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한 것 역시 남북 대화를 ‘트럼프의 작품’으로 만들려는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해석이다. 펜스는 11일 귀국길 기내에서 워싱턴포스트의 외교안보 대기자 조시 로긴과 만났고, 14일에는 정치전문매체로 영향력이 큰 액시오스의 마이크 앨런 편집장과 만나 대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비핵화가 아니면 의미 없다”고 못을 박고 있다. 공격을 하더라도 중국을 의식해 대화를 거부하지는 않았다는 명분을 쌓으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대화의 문은 열어뒀지만 정책 방향은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국가정보국장(DNI)과 중앙정보국(CIA) 태평양사령부 수장들이 한목소리로 “북핵의 목표는 정권 유지가 아니라 한반도 적화통일”이라고 한 것도 비핵화 협상에 회의적인 기류를 반영한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의회에서 군사 옵션의 명분을 쌓은 셈이다.

트럼프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벼랑 끝에 서 있다. 지금 김정은에게 밀려 의회를 빼앗기면 너무 빨리 레임덕 대통령이 된다. 트럼프는 얼마든지 한반도의 4월을 잔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군사훈련으로 한미 동맹을 지키면서, 김정은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지금 상황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아야 할 정도로 급박하다.

 

박정훈 워싱턴 특파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