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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총정리

아지빠 2016. 9. 27. 10:04




박 대통령 “임기 내 개헌”국회 시정연설에서 깜짝 제안“개헌안 마련하겠다” 주도 의지 권력비리 위기 모면용 비판

국정 난맥과 측근 비리 의혹 등으로 지지율 급락의 위기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개헌’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예상보다 일찍 나온 박 대통령의 승부수에 여야 정치권은 대의명분과 이해관계 등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박 대통령은 24일 2017년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고심 끝에,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저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개헌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임기 내 개헌’ 방침을 명확히 했다. 최근까지도 개헌은 민생 현안 등 모든 걸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며 완강하게 반대했던 태도를 180도 바꿔 이젠 자신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그동안 여야의 많은 분들이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요청했고, 국민들의 약 70%가 개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다”고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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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사이 김종훈 의원(무소속·울산 동구)이 뒤에서 ‘나와라 최순실’, ‘백남기 농민 부검 대신 사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왼쪽은 김성원 새누리당 의원. 공동취재단.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는 사이 김종훈 의원(무소속·울산 동구)이 뒤에서 ‘나와라 최순실’, ‘백남기 농민 부검 대신 사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왼쪽은 김성원 새누리당 의원. 공동취재단.

하지만 박 대통령의 의도대로 임기 안 개헌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우선 시점이 문제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최순실씨 의혹 등으로 청와대가 극도의 수세로 몰린 상황에서 던진 ‘정국 반전용’ 또는 ‘위기 모면용’ 제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게 오히려 개헌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박 대통령이 정부에 헌법 개정 조직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은 여론의 지지를 끌어낼 동력이 부족할뿐더러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회 논의를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개헌안을 직접 마련하겠다는 것 자체가, 개헌을 고리로 남은 임기 동안 정국을 주도하려는 노림수에 가깝다.

임기 초반에 강력하게 추진해도 쉽지 않은 개헌을 빠듯한 일정에 쫓기며 불과 1년 만에 직접 마무리하겠다는 선언 자체가, 지금껏 박 대통령이 보여줬던 일방통행식 국정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개헌에 찬성하는 여권의 핵심 관계자조차 “지금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건 사실상 야권의 반발을 유도해 개헌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정부 주도의 개헌안을 야당이 반대하면, 박 대통령이 국회 책임론을 제기하거나 야당의 발목잡기를 비판하며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일단 꽉 막혀 있던 개헌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박 대통령의 의중 탓에 요지부동이었던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주류들이 본격적으로 가세하게 됐기 때문이다. 개헌과 관련된 국민적 관심이 한층 커지고, 논의 수준 역시 좀 더 깊어지고 다양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최순실 찻집’도 수상한 스포츠사업 진출

최씨 소유 빌딩의 찻집 ‘티알씨’ 두 달 전부터 스포츠 사업 추가

비리 의혹 터진 뒤 이곳도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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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동·독일…신사동에도 ‘테스타로싸’ 최순실씨가 소유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건물 1층 찻집이 ‘테스타로싸’ 카페 입점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갑작스럽게 문을 닫고 23일 방치돼 있다(사진 위). 이 건물 지하에 테스타로싸 카페 물품이 쌓여 있다(아래).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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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60)가 강남구 신사동 본인 소유 빌딩에 ‘세온’이라는 회사를 차려놓고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제2의 ‘컨트롤타워’를 만들려 한 정황이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회사는 찻집으로 운영되는 등 ‘요식업’ 등을 기반으로 하다 불과 두 달 전 ‘스포츠 마케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최씨가 두 재단 설립 전후 국내외에 문어발식으로 비밀회사를 만들어 재단의 이권을 챙기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최씨가 지난 8월 말 ‘강남 아지트’인 논현동 ‘테스타로싸 커피바’(Testa Rossa)를 폐쇄한 뒤 9월 세온 사무실 주소지로 돼 있는 곳에 같은 이름의 고급 카페를 개점하려다 자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돌연 잠적한 사실도 확인됐다.

2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ㄱ씨는 지난 8월 말 강남구 논현동 소재 카페 겸 레스토랑 ‘테스타로싸’에서 “갑자기 문을 닫게 됐다. 잔금을 돌려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ㄱ씨는 이 카페 ‘단골손님’으로 평소 선입금해놓고 커피를 마시거나 샌드위치를 먹었다고 한다. ㄱ씨는 “평소 손님이 많지 않았다. 3층에는 외부인들이 들락날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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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최순실 찻집’도 수상한 스포츠사업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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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의 은행 거래전표에는 8월30일 ‘주식회사 티알씨’에서 5만1100원을 입금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사무실 주소는 ‘강남구 신사동 640-1 건물 102호’로 돼 있었다. 지상 7층·지하 2층 규모의 이 건물 소유자는 최순실씨다.

지난해 4월6일 설립된 티알씨는 올해 8월24일 이름을 ‘세온’으로 변경했다. 최초의 법인 설립 목적은 ‘음식점 커피숍’ ‘체인점, 직영점 및 대리점 운영업’ ‘학원운영업’ 등이었다. 그러나 회사 이름을 바꾸면서 ‘스포츠 마케팅 및 에이전트 사업’ ‘예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로써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전후로 최씨가 국내외에 직간접적으로 세운 비밀회사는 비덱, 더블루K(한국·독일법인), 존앤룩씨앤씨(테스타로싸 법인) 등 확인된 것만 5곳으로 늘어났다.

최씨가 정·재계 인사들을 ‘면담’한 ‘강남 아지트’ 테스타로싸를 지난 8월 말 폐쇄한 뒤 세온 주소지로 옮기려 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이날 방문해 보니 세온 사무실과 사무실이 입주한 빌딩 지하 주차장에는 테스타로싸 로고가 인쇄된 물품박스가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카페용 집기와 커피머신 등이 들어선 사무실은 유리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인근 건물 관리인은 “9월 입주 예정으로 인테리어 공사까지 끝냈는데 추석 뒤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했다.

구교형·송진식·이유진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입력 : 2016.10.24 06:00:08 수정 : 2016.10.24 06:03:55





최순실 PC 파일 보니....‘통일 대박’ 드레스덴 연설 붉은 글씨로 고친 흔적

청와대 파일 200개 JTBC 보도 남북관계 로드맵 ‘드레스덴 연설문’

실제 발언 하루 전 미리 받아봐 다른 연설문도 곳곳에 손댄 흔적

민감한 ‘청와대 비서진 교체건’중앙일보 “정호성 비서관이 전달”

정유라 개명전 이름 ‘유연’ 피시 아이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등을 미리 받아봤다는 <제이티비시>(JTBC) 보도는 충격적이다. 앞서 최씨의 핵심 측근 고영태씨의 “(최순실) 회장이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을 고치는 일”이라는 진술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물증인 셈이다.

■ 발표 전 최씨에게 건네진 44개 ‘대통령 파일’ 24일 <제이티비시> 보도에 따르면, 최씨의 컴퓨터에 보관된 청와대 파일은 모두 200여개에 이른다. 이 중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또는 유세문 등 공식 발언 형태의 파일만 44개다. 이 가운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담은 ‘드레스덴 연설문’(바로가기)도 있었다.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대통령의 연설을 통해 공개된 것으로, 대북관계 로드맵이기도 해서 극도의 보안 속에 내놓은 자료인데, 이를 최씨가 하루 전에 미리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박 대통령이 연설한 시각은 한국시각으로 그해 3월28일 오후 6시40분쯤인데, 최씨가 파일 형태로 누군가한테서 이를 전달받아 열어본 것은 3월27일 오후 7시20분이었다. 해당 문서를 보면, 누군가 붉은 글씨로 수정한 흔적이 나오고 문서정보의 수정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6시33분으로 기록돼 있다. 최씨가 연설문 자체를 받은 시점은 이보다 더 빠를 것으로 추정되며, 누군가가 수정해 이를 최씨에게 보낸 것을 최씨가 열어본 것이라고 방송은 추정했다. 최씨가 받아본 다른 연설문에도 곳곳에 붉은 글씨가 나온다고 <제이티비시>는 전했다(바로가기). 한 연설문에서는 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된 일화가 보완돼 삽입됐고, 특정 부분에서는 표현이 달라지기도 했다. 이들 문서는 적게는 4분, 길게는 사흘 전에 최씨에게 전달됐다.

최씨는 국무회의와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민감한 청와대 내부 문서도 발표 전에 받았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3년 8월5일에 단행한 청와대 비서진 교체와 관련한 자료를 최씨가 받은 건 하루 전날이었다. ‘국무회의 말씀’이란 제목의 문건을 보면, 마지막으로 문서를 열어본 시간은 2013년 8월4일 오후 6시27분으로 돼 있는데, 청와대는 하루 뒤인 5일 오전 허태열 비서실장을 비롯한 비서진을 대거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청와대 인사는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이 새 비서실장으로 등용되고, 정무수석·민정수석 등 10명의 수석비서관 중 4명이 교체된 전격 인사였다. 최씨가 받아본 청와대 관련 문서에는 대통령 주재로 장관들과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인 국무회의 자료도 다수 발견됐으며, 이들 자료 역시 회의가 열리기 전에 최씨가 전달됐다. 예컨대 2013년 7월23일 오전 10시에 열린 ‘제32회 국무회의 주재 자료’의 경우, 최씨는 회의 시작 약 2시간 전인 오전 8시12분 대통령 모두발언 문서를 받아봤다.

■ 청와대 ‘비밀 문건’ 전달자는 누구? 청와대는 물론 대선 후보 시절에도 아무런 직함도 없었던 최씨는 어떻게 이런 자료를 미리 받아볼 수 있었으며, 구체적으로 최씨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청와대 자료의 경우, 누가 최씨에게 이런 자료를 전달했는지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청와대 비서진 교체 내용이 포함된 국무회의 자료를 최씨에게 전달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호성 제1부속실 비서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정씨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중 한 사람으로 박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1998년부터 보좌해온 최측근 참모다. 하지만 최씨에게 전달된 문서는 여러 종류여서 정씨만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 등에 의해 전달됐을 가능성도 크다.

청와대 내부 자료도 수정된 흔적이 보인다고 <제이티비시>는 보도했다. 예컨대, 2013년 10월31일 오전 8시19분에 ‘21차 수석비서관 회의’라는 제목의 문건의 경우 수정 흔적이 역력한데, 이 문서의 작성된 피시 아이디는 ‘유연’이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개명 전 이름과 같다. 이 파일은 다른 컴퓨터에 전달됐다가 수정된 뒤 다시 최씨의 컴퓨터로 돌아온 것이며, 다만 이 파일을 최씨가 직접 고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앞서 최순실씨의 대통령 연설문 개입 의혹에 대해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상적인 사람이면 믿을 수 있겠나,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창곤 선임기자 goni@hani.co.kr등록 :2016-10-24 22:54수정 :2016-10-24 23:29




반경 5㎞안 부동산만 4채…독일 마을에도 ‘최순실 타운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독일에서 호텔과 단독주택 등 부동산을 대거 매입한 게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승마를 하는 딸 정유라씨의 독일 생활 지원을 넘어 독일을 자신의 제2의 활동공간으로 삼으려고 이곳에 ‘최순실 타운’을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들고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최씨의 독일 부동산은 총 4채. 최씨는 우선 프랑크푸르트 북쪽의 작은 시골 마을 슈미텐에 있는 3성급 비덱 타우누스 호텔과 이 호텔에서 50m 정도 떨어진 단독주택을 샀다. 호텔은 최씨가 실질적 주인인 독일 현지 회사 ‘비덱스포츠’(Widec Sports)와 ‘더블루케이’(The BlueK)가 모두 같은 주소지로 등록한 곳이다. 최씨 모녀를 돕는 직원들이 사무실 겸 거주 공간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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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가족이 머문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그라벤 비센베르그가의 한 주택.

호텔 인근 단독주택은 높은 나무와 마당을 끼고 있다. 하지만 거주 공간으로 삼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주택 옆에 사는 주민은 “이 집에서 사람을 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최소 35만유로(약 4억3400만원) 이상 되는 집”이라고 했다. 최씨는 호텔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또다른 단독주택도 구입했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 개 10여마리 등이 거주한 집이다. 옆집에 사는 주민은 “이 집도 적어도 4억원 안팎은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슈미텐에서 5㎞ 정도 떨어진 브롬바흐에도 집을 구입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호텔 인근의 한 주민이 “(최씨 일행이) 마치 부동산을 계속 사들일 것처럼 보였다”고 말할 정도다.

최씨의 딸 정씨 등이 살다가 황급히 사라진 집에 남겨진 물건 중에도 최씨 일행이 부동산을 계속 알아본 듯한 흔적이 남아 있다. 지역 정보 관련 책자에 포스트잇이 두 곳 붙어 있는데 슈미텐 지역 부동산 업자들의 연락처 등이 기입된 페이지다.

프랑크푸르트 북부 슈미텐 지역비덱 호텔·단독주택 3채 등 구입 집에는 지역 부동산 연락처 남아“부동산 계속 사들일 것처럼 보여”정씨 페북엔 ‘오버우어젤에 거주 ’또 다른 집 마련했을 가능성도 최근까지 최씨 집에서 일한 여성“아는 게 없다




”취재진 만남 피해

정씨가 최근까지 자신의 페이스북에 독일 거주지를 프랑크푸르트 북쪽 오버우어젤로 기록한 것도 의문점 가운데 하나다. 지금까지 밝혀진 최씨의 호텔과 단독주택이 있는 슈미텐과 오버우어젤은 숲속에 난 구불구불한 도로를 거쳐 20㎞나 떨어진 전혀 다른 지역이다. 최씨 가족이 오버우어젤에 또다른 집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씨 일행이 오버우어젤에 출현한 모습도 포착됐다. 한 동포는 “10월 초에 오버우어젤 한인식당에 최씨 일행이 왔는데 경호원 같은 건장한 사람들이 식당을 통째로 차단하고 식사를 하고 갔다”고 말했다. 매일 한인 손님들로 북적이는 큰 식당이지만 이날은 신분이 노출되지 않기를 바라는 소수의 최씨 일행을 위해 다른 손님을 막은 것이다. 이 식당의 종업원들은 “단체 뷔페가 있을 때 다른 손님을 받지 않기도 한다”고만 말했다.

최씨와 딸 정씨 등은 최근까지 지낸 슈미텐 등 현 거주지를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돌며 장기전을 준비하는 듯 보인다. 그간 최씨 일행의 집과 호텔에는 한국에서 데려온 정씨 가족의 보모, 최씨와 정씨를 돕는 8~10명의 현지 직원과 40대 중후반의 조선족 여성이 거주했다. 조선족 여성은 직원들의 식사와 청소뿐 아니라 정씨의 집에서도 일을 거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겨레>의 프랑크푸르트 현지 취재가 본격화하면서 최씨 일행은 최근 이 조선족 여성을 집에서 내보냈다. 최씨 가족과 직원들이 흩어졌다가 필요에 따라 모이는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상주하며 밥과 청소를 거들 사람이 필요없어졌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이 조선족 여성 쪽과 접촉했으나 “아는 게 없다”며 극구 만남을 피했다.

독일 한인 사회에는 최씨의 행적과 정씨와 관련된 다른 소식도 흘러다니고 있었다. 한 동포는 “최씨가 프랑크푸르트 인근 도시 5성급 호텔에 거주하며 지내기도 했다”고 전했고, 다른 사람은 “정씨가 여권을 분실했는데 실력자 집안이라서 그런지 초고속으로 발행이 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얘기했다.

최씨 일행이 살던 슈미텐 지역에 국내 언론의 취재가 이어지면서 이웃 주민들도 최씨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큰 듯 보였다. 이 동네에 우편물을 전달했던 독일 우체국 직원은 <한겨레> 기자를 보자, “여기 사는 사람이 돈을 얼마나 탈취한 것이냐?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등록

:2016-10-23 17:56수정 :2016-10-23 21:17






최순실 한마디에…청와대, 대한항공 인사까지 개입

최순실 “프랑크푸르트공항 훌륭한 사람 있더라”청 수석비서관 “ㄱ부장 특별 배려해달라” 청탁 요구 불발되자 재차 “윗분 뜻” 전화… 결국 영전

청와대가 최순실씨의 부탁을 받고 민간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승진 인사에까지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은 처음에는 승진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요청이 거듭되자 어쩔 수 없이 이례적인 ‘영전 인사’를 실시했다.

<한겨레>가 21일 대한항공을 비롯한 복수의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대한항공은 올봄 청와대의 한 수석비서관으로부터 두 차례의 인사 청탁 전화를 받고 지난 6월30일자로 ㄱ 부장을 승진시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처음 전화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근무하는 ㄱ 부장이 있다. 곧 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사람에 대해 특별 배려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대한항공 관계자들은 전했다. 대한항공 쪽은 청와대에서 민간 기업의 인사까지 챙기는 게 이례적인 일이라 개인적인 관심 표명으로 여기고 이 수석비서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요구가 이행이 되지 않자 이 수석비서관은 다시 전화를 걸어 “이 정도 부탁도 들어주지 못하는 이유가 뭐냐”며 “이건 내 개인적인 부탁이 아니라 윗분의 뜻”이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윗분의 뜻’이라는 말에 놀라서, 인사 청탁의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현지 조사를 벌였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승진을 요구한 사람은 프랑크푸르트 지점에 2~3년째 근무하던 사람으로서 최순실씨가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이용할 때마다 편의를 봐주고 친절하게 대해줬다. 국내에서 장관급이 오면 인사하고 의전하는 건 관례이지만 민간인인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그런 대접을 했다. 최순실씨가 ㄱ 부장에 대해 대단히 고마워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매우 훌륭한 사람이 있더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이 됐다”며 “우리로서는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노태강 국장과 진재수 과장을 거명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해 이들이 좌천 인사를 당한 바 있다. 최순실씨는 딸 정유라씨가 지난해 9월께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예거호프 승마장에 머물며 훈련을 시작하면서부터 서울과 프랑크푸르트를 수시로 드나들었으며, 현재도 독일에 체류 중이다.

이후 대한항공은 ㄱ 부장을 프랑크푸르트 지점에서 국내 제주지점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 대한항공 한 관계자는 “프랑크푸르트도 좋은 자리지만 ㄱ씨가 옮겨간 제주지점의 자리는 서울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곳으로 승진 코스”라고 말했다. 실제 ㄱ씨의 전임자는 부장에서 상무보로 승진했다. 그러나 ㄱ씨는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에 사표를 냈고 수리가 된 것으로 확인이 됐다.

대한항공 홍보실은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외부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은 바 없다”며 “ㄱ 부장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만기 근무 후 정기 인사 발령에 따라 제주공항 지점으로 수평 전보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의겸 이정애 고나무 기자 kyummy@hani.co.kr/등록 :2016-10-22 05:01수정 :2016-10-22 11:43




최순실 모녀 묵었다는 독일 슈미텐 가보니…

“남자와 젊은 여자가 유모차 끌고 가”




▲ 최순실씨의 자택으로 알려진 독일 집

최순실씨의 자택으로 알려진 주택. 최근까지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독일 슈미텐 비덱타우누스 호텔에서 40m 정도 떨어져 있다. 2016.10.22.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최순실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의 행방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들이 얼마 전까지 독일의 슈미텐이라는 산골 마을에서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MBC에 따르면 이들 모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의 작은 산골마을 슈미텐에 얼마전까지 묵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르재단의 자금 유입처로 의심되는 페이퍼컴퍼니의 주소지가 있는 호텔 전 주인은 최씨 모녀가 열흘 전쯤 사라졌다고 전했다.

최씨는 이 호텔을 중심으로 50미터 거리에 한 채 그리고 9백 미터 거리에 또 한 채, 또 5킬로미터 떨어진 승마학교 인근의 또 다른 단독주택을 구입하는 등 모두 3채의 집을 사들인 바 있다.

인근 주민들은 열 명이 넘는 한인 남성들이 주로 밤 시간에 최씨 모녀의 숙소를 드나들었다고 전했다.

수시로 종류를 바꿔가며 십여 마리의 개를 키웠고 또한 한 살배기 정도의 아이를 데리고 다녔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 주민은 “한 남자와 젊은 여자가 유모차를 끌고 가는 걸 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이들은 일제히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슈미텐에 많은 부동산과 여러 명의 조력자들을 두고 있었던 만큼 최씨 모녀가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거처를 옮겼을 가능성과 이미 독일을 벗어났을 것이란 관측도 함께 나오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왼쪽부터  최순실.    고영태.   차은택




최순실 게이트 총정리

끊이지 않는 ‘비선 실세’ 논란, 진짜 몸통은 누구?

미르·K스포츠 재단 배후로 지목된 최순실을 주목하는 이유

미르 재단·케이(K)스포츠 재단은 어떻게 기업들로부터 800억원이라는 큰 돈을 모을 수 있었을까요? 박근혜 대통령을 “언니”라고 부른다는 최순실씨가 공공연하게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뭘까요? 뉴스가 쏟아질수록 맥락을 놓치기 쉽습니다. 언제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조선일보 주필이 문제라더니, 느닷없이 최순실씨가 등장한 격입니다. 지난번 ‘정윤회 파문 총정리’를 통해 뉴스의 맥락을 꿰는 보도를 선보였던 한겨레는 이번에도 ‘더(THE) 친절한 기자들’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의 시작과 끝을 가늠해 보려 합니다. 비선 논란의 최종 종착지로 꼽히는 최순실씨는 누구이고, 의혹의 근거는 무엇인지, 왜 갑자기 최순실씨가 등장했는지 촘촘한 맥락을 차근차근 짚어봅니다.

청와대의 ‘비선 실세’ 논란이야말로 이 정권을 관통하는 이슈라 할 만 합니다. 박근혜 정권에서는 유독 “흙 속에 숨은 진주”같은 인물을 발굴해내는 ‘깜짝 인사’가 잦았습니다. 집권 여당 내에서, 행정부에서, 심지어 청와대 내부에서조차도 이유를 모르는 ‘불통’ 행보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공식 라인이 아닌 ‘비선 실세’의 존재를 의심했습니다. 국무총리 인선에 두 차례나 실패한 ‘인사 참극’ 이후, 비선 실세로 정윤회씨가 지목됐던 데는 그런 배경이 있습니다.정씨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을 보좌했던 인물입니다. 그가 막후에서 실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터져나온 것이 2014년 ‘정윤회 게이트’였습니다.

세간에 떠도는 ‘비선 실세론’을 청와대에 보고했던 박관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내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 2위가 정윤회, 3위가 대통령”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정씨의 전 부인입니다.

하지만 최순실(이혼 뒤 최서원으로 개명)이라는 이름은 2년간 물 밑에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보고서에 직접적으로 거론된 인물이 정씨였던 까닭입니다. 2년 만에 최순실씨를 다시 끄집어낸 시발점은, 역시 청와대의 ‘인사 실패’였습니다.

 

진경준 ‘공짜 주식’ 이 불러온 나비효과

7월로 돌아가봅시다. 시작은 68년 검찰 역사상 최악의 비리 스캔들로 꼽히는 ‘진경준 사건’입니다. 7월18일, 진경준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검사장·49)이 현직 검사장급으로는 최초로 구속됐습니다.

진 검사장은 3월25일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156억원을 신고했는데, 이 중 주식을 팔아치워 단 번에 벌어올린 수익이 무려 126억원이었습니다. 재산 증가액으로 치면 공무원 가운데 1위. 일반인은 접근할 수도 없는 넥슨의 비상장주식을 2005년 구입해 상장 후인 2015년 팔아치워 ‘주식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입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성난 여론에 떠밀려 검찰도 수사에 나선 결과, 현직 검사장급 검사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릅니다. 검찰 내에서 ‘검사장급’에 오르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기업으로 치면 고위 임원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검사장 대우를 받는 이는 검찰 조직 내 54명밖에 없는데요, 검찰과 법무부·청와대에 걸친 엄격한 승진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여기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등장합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고위 공직자의 인사 검증을 맡는데요, 검사장 승진 후보 심사를 받는 검사가 업무연관성이 있는 기업의 비상장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데도 민정수석실이 그냥 보아넘긴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 수석과 진 검사장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고, 법무부에서도 비교적 가깝게 근무하며 진 검사장이 승진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는 설이 파다했습니다.

 

■ ‘부실검증’ 우병우 수석 비리 의혹 불붙어

우 수석에 대한 공세의 포문은 <조선일보>가 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7월18일치(월요일) 1면에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5년 전 1326억원에 사줬다’는 기사를 냅니다. 진 검사장이 다리를 놔주어 우 수석 처가의 ‘골칫거리 땅’을 넥슨이 사도록 주선했고, 우 수석은 대신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보유를 눈 감아 줬다는 이야깁니다. ‘부실검증 책임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본격적인 비리의 주체로 우 수석을 지목한 것입니다.

<한겨레>를 비롯한 잇딴 언론의 취재로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과 국회 인턴 특혜, 가족회사 설립을 통한 횡령·탈세 논란, 처가의 농지법 위반 실태, 차명 의혹 땅 보유 등의 비리들이 무더기로 드러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월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왼쪽 둘째)이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선일보가 ‘우병우 때리기’의 선봉에 섰다는 것은 청와대와 보수언론의 ‘밀월’이 끝났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우 수석은 청와대의 ‘실세 수석’이라고 불립니다. 2014년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일할 당시, 정윤회 사건을 ‘일반인의 국정 농단 사건’이 아닌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고 사건을 마무리한 공으로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직후인 2015년, 40대에 사상 최연소 민정수석직에 오르는 파격 인사의 당사자가 됩니다. 우 수석이 검찰 19기 출신인 반면, 동일 선상에서 국무를 처리하는 검찰총장이 당시 14기(김진태 전 검찰총장), 법무부장관은 13기(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라는 점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 청와대는 왜 조선일보에 ‘전쟁’ 선포했나

이처럼 청와대의 신임을 얻고 있는 ‘실세 수석’을 보수언론의 대표격인 조선일보가 정면 공격한 것은, 4월 총선 참패 이후 차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도 청와대가 이쯤에서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보수 세력의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총선 당시 당내 공천에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과 총선 참패 이후 전면개각 요구 등에 침묵하면서 ‘불통’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었습니다. 우 수석이 인사 검증 문제를 비롯한 국정운영 실패를 책임지고 물러서는 선에서 쇄신이 이뤄질 법도 했습니다. 실제로 새누리당 쪽에서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정반대의 강수를 둡니다. 대통령은 21일, 우 수석 비리 의혹이 폭로된 지 3일 만에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집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군 최고책임자의 역할을 다해 나갈 것이고, 앞으로도 국민들을 지켜내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최선을 다해 지켜낼 것입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랍니다.

사실상 우 수석에게 ‘흔들리지 말라’고 주문한 것이죠.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리 의혹들과 숱한 경질설에도 청와대는 침묵으로 맞섰고, 우 수석은 지금까지 민정수석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공직자의 비위를 조사하고 검증하는 민정수석 자신이 수많은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버티기’는 왜일까요. 청와대의 상황 인식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발언은 같은 날 청와대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병우 죽이기의 본질은 임기 후반기 식물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면서 (중략) “우 수석에 대한 첫 의혹 보도가 나온 뒤로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 세력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우 수석 의혹에 대해 입증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즉, 우 수석에 대한 공격을 ‘청와대 흔들기’로 간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일부 언론 등 부패기득권 세력’이라는 말로 조선일보를 지칭한 것이었습니다. 그냥 기득권 세력도 아닌 ‘부패’ 기득권 세력이라는 거론은, 청와대가 조선일보의 어떤 “부패”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를 반격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암시였습니다.

■ 우병우 비리폭로 와중 등장한, ‘재단 비리’

 

조선일보는 이때 우병우의 비리 폭로와는 별개로 또 다른 의미심장한 보도를 내놓습니다. 7월 26일, 조선일보 계열사인 종편 TV조선은 ‘청와대 안종범 수석, 문화재단 미르 500억 모금 지원’ 이라는 보도를 합니다. ‘문화재단 미르’ 라는 곳이 설립되면서 기업들로부터 486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후원받았는데, 사실상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보도였습니다. 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재단 설립과 내부 인사까지 간여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안 수석은 부인했습니다.

이어 8월2일에는 K스포츠 재단에도 380억원을 모아줬다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8월12일까지도 TV조선은 청와대가 두 재단과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 후의 비자금 마련을 위해 ‘일해재단’을 만들었던 것처럼,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권력 비자금을 마련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났습니다. 우 수석이 아닌 대통령 자신 또는 비선들의 비리 문제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타격이 클 수 있는 보도였습니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우 수석 의혹에 가려 이 보도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고, ‘최순실’이라는 키워드도 등장하지 않아 파장이 크지 않았습니다.

 

■ “이석수 나가” 청와대의 ‘반격’

이 때쯤 위기감을 느꼈던 것일까요? 청와대의 반격은 8월 중순 시작됐습니다. 8월16일 청와대는 3개 부처 장관을 개각하며 우 수석을 재신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17일치 사설에서 “검찰은 ‘우병우 비리 의혹’ 왜 수사하지 않는가” “이런 맥빠지는 개각”이라며 실망을 드러냅니다.

 

“이번 개각을 보면 총선 참패 사실을 벌써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 새 대선 후보가 떠오를 수도 없고 결국 재집권도 힘들 것이다.”

-조선일보 8월17일치 사설

그 다음으로 청와대는 내부에서 우 수석의 비리 의혹을 감찰 중이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쳐냈습니다. 17일 저녁 MBC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에게 감찰 내용을 흘렸다’는 보도를 내보냅니다. 조선일보 기자와 이석 특별감찰관 간의 ‘SNS’를 입수했다는 건데요. 이 특감이 조선일보 기자에게 “우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에 대해 조사하고 있고 우 수석이 계속 버틸 경우 특별감찰활동 만기(8월19일) 이후 검찰에 사건을 넘기겠다”고 전했다는 내용입니다. 카카오톡으로 보이는 이 내용을 MBC가 어디에서 입수했는지에도 의혹의 눈길이 갔습니다.

 

8월18일치 동아일보.

<동아일보>도 18일치 보도(사진)를 통해 “감찰 착수 당시부터 우 수석의 사퇴를 전제로 감찰을 진행해 공정성을 훼손”했다며 이 특감을 비판했습니다.

19일엔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항으로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배후에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는지 밝혀져야 한다”(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고, 이 특감을 겨냥했습니다. 일종의 프레임 전환 시도입니다.

 

■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을 건드렸다’

미처 예상하기 어려웠던 전개였습니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 대통령 자신이 대선 후보 당시 친인척이나 청와대 고위간부의 자체 감찰을 맡기겠다며 고안한 것이었고, 이석수 변호사를 특별감찰관으로 선임한 것도 역시 박 대통령이었기 때문입니다. 우 수석 비리 진상규명 요구가 거세진 7월25일 특별감찰이 시작됐지만, 적당한 선에서 무마해 주고 끝나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조사가 ‘청와대가 바라는 선’을 넘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한겨레>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 특감이 우 수석 비리 뿐 아니라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의 모금 비리를 수사하고 있었고,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것입니다.

 

“(청와대가 지난달 19일 이 특감의 기자 통화 내용을 거론하며 ‘국기 문란’이라고 한 데 대해) 그것은 단순히 통화한 사실 자체나 우병우 수석을 감찰한 데 대한 불만의 표출이 아니라고 본다. 특감이 건드려서는 안될 것,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두 재단을 내사한 데 대한 (박 대통령의) 극도의 당혹감과 불쾌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까 이 특감이 건드려서는 안 될 것,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건드렸고, 그래서 청와대의 노여움을 샀다, 여기서 건드려서는 안 될 것이란 바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라는 얘기입니다.

 

■ 검찰·김진태, 조선일보에 ‘부패 언론’ 프레임

이 특감을 쳐낸 청와대는 8월 22일, 조선일보를 향해 가늠쇠를 조준합니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검찰이었습니다.

검찰은 올 1월 대형비리수사를 전담하는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꾸리고 6월 첫 수사를 시작했는데, 대상이 대우조선해양이었습니다. 최대 경제현안인 해운업 부실경영을 파헤친다는 의미도 있었지만, 대우조선해양 비리 문제가 이명박 정권의 핵심인사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이전 정권을 흔드는 수사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로서는 ‘이명박 정권 사정수사’는 일석삼조의 효과입니다. 정권 말기 레임덕에 맞서 기업들을 다잡고, 부패 수사라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도 얻으며,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당내 친박계의 결집을 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을 수사하던 검찰이 8월22일 갑자기 박수환(58)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를 불러서 조사하겠다고 언론에 공표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의 홍보대행사였던 뉴스컴의 박 대표가, 정·재계와 ‘유력일간지 고위간부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를 했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예상하시다시피, 유력일간지란 바로 조선일보였습니다. 기업 사장의 치부를 감싸준 ‘부패언론’이라는 프레임이 잡히면서 조선일보는 주춤합니다. 18일 보도를 마지막으로 미르재단·K스포츠 재단에 대한 TV조선의 후속보도는 끊깁니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임대한 호화전세기와 요트를 이용해 유럽 향응 외유를 다닌 언론인은 조선일보의 송희영 주필”이라고 실명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강성 친박계로 꼽힌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임대한 호화전세기와 요트를 이용해 유럽 향응 외유를 다닌 언론인은 조선일보의 송희영 주필”이라고 실명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강성 친박계로 꼽힌다.

결정타는 여당이 날렸습니다. 26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유력 언론인이 2011년 대우조선으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며 공세를 펼친 데 이어, 대체 ‘유력언론인이 누구냐’는 의혹이 치솟았던 29일 “조선일보의 송희영 주필이 호화요트 접대를 받았다”고 실명을 공개해 쐐기를 박았습니다.

같은 날 검찰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였습니다. 이날 이 특감은 청와대에 사표를 냈습니다. 조선일보는 송희영 주필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이후 조선일보는 ‘쌍둥이 재단’ 보도에 침묵했습니다. 청와대의 완승이었습니다.

■ ‘청와대 왜 저럴까’ 할 때마다 등장하는 ‘비선실세’

여기까지만 봐서는 청와대가 조선일보와의 정면 대결을 불사할 정도로 우 수석을 감싸고 도는 것 같습니다. 비리가 공공연하게 드러난 인물을 민정수석으로 유지하는 것은 여러가지 의구심을 샀습니다. 각종 검증을 맡고 있는 우 수석이 박근혜 정권의 ‘약점’을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돈 것도 이 때문입니다. 청와대의 ‘약점’이라는 것이 ‘쌍둥이 재단’과 관련한 ‘비선’의 존재라는 ‘카더라’도 돌았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질 때, 사람들은 늘 ‘비선 실세’를 의심했습니다. 재단 설립을 빙자해 전경련과 문체부까지 휘두를 수 있는 이 또한 비선실세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정·재계를 중심으로 떠돌고 있었습니다. 바로 박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최순실씨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재단 문제는 국내에선 TV조선 외엔 보도하는 곳이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오히려 외국에 적을 둔 언론인 <선데이저널USA>가 8월18일 “청와대 내부에서 파다하게 퍼지고 있는 소문이 최순실 배후설”이라며 “구체적 증거는 드러난 것이 없지만 정황상 설득력 있게 들린다”고 보도(사진)했습니다. 그럼에도 재단의 배경을 차츰 깊이 더듬어가고 있던 조선일보가 이즈음 후속보도를 중단하면서, 이 두 재단에 대한 국내 보도는 잠잠해졌습니다.

■ ‘최순실’ 배후설 확인한 한겨레의 특종 릴레이

그대로 수그러들 법 했던 두 재단 문제를 ‘메가톤급 이슈’로 부활시킨 것이 바로 <한겨레>입니다. 한겨레 특별취재팀은 9월20일, K스포츠의 이사장을 실제로 임명한 사람이 박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씨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증언과, 실제로 최씨가 재단 인사에 관여한 정황을 확보해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최씨가 체육계의 지인들에게 K스포츠재단의 기획 취지를 설명하며 재단이사장직 등을 제안하고 다녔다는 다수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한겨레 9월20일치.

수백억 재단 출연금을 운영하는 K스포츠 재단의 정동춘 이사장은 체육계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어서 의구심을 샀었습니다. 이 역시 <한겨레> 취재 결과, 최순실씨가 다니는 스포츠마사지센터의 원장으로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씨가 지난해까지 살았던 신사동 집과 이 마사지센터가 불과 50미터 거리에 있다고 하니, ‘동네 사람’을 중책에 앉힌 셈입니다.

특별취재팀은 “신생 재단이 기업 돈을 끌어모으고 대통령 순방에 따라다닐 정도면 정권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고, 그 배후를 의혹 수준 이상에서 취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취재 착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한겨레는 정·재계와 스포츠계까지 다방면의 취재를 한 달 넘게 진행했고 최종 확인을 거친 뒤 9월20일 첫 보도를 내보낼 수 있었습니다.

 

■한겨레가 9월 20~22일 이어간 ‘최순실 배후설’ 확인 보도

‘최순실’이라는 이름은 지금까지 불거졌던 모든 의혹을 맞추는 마지막 퍼즐과도 같았습니다. 기업들이 두 재단에 800억여원에 달하는 돈을 몰아주고, 문체부가 다섯시간 만에 설립 허가를 내줬으며, 전경련이 “자체적으로 기획”했다는 재단에 전경련 출신 이사가 하나도 없는 점 등의 수수께끼가 풀립니다. 한류문화재단인 미르와 흡사한 순서로 설립된 두 번째 재단이 ‘스포츠’ 재단인 것도, 승마선수인 딸의 영향으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최씨와 부합합니다.

 

■ 메가톤급 후폭풍 … 최순실은 누구인가

최순실은 어떤 인물이기에, 박 대통령의 ‘측근 실세’로 꼽는 데 아무도 주저하지 않는 것일까요?

 

최씨는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입니다. 최태민 목사는 70년대 ‘새마음봉사단’을, 80년대엔 ‘육영재단’을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운영하며 ‘멘토’ 노릇을 했던 인물입니다. 최씨는 이때부터 박 대통령을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분을 쌓았고, 10·26 뒤 모두가 권력을 잃은 박 대통령 곁을 떠났을 때도 옆을 지키면서 40년간 고락을 함께 했습니다. 1998년 박 대통령이 정계에 등장했을 때 보좌관이 바로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입니다. 박 대통령의 보좌진인 ‘문고리 3인방’이 구성된 것도 이 때입니다.

문제는 최순실씨가 아무 직위도 없는 ‘시스템 밖’의 인물이라는 점입니다. 공직에 오른 인사가 아니므로 청문회를 거칠 필요도 없습니다.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인물들이 로비를 펼쳐도 국민들이 알 도리가 없습니다. ‘깜깜 인사’ ‘밀실 청탁’이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약한 고리’는 대개 대통령의 친인척이었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때는 차남 김현철씨가 ‘황태자’로 거론됐고,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때는 대통령의 형들이 구설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미혼에다가 동생들과도 1980년대 육영재단 운영권 다툼을 벌이며 사이가 멀어진 박 대통령에게는 최씨가 혈육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얼마나 사이가 친밀하냐구요? 최순실·정윤회 부부의 딸인 승마선수 정아무개씨가 국가대표 선발을 결정짓는 승마대회에서 2위로 밀려난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 승마협회는 문체부의 감사를 받았습니다. 감사 결과가 입맛에 맞지 않았던 탓일까요? 박 대통령은 문체부 장관을 불러 해당 감사를 진행한 문체부 과장과 국장의 이름까지 ‘콕’ 찍어 경질 압박을 가한 사실

최순실씨의 이름이 공론화되며, 야당의 공세도 거셉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변호사로 활동 중이던) 우병우 민정수석의 민정비서관 발탁과 윤전추 행정관의 청와대 입성도 최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전추 행정관은 유명 연예인과 재계 인사들의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다 2013년 3급 행정관으로 청와대 제2부속실에 채용됐는데, 개인 트레이너를 공무원으로 채용했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청와대 인사에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이야깁니다.

최씨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두 재단이 채워졌다는 정황은 추가로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르재단 이사인 김영석씨는 박 대통령이 취임식 당시 입었던 한복의 디자이너인데, 이 주문을 넣은 것이 최씨였다고 합니다. 미르재단의 실권을 쥔 인물로 알려진 차은택 문화창조융합본부장도 최씨와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상 두 재단 설립 배후에 최씨가 있었다는 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두 재단은 창립 초기엔 그럭저럭 이름이 있는 인물들로 이사진을 채웠다가, 나중에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물갈이를 하면서 내홍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 대통령의 분노 … “나요” 뒤늦게 손든 전경련

9월22일 박 대통령은 그간의 무대응 원칙을 깨고, 정면 돌파에 나섰습니다. 그동안 청와대는 한겨레 보도를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무시해 왔습니다.

 

이런 비상 시기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단결과 정치권의 합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복합적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직접적으로 재단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두 재단 논란과 최순실씨의 비선실세 의혹을 두고 ‘비방’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논란을 대통령이 청와대를 흔들려는 공세로 보고 있고 분노가 상당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전경련이 황급히 수습에 나섰습니다. 9월23일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두 재단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것”이며 안종범 청와대 수석과도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는 문화체육 분야에서 기업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수용해 기업들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다.”

“안종범 청와대 수석에게는 두 재단의 출연 규모나 방법 등이 거의 결정됐을 시점에 알렸다. 안 수석은 ‘좋은 아이디어다. 열심히 해 달라’며 격려를 했을뿐 사전 지시는 받은 바 없다.”

“사회적 필요성이 공감되고 논의 과정만 마무리되면 모금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천안함 성금은 사흘 만에 170억이 모였고 1000억이 넘는 세월호 성금도 짧은 기간에 모금됐다.”

하지만 천안함 성금이나 세월호 성금이 당시 가슴 아픈 비극으로 언론의 관심과 전국민적인 성원이 함께했던 것과 견줘, 대다수 국민들은 있는 줄도 몰랐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애초에 미르재단 등이 입길에 오르기 시작한 것도, 두 차례나 거금을 내야 했던 기업들의 ‘볼멘 소리’에서 기인했다는 사실도 간과하는 것입니다. 현재 개별 기업들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자세로 입을 닫은 상태입니다.

 

■ 국무총리 “유언비어 엄단”

전경련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23일, 황교안 국무총리도 “의혹은 누구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의혹제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유언비어, 불법에 해당하는 것은 의법조치도 가능한 게 아니냐”며 압박을 가합니다.

 

이날 저녁, 박 대통령은 이석수 특감의 사표를 전격 수리합니다. 이 특감은 8월29일 사표를 냈는데, 당시만 해도 ‘(특감의 내사정보 유출에 대해) 검찰 조사를 해본 뒤에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버티던 청와대가 한 달이 다 지나 갑자기 사표를 수리한 까닭은 뭘까요? 9월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국정감사에 이 특감을 피감기관증인 자격으로 불러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내사한 내용을 캐물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특감의 사표가 수리된 뒤 민간인 신분으로 증인에 채택하려면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니, 사실상 국감장에 부르기 어려워지는 점을 노린 ‘꼼수’입니다. 사표 수리를 사람들이 비교적 뉴스를 많이 보지 않는 금요일에 했다는 점도 뉴스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처로 보입니다.

■ 최순실 넘어선 ‘창조경제 게이트

일련의 보도가 지목하는 것이 최순실씨 일개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는 향후 거대한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습니다. ‘최순실’로 대표되는 ‘권력형 비리’는 바로 청와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한겨레>가 확보한 두 재단의 법인 등기와 이사록을 보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모은 774억원의 출연금 가운데 80%가 별도의 관리감독 없이 지출할 수 있는 ‘운영재산’이었습니다. 즉 620억원이 재단 운영자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라는 얘깁니다.

제2의 ‘일해재단’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과거 전두환 정부는 아웅산테러 희생자 유족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겠다며 ‘일해재단’을 만들었습니다. 대통령 퇴임 이후를 대비한 ‘전두환 비자금’ 조성 목적이었습니다. 기업들에게서 무려 600억여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는데, 대표적인 5공 비리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8월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안종범 경제정책조정수석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비선”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로 최순실씨가 주목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역할을 따져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청와대가 기업 ‘강제 모금’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정권 말기를 뒤흔드는 권력형 비리 추문으로 거듭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권 내내 ‘창조경제’를 부르짖었고,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화답하겠다며 탄생한 재단이 실은 기업들로부터 비자금을 받는 수단이 될 수 있다니요. “독재 시절의 부정부패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창조경제 게이트’라고 불러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