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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슬픔.분노.비참함

아지빠 2014. 4. 22. 01:21

 








 

 

세월호 슬픔 틈 타 이런 짓을, 국가도 아니다

[주장] '세월호'와 함께 대한민국도 침몰했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나는 무기력증에 빠져들었다.

사고 이후 아침과 저녁, 어제와 오늘의 언론보도에는 생존자 구조 소식은 없고 차가운 주검들의 소식만 들려온다. 그런 와중에 전 국민을 해양학 박사라도 만들려는 듯 전문가들이 나와 갑론을박을 하고 있다. 사후약방문, 뒷북치기에 불과하다. 이런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자괴감에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이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뿐이다. 아무런 전문성도 없고, 게다가 진실성조차도 없다. 사고 초기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오보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 명의 희생자도 없게 하라'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점수를 따려던 속내는 속절없는 것이 돼 버렸다.

사고 이후, 생존자를 어떻게 구조할 것인가에 집중하기보다, 누구의 잘잘못인지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누구에게 이 책임의 올가미를 씌울 것이며, 자신들은 어떻게 빠져나올 것인지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지금도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용할까 에만 여념이 없는 정치권의 모습과 인간의 주검 앞에서조차 그들을 조롱하는 사회현실을 보면서 환멸을 느낀다.

먼저,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그곳을 방문했다는 것만으로 당신들의 무능함이 면피될 것으로 생각하는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행보를 해야 표를 더 얻을까에 연연하지 말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처럼 "내 지역구가 아니라서 힘이 없다"는 식의 허튼짓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현장봉사를 하려는 마음을 가진 정치인들은 없는가?

그러면서 국민의 머슴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허튼소리로 국민에게 표를 구걸하는가? 그 많은 정치인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국민의 혈세로 떵떵거리며 살아가면서도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인들. 이번 세월호 참사조차도 표 구걸에 어떻게 이용할까 골몰하는 정치인들이 판을 치고 있으니, 이런 대참사 앞에서 무능함의 극치를 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

다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지난 대선 국가기관의 불법선거개입으로 대통령직에 앉았으면서도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듯 불법을 저지른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대선 당시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쏟아낸 공약들을 휴지조각처럼 여기는 대통령. 간첩 조작 질을 해대는 국정원 수장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리조트 건물 붕괴로 대학생들이 죽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고는 정작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어찌 이리도 무능할까.

미사여구만 늘어놓고 오로지 지지율만 믿고, 불리하면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밀리고 밀려야 겨우 사과나 하는 대통령을 어찌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 등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발 말대로 좀 해 달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달라. 그 지위고하를 막론하고에 대통령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고의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일베충과 막말을 쏟아내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실종자들과 그 가족과 이번 사고 때문에 아파하는 이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막말을 하는 이들은 도대체 제정신인가 묻고 싶다.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실종자 가족 중에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이들이 있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유언비어를 날조했다. 일베충들은 실종자들을 '유족충'이라고 비하하고,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의 아들이라는 이는 실종자들의 행위가 미개하다며 훈수를 둔다.

이런 막말들은 실종자 가족에게만이 아니라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국민 모두에게 비수를 꽂는 일과 다르지 않다.

참담하다. 반백 년 이상을 이 나라에서 살아오면서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이 이토록 부끄럽고, 통탄한 때는 없었다. 세월호의 침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미 대한민국은 침몰 당하였는데, 그 위급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세월호 사고에도 이렇게 절절 매고 우왕좌왕하는 정부가 위급한 상황에서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선장처럼 다 버리고 저만 살겠다고 하지 않겠는가?

14.04.21 17:17l최종 업데이트 14.04.21 17:17l김민수(dach) 오마이뉴스

 

 

 

 

고등학생들의 분노 "이보다 더 비참할 순 없다"

광주 고등학생들이 단원고 친구들에게 띄우는 편지

온 나라가 정적에 휩싸였다. 뉴스는 침통한 소식뿐이고, 방송은 웃음을 잃었으며, 스포츠 경기는 생기를 잃었다. 모두가 할 말을 잃은 채 입을 꾹 다물었지만, 가슴 속에선 분노가 응어리진 채 스멀거리고 있다. 고장 나버린 대한민국은 어느덧 '괴물'이 되어 애꿎게 수백 아이들을 제물 삼아버렸다. 세월호 참사의 본질이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원인으로 지목되는 '안전 불감증'과 늘 허둥대다 되레 피해를 키운 '무능한 정부'라는 말은 이제 식상할 정도가 됐다. "언제는 안 그랬느냐"며 국민들 사이에 기대를 접은 지 이미 오래다. 고장 난 우리 사회에서 올 초 경주 마우나리조트 건물 붕괴 사고는 예고편에 불과할 거라던 한 지인의 우려는 예언이 됐다.

시나브로 정적은 분노로 변했다. 목숨을 잃었거나 실종된 이들의 유가족이야 더 말해서 무엇할까마는, 이번 참사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은 누가 뭐래도 희생된 또래의 학교 아이들이다. 학교마다 중간고사를 코앞에 둔 시기지만, 솔직히 수업을 진행하기가 힘들다. 참사와 수습 상황을 실시간 접하고 있는 아이들의 동요 때문이다.

기성세대 향한 분노에 휩싸인 학교...수업 진행 힘들어

교실 안은 정부와 기성세대를 향한 분노의 공기로 덮였다. 아이들은 자기 또래 친구들이 왜 침몰하는 배 안에 갇혀 죽어야했는지를 비통해하고 있다. 잘못은 어른들이 저지르고, 책임은 아무런 죄 없는 아이들이 져야하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또래 친구들이 불의의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 기성세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이라 규정하고 있다.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검은 리본 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아침 명상 방송을 통해 0.01%의 기적을 바라는 기도를 하고, 산 이와 죽은 이들 모두와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들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수그러들 줄 모르고 쌓여만 가는 응어리진 분노다. 어떻게든 분노의 조절이 필요하다. 이러다간 TV로 사고를 지켜본 아이들조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

수업을 하다말고 아이들에게 편지지를 돌렸다. 그렇잖아도 참사 수습 진행 상황을 물으며 흥분하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하느라 수업이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고, 답변을 거듭할수록 아이들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비록 계획에도 없던 즉흥적인 것이긴 했지만, '손 편지 쓰기'로 그들의 분노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단원고 친구들'에게 편지쓰기...그 내용에 '참담'

대상은 '단원고 친구들'로 했다. 목숨을 잃은 아이든, 구조된 아이든, 학교에 남은 1학년과 3학년 아이든, 다가가 위로해주고 싶은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보자고 했다. 편지를 한 줄 한 줄 정성껏 써내려가다 보면, 끓어올랐던 분노도 어느 정도 가라앉고, 더불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수성도 커질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이내 아이들은 차분해졌고, 종이 위에 볼펜 긁히는 소리만 들렸다.

그러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아이들은 말이 아닌, 글로 응어리진 분노를 쏟아냈다. 욕지거리도 곳곳에 등장할 만큼 표현에 거침이 없었다. 차분히 건네는 위로와 공감의 말 대신, 모두가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대한민국이 싫다'는 식의 글들로 가득했다. 그것은 차라리 정부와 기성세대를 향한 적개심이었다.

일부 편지글 내용을 여기에 그대로 옮겨본다.

 

"이보다 더 비참할 순 없다. 우리나라 ×같다."

"그 많은 승객들을 내팽개치고 달아난 선장이라는 ×은 사람도 아니다."

"그 많은 구명정은 데커레이션? 겉모양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곪아터진, ×같은 우리나라."

"당장 구조작업도 못할 거면서, 세월호 주변에 온갖 배들은 왜 띄워놓은 거지? 능력도, 대책도, 의지도 없는 쓰레기 정부야! 구조작업을 차라리 어민들에게 맡겨라."

"누구를 원망하나.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게 죄다."

"그 많다던 생존자가 한꺼번에 실종자로 둔갑하다니요? 지금 장난해요? 썩어문드러진 정부!"

"부모 잃고 구조된 가엾은 6살 꼬마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다니요. 왜 기자들을 '기레기'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아요. 오늘부로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했어요."

 

차마 읽기조차 어려운 섬뜩한 표현도 많았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분노의 절정은 '선장'에게로 모아졌다. 수합된 백여 장이 넘는 편지글 중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선장'에 대해 분노하지 않은 건 단 하나도 없었다. "미로 같은 통로와 비상구를 알려주고나 도망치지"라는 글부터, "승객들은커녕 자신의 명령만 기다리던 승무원들조차 죽음으로 내몬 ×"이라며,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만큼 아이들에겐 충격적이었던 거다.

그가 피의자로서 법적 처벌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그들로 인해 우리 교육은 가치관의 혼돈을 겪으며 적어도 희화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기성세대가 무슨 낯으로 미래 세대인 아이들 앞에서 정의롭게 살아가라고 가르칠 수 있겠는가.

정부에 대한 불신, 정부는 알까

편지글에 담긴 아이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했다. '꿈과 끼를 키워달란 이야기 안 할 테니까, 그냥 죽지 않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만 해 달라'거나, '임금 행차하듯 사고 현장이나 분향소에 사진 찍으러 다니지 말라'는 조롱이 넘쳐났다. 수백 명이 죽고 실종된 대참사에도 변함없는 정부 관료들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아이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기관에서 제대로 점검했다면 구명정이 '장식품'으로 전락할 일은 없었을 거라고 가슴을 쳤고, 통합적이고 효율적인 재난 대비 체계가 갖춰져 있었다면 이렇듯 구조작업이 혼선을 빚진 않았을 거라며 분노했다. 만날 같은 점퍼 입고 청와대 지하벙커에 모여 회의만 하면 뭐하나, 막상 재난이 벌어지자 어찌할 바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부의 무능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선장에게서 정부와 어른들의 모습을 보게 돼요. 입만 열면 안전과 효율, 원칙과 책임을 외치던 어른들은 다 꽁무니를 빼고, 순진하게 어른들을 믿고 따른 아이들만 죽은 거잖아요. 입으론 다 공자님이고 예수님이죠. 이젠 어른들 말 곧이듣는 친구들 거의 없을 걸요."

"죽거나 실종된 350여 명의 아이들 중 자기 자식이 있었대도, 과연 선장이 도망치듯 먼저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에게 아이들은 안전하게 모셔야 할 '고객'이 아닌, 그저 돈이나 벌어 주는 '남의 자식'일 뿐이었던 거죠."

들끓는 분노에 정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뒷북을 쳤다. 이쯤 되면 무능하다기보나 어처구니없다는 표현이 차라리 더 적확할 듯싶다. 아이들조차 하나같이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다. 가면 되레 구조작업에 방해만 되는, 장관과 총리, 그리고 대통령의 사고 현장 방문, 늘 사후약방문인 관련자 엄벌 조치, 그리고 수학여행 등 체험학습 전면 보류 방침이 그것이다.

이 '낡은 레코드판' 같은 일련의 사후 조치를 예상 못한 국민들은 없을뿐더러, 또 들어야하는 것만으로도 괴롭다. 이태 전 해병대 캠프 사고 때도 그랬고, 얼마 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때도 그랬다. 그러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아무런 반성과 변변한 대책도 없이 다시 슬그머니 제재 조치가 풀리는 걸 늘 봐오지 않았나. 차이라면 고작 대통령의 방문 여부 정도다.

그래도 희망한다 "제발 살아 돌아와라. 이렇게 울며 부탁한다"

요컨대, 이번 참사는 그 피해 규모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가치관 전도와 교육의 근간을 뿌리 채 뒤흔든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기성세대로서 참담하고 미안한 마음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업시간 아이들의 교사를 바라보는 눈빛이 사고 발생 전과 후로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끼게 된다. '이게 나라냐'는 분노의 눈빛 앞에 나는 죄인이라도 된 듯 움츠러들었다.

끝으로, 이곳 광주의 고등학생들이 목숨을 잃었거나 실종된 또래의 안산 단원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담긴 눈물겨운 메시지를 소개한다. 부디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며, 이번 사고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명복을 빈다.

"나 수영 잘 하거든! 지금 당장 달려가 너희들을 구해내고 싶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친구들아 미안하다."

"하필이면 배 위에서 생일을 맞았다는 반장. 너의 리더십과 헌신적인 행위에 감동했다. 너를 닮아 열심히 살게."

"너희들과 연락이 안 되는 건,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닳아서, 요금이 다 돼서라고 믿고 있다. 그렇지?"

"구조돼 돌아온 친구들아 제발 울지 말라. 친구들의 마음이 더 아플 거야."

"복된 부활절, 그러나 조금도 기쁘지 않다.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너희들을 위해 기도할게."

"제발 기적이 일어나길. '기적'이란 말은 이럴 때 일어나라고 만들어진 단어다. 제발 살아 돌아와라. 이렇게 울며 부탁한다."

14.04.19 13:47l최종 업데이트 14.04.19 19:43l서부원(ernesto) 오마이뉴스

 

짐이 곧 국가’…다만 ‘국가 개조’에선 빠지겠소

사과의 골든타임 놓치고 ‘안락의자 사과’ 비판받는 대통령,

사과 내용에서도 행정부 수반이라기보다 국가원수로서의 인식만

사과의 골든타임 놓치고 ‘안락의자 사과’ 비판받는 대통령,

사과 내용에서도 행정부 수반이라기보다 국가원수로서의 인식만

“온몸에 수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쇼크를 받았다. 날카로운 칼이 심장 깊숙이 꽂힌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눈앞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①)

“가슴에 송곳이 박힌 것처럼 아파서 잠들 수가 없었다. 악몽에 쫓기고 있는 것 같았다. 밥알이 모래알처럼 느껴져서 넘길 수가 없었다.”(②)

수만 볼트의 통증이 세월호 참사 가족들의 심장에도 똑같이 꽂혔을 것이다. 이 글은 박근혜 대통령이 자서전(<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 1974년 모친(①), 79년 부친(②)을 잃은 심경을 적은 것이다. 어찌 보면 그는 실종자 가족·유족의 애통함에 누구보다 한두 발짝 더 다가갈 수도 있었다.

무슨 사과를 예고하면서 하느냐

유족들은 분향소로 들어온 ‘대통령의 조화’마저 바깥으로 치웠다. 시민들은 분향소에서 한 할머니의 손을 잡은 대통령의 위로가 ‘사진화보용 연출’이라 의심했다. 대통령은 4월29일 국무회의에서 안락의자에 앉아 “죄송하고 마음이 무겁다”고 비공개 사과를 했다. ‘안락의자 사과’는 ‘상대에게 직접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빈다’는 사과의 오랜 개념을 어지럽혔다. “살릴 수 있는 아이들을 죽인 정부”라는 ‘대통령 책임론’도 진정시키지 못했다. “(시민과 유족들이) 가식적인 사과로 여기고 있다. 오히려 이런 사과는 분노를 일으키는 폭력으로 봐야 한다.” 심리학자 김태형씨의 말이다. 대통령의 언어와 태도가 수습과 결집의 힘이 되기보다, 통증을 불러오는 칼과 송곳이 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황금시간)을 놓치더니, 사과의 골든타임도 놓쳤다는 비판이 많다. 아이들을 건져올리지 못한 책임이 있는 국무위원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사과라고 내놓은 발언은 참사 14일 만에 나왔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대통령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증가하는 데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 메디치미디어 주간의 얘기다.

“대통령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려면 첫째 솔직하고, 둘째 진실해야 하며, 셋째 반성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놓쳐서는 안 될 하나는 자신을 그 사안의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빠지면 안 된다. 박 대통령의 일련의 발표를 보면 자기는 없고,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얘기할지 잘 다듬은 말과 ‘대통령 박근혜’만 보인다. 이건 과거 권위적인 대통령들의 방식이다. 대국민사과를 (사고 수습 이후) 다시 할 거라는 얘기도 나오더라. 무슨 사과를 예고하면서 하는가. 대통령이 자기 책임으로 통감했다면 지금 느끼는 마음 그대로, 즉각적으로 했어야 했다. 표현이 거칠면 좀 어떤가?”

박 대통령이 4월29일 분향소에서 유족들의 울분과 마주했을 때조차 “이거(조문) 끝나고 국무회의가 있는데 거기에서…”라며 피해선 안 됐다는 것이다. ‘제 책임입니다’라고 대통령을 ‘1인칭 화법의 주어’에 갖다놓고,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십니까’라고 유족의 고통을 현장에서 위로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하지현 건국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지금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고 했다.  

‘현재의 책임=대통령’ 고리를 끊으려 

대통령이 ‘나’와 ‘나의 책무’를 분리하고, 위에서 관조하는 현상이 짙어진다는 우려도 높아진다. 그는 4월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월호 선장과 공무원을 질책하며 자신을 심판자·해결자 위치에 올려놓는다. 4월29일 국무회의에선 “잘못된 적폐, 잘못된 관행”들을 바로잡지 못해 “한스럽다”고 했다. ‘생존자 구조·사고 수습에 대한 현재의 책임=대통령’이라는 등식의 고리를 끊으려 한다.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인데, 국가원수로서만 인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하지현 교수)는 것이다.

한국심리운동연구소장인 김윤태 우석대 교수는 “본인과 일반 사회현상을 분리하며 (사회현상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은, 왕과 봉건주의 시대 영주들한테서도 나타나던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유신시대에 아버지(박정희)의 통치를 봤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자신이 퍼스트레이디로서 유신시대 정점에 있었다. 당시 자신이 교육받은 것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다. ‘나는 옳다. 내가 결정한 것은 맞다. 내가 문제를 미리 알았다면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나라를 나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는 자기 확신이 강하다. 그래서 합리적인 문제제기마저 대드는 것처럼 여기면서 자신의 생각에 반대하면 나쁜 것으로, 찬성하면 선한 것이라는 자기중심적인 선악구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29일 세월호 참사 분향소에서 조문을 온 할머니와 만나고 있다. 시민들은 청와대가 일반 조문객 할머니를 유족으로 가장해 사진 촬영을 연출했다고 의심했다. 이런 의심은 정부를 향한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충성파인 측근그룹과 장관 등 공신그룹을 구별해 다루고 있다고도 보았다.

“측근그룹은 절대적인 힘을 가진 사람(대통령)에게 충성하고, 대통령은 그들을 통해 ‘내가 맞다. 내 권한은 누릴 만하다’고 느낀다. 대통령과 측근그룹이 서로에게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다. 공신그룹은 다른 그룹이다. 이들은 대통령을 왕처럼 떠받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을 통해 자신의 권력이 유지되는 사이다. 그래서 대통령도 이들에게는 날카롭게 비판하고, 필요하면 사퇴도 시킨다. 조선시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측근의 충성을 통해선 자신의 권한과 존재 이유를 확인하고, 대통령 권력과 공생관계인 고위 공직자들을 질책하는 것으로 ‘문제적 관료’들과 자신을 분리해 대통령의 제왕적 위치를 다지려 한다는 얘기다.

나르시시즘의 특성도 엿보여

심리학자 김태형씨는 박 대통령이 강한 듯 보이지만, ‘공개적 사과 기피증’이 오히려 유약한 심성 탓이라고 보는 쪽이었다.

“마음의 힘이 강한 사람이 아니다. 대인 접촉을 꺼리고, 공개토론도 잘 안 하려 하지 않나. 소통할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대개 마음의 힘이 약하다. 잘못했다고 인정하면 자기가 붕괴될지도 모른다고 느낀다.”

그는 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는 부모의 죽음이란 비극을 겪은 이후, 세상을 향한 방어 심리가 강해진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뒤, 자신을 향한 비판도 잘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커지면, 비판에 대해 과잉 대응을 하게 된다.”

그는 박 대통령이 ‘자기애(愛)·자기과시’에 빠진 나르시시스트라고 볼 수 없지만, 최근 국정운영에서 나르시시즘의 특성이 일부 엿보인다는 우려를 표했다. 보통 나르시시즘을 가진 이들은 정당한 비판일지라도 적대적인 공격으로 간주하거나, 자기중심성과 합리적 판단의 왜곡,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세상은 과소평가하는 특성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4월29일 국무회의에서 ‘나의 책임’을 한 번도 거론하지 않고, ‘국가 개조’를 주문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지도자의 변화는 거부한 채, 사회 시스템·국민의 정신구조까지 일괄적으로 바꾸겠다는 위압적 태도로 읽힐 수 있어서다.

강창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가 개조는 일본 우익과 국가주의자들이 쓰는 용어”라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강원국 주간은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 강한 용어를 찾으려 했을 것이다. 강한 용어는 (어떤 말을 인위적으로 사용하는) 조어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과거 김영삼 대통령이 아들 현철씨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식의 잘못은 애비의 허물’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에게 돈이 흘러들어오지 않았는데도 최도술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비자금 사건이 불거지자, ‘입이 열 개라도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제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민의 불신에 대해 (대통령의)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강한 용어는 조어가 아니라 마음의 울림에서 나오는 것이다.”

대성찰이 함께 진행돼야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가 개조’ 용어의 사용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정부를 향한 불신부터 대통령이 걷어내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우리 사회의 틀을 점검하자는 차원에서 국가 개조라는 말을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나오게 된 구조적 원인과 책임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국가 개조라는 화두만 던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공허하게 끝날 수 있다. 국민 개조를 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대통령부터 오늘의 현실에 대해 책임지고, 반성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또 양적인 성장을 중시하고, 사람의 안전과 인간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 대한 대성찰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국가 개조가 아니라, 대통령의 인식 대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하지현 교수는 대통령이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했다. 

“소통은 ‘저 사람들은 내가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도 반대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경우에 따라 내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저런 식으로 나를 받아들일 수 있구나’라고 인정하는 데서 소통은 시작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니까’가 아니라 그가 말하는 의도와 거품을 걷어내고, 상대가 얘기하는 ‘콘텐츠의 팩트(사실)’를 읽어야 한다.”

상대의 격앙된 감정을 차분히 걷어내면, 분노한 ‘사실’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국 주간은 “우리 사회가 더 높은 수위의 국민참여와 국민소통을 원하는 쪽으로 물꼬가 터졌는데, 박 대통령은 반대로 대통령의 권위는 내려놓지 않으면서 왕 같은 제왕적 사고를 하려 한다. 국민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기 어렵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억울할지도 모른다. 내가 왜 불통이냐면서. 그런데 국민은 이 둘의 미묘한 차이를 잘 알고 있다.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과 상의하면서 국정을 이끌어가려고 하느냐,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삼고 국민을 끌고 가려 하느냐.”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박 대통령은 “누가 내 등에 비수를 꽂아도 그만큼 아프지 않을 것이다”던 부모의 죽음 이후 청와대를 나와 불경·성경, <정관정요> <명심보감> 등을 읽으며 마음의 멍울을 가라앉혔다고 떠올린 적이 있다.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써 자신을 책망한다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라는 <명심보감> 구절도 적고 다니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고 한다.

그는 1998년 4·2 재보궐선거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서 했던 첫 발언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국민과 아픔을 함께하는 정치가 구현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시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주문하는 것도 그런 것들이다. <명심보감> 구절과, 국회의원으로서 첫 발언한 그때의 다짐 같은 것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2014년5월03일

 

(필요한 매뉴얼은 ‘헌법’)

수첩에 적고 다니며 새기십시오

세월호 참사 이후 시민들이 ‘대통령의 자격’을 묻고 있다. 눈앞에서 아우성치는 수백 명의 생명을 구하는데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고도 말한다. ‘사람들을 죽인 정권’이란 격앙된 외침까지 터져나온다.

막대한 권한을 몰아준 대통령은 권한의 크기만큼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 헌법은 대통령이 임기 5년간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임무를 친절하게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선서할 문구까지 제시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이 수첩에 적고 다녀서라도 잊으면 안 될 책무의 첫 번째로, 헌법 준수를 들고 있다. ‘준수’는 ‘(헌법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라’는 뜻이다.

그 헌법은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적고 있다.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 이는 ‘불가침’으로 존중받아야 할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그래서 헌법은 제34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재차 강조한 뒤, 6항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국가에 부가한다.

헌법은 배에 갇힌 학생들이 허망하게 가라앉지 않도록, ‘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국가가 꺾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명령한다. 제30조는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혹여 실종자 가족·유족 앞에서 다리를 벌리고 의자에 앉아 컵라면이나 먹지 않도록,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제7조)는 복무자세를 강조한다. 여기서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1조 2항)고 헌법이 정의한 ‘국가와 주권의 주인’을 일컫는다.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임동욱 부소장(한국교통대 행정학과 교수)은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자격은 헌법수호다. 자유민주주의·주권재민(주권은 국민에게 있다)을 지켜내는 것이고, 여기에는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게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개인적인 자질·능력 5가지에 도덕성·민주성·정책능력·인사관리·위기관리가 들어간다. 현대사회가 위험사회가 되면서, 리더십의 차별성은 위기관리 능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위기관리에 실패하면 정부 신뢰에 위기가 오고, 그건 대통령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2월25일 취임식에서 헌법 제69조가 주문한 대로 선서를 했다. 재난에 대처하는 ‘유형별 매뉴얼을 다시 만들라’고 질책한 박 대통령에게 정작 필요한 행동지침(매뉴얼)은 ‘헌법’에 이미 들어 있다.

본TV, 처절한 사투 세월호 침몰 재구성 "눈물 나서 못 보겠다"

후지TV 시사프로그램 세월호 생존자·관계자 증언, 영상 분석 재연 방송 반향

“왜 우리들이 그렇게 된 건지 알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아무리 법정에 서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요. 저는 다른 나라의 힘을 빌려서라도 어떻게 하고 싶어요”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박윤아(17·가명)양은 일본 후지TV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후지TV 시사프로그램 <MR SUNDAY>가 지난 21일 '세월호의 침몰의 진실' (유튜브 영상 링크. 영상 아래 자막 아이콘 클릭하면 한글로 볼 수 있습니다. )이란 제목으로 세월호 사고를 조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방송은 생존자 학생을 인터뷰하고, 증언을 바탕으로 세월호 침몰 당시 있었던 상황을 재연했다. 후지TV는 또한 침몰 당시 11개 선내 영상과 사고 상황 275장의 사진, 관계자 72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세월호 사고를 분석했다. JTBC 등 일부 언론에서 생존자 증언을 바탕으로 한 보도가 나왔지만 사투를 벌이는 생존자들의 증언으로 세월호 사고를 재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방송에서는 구조 당시 해경의 모습까지 담겨 있어 구조당국의 허술한 대응도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지TV 카메라 앞에 선 생존자 학생들은 한국 정부와 언론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면서 지지부진한 세월호 진상규명 작업에 대한 비판이 일고 특별법 제정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그램 진행자 미야네 새이지는 단원고 생존자 학생 3명이 사고 후 5개월이 지났지만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아 일본 미디어의 취재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은 독점 입수했다는 세월호 출항 직전 모습으로 시작된다. 박윤아(가명)양과 이수연, 유미지양은 수학여행 1개월 전부터 아이돌 그룹의 댄스를 연습했다. 그리고 여행 출발 당일 오후 4시 세 친구는 고속버스 안에서 장기자랑을 할 생각에 환하게 웃었다.(실제 사진)

하지만 인천항 터미널은 가시거리가 800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안개가 짙었다. 세월호는 하지만 밤 9시에 출항을 했다. 당일 출발하려는 10척 중 출항을 결정한 것은 세월호가 유일했다. 최승필씨는 후지TV와 인터뷰에서 "학생을 태우지 않으면 적자가 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학생을 태우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후지TV는 또한 세월호 안전점검보고서를 입수해 허용된 적재량의 3배 가량을 세월호가 적재한 사실을 전하며 "이익을 우선하기 위한 중량 오버"였다고 보도했다. 또한 과적에 따른 눈속임을 위해 바닷물의 추 역할을 하는 평형수를 버린 장면도 재연했다. 오후 10시경 단원고 학생들이 실제로 촬영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 때도 아직 안개가 짙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한 시간 전인 오전 8시경 윤아양은 친구들과 아침식사를 하면서 "도착이 얼마 안 남아서 식사를 끝내고 좀 더 잘까라고 모두들 말했어요"라고 전했다.

그리고 사고 발생 직후인 8시51분 세월호는 좌현으로 급격히 45도로 기울었다. 후지TV가 보여준 실제 영상에선 배 창문에 달린 커텐이 45도 기울어져 있다.

또다른 생존자인 단원고 학생 김한성(17·가명)군은 "많은 사람과 물건, 자동판매기까지 미끄러져 떨어졌어요. 기절한 사람이나 뼈가 부러진 사람도 있었어요"라고 증언했다.

한성군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재연 영상에 한성군은 세월호 창밖으로 콘테이너가 떨어진 모습을 보고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한다. 8시55분경 사고 당시 동영상에도 한성군이 본 목격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하지만 동영상 속 단원고 학생들은 긴장한 목소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난을 하는 모습이다. 후지TV는 "위험한 상황일수록 공포심을 피하려고 그것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려는 정상성 바이어스"라고 지적했다.

다른 방에 있었던 윤아양이 사고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세월호 창문 밖으로 사람의 신발이 바다에 떠다니는 장면을 보기 시작하면서였다. 윤아는 "갈수록 창문이랑 바다가 가까워지고 있었어요, 야 저거 사람 신발 아니냐고 하니까 모두가 일제히 전화나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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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해사와 기관장이 구조를 기다리며 담배를 피고 캔맥주를 마시는 재연 장면

단원고 학생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을 당시 조타실에 있던 선장과 선원들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세월호 전속 가수였던 필리핀 여가수 산드라는 침몰을 예감하고 비상구가 있는 조타실에 들어갔더니 '절망적인 광경'을 봤다고 진술했다.

산드라는 "선장은 몸을 떨면서 매우 긴장한 상태로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고 있었고 다른 선원들도 패닉 상태로 아무래도 냉정한 판단을 하기 어려워 보였다"며 "제가 구명동의를 입은 것을 보고 선장은 승객들한테 구명동의를 입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그들은 자기들이 구조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항해사와 기관장이 구조를 기다리면서 캔맥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장면도 재연됐다. 이 같은 모습은 세월호 법정에서 밝혀져 비난을 받았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이준석 선장이 '승조원의 안내로 승객이 구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에 대해 "배의 최고 책임자가 이렇게 말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기관장이 부상당한 조리사 2명을 방치해놓고 사망에 이른 것에 대해서도 "살인죄입니다만, 다른 승조원이 데리러 올 줄 알았다고 합니다"라고 한탄했다.

후지TV는 사투를 벌이고 있던 학생들의 모습을 다시 한번 재연했다. 한성군의 증언에 따르면 세월호가 기울면서 3층 건물의 높이에 해당하는 수십미터 아래 학생들이 모여있었고 커텐을 이은 로프를 따라 학생들이 탈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번째 오르기 시작한 여학생은 로프가 끊어져 떨어졌다. 한성군은 후지TV와 인터뷰에서 "아마 죽었을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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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성군이 로프를 잡고 세월호 문 밖으로 탈출하는 재연 모습.

커텐으로 이은 로프가 끊어지고 고무호스로 이은 로프가 내려와 한성군은 가까스로 갑판에 올라 헬기로 구조됐다. 하지만 몇분 후 한성군이 올라온 통로를 찍은 실제 영상에는 물로 가득차 있는 모습이 나온다. 실제 영상 속에는 자동판매기가 물에 떠올라 문을 막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저기 있는 사람 다 죽었다"라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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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군이 탈출했던 문 안에 물이 차 있고 자동판매기가 떠오른 모습. 실제 영상 속에선 "저기 있는 사람 다 죽었다"라는 음성이 나온다.

한성군은 "거기서 저 혼자 올라온 게 그녀들을 죽게 내버려둔 게 아니었을까"라며 "그렇게 생각하면 빨리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윤아양이 있었던 방도 물이 차기 시작했다. 정전 이후 창문 틈으로 바닷물이 순식간에 들어오자 윤아양은 수연양과 캐비넷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내 수압을 못 견디고 캐비넷이 쓰려져 얼굴만 겨우 캐비넷 안쪽으로 내놓고 발을 첨벙거리는 상황이 됐다. 그때 복도 문 끝에 걸터 앉아있던 유미지양은 윤아와 수영양을 가까스로 끌어올렸다.

미지양과 친구 두명은 친구 20여명과 복도 끝에 다다르면서 문 틈으로 사람의 형체를 한 빛을 봤다. 배 후미에 위치한 비상구가 바로 5미터 앞에 있었다. 실제 영상을 보면 윤아양과 친구들이 안에 있었던 비상구 문 밖에는 해양경찰이 있었다. 하지만 해양경찰은 비상구 문을 열지 않고 갑판에 도망쳐 나온 사람만을 구조하고 있었다.

윤아양과 친구들은 서로 손을 잡고 스스로 비상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윤아가 비상구 문을 열어 탈출하려는 순간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왔다. 재연 영상에서 윤아는 필사적으로 난간을 잡고 버티는 장면이 나온다.

 

가까스로 구출된 윤아는 구명보트에서 "저안에 아직 친구들이 있어요"라고 말했지만 재연 영상에서는 구명보트에 탄 윤아를 보고 해양경찰이 구명조끼가 부족하다며 벗으라고 한 장면이 나오고 선내에는 끝까지 진입하지 않았다. 실제 영상에서 해경은 "가자고, 이제 없어, 배가 많이 기울었어"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윤아양은 “결국 거기서 나온 건 제가 마지막이었다”고 말했다. 윤아를 구하고 친구들을 비상구 문쪽으로 인도했던 미지양과 가장 친한 친구인 수연양은 그렇게 물 속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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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아양의 증언에 따르면 친구 수연양과 캐비넷이 쓰러진 공간 틈으로 겨우 얼굴을 내놓고 사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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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아양이 구출됐던 실제 영상 장면

진도 체육관으로 이동한 윤아는 뉴스에서 '학생들 전원 구조'라는 뉴스를 보고 오열을 한다. 윤아양은 "학생이 전원 구조됐다고 하니까 그 중에 수연이나 미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진행자 미야네 새이지는 유미지양이 있는 공동안치소를 찾아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미지양의 어머니는 후지 TV와 인터뷰에서 "미지야, 엄마한테 태어나줘서 고맙고, 엄마 딸이어서 고맙고, 18년 동안 기쁨을 줘서 고맙고, 마지막까지 친구들 구할 수 있어 엄만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친구들을 구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던 김한성군은 후지TV 카메라 앞에 서서 "저는 일본어를 못하지만 이번에 취재를 해주신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라며 "왜 이렇게 됐는지 누구의 잘못인지 그게 조금이라도 이 취재로 인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한국에서는 좀처럼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의 TV나 신문은 일본만큼 세월호에 대해 보도해주지 않는다고 대부분의 한국 분들이 이야기 합니다"라며 한국의 언론 보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도 후지TV 프로그램 진행자의 말과 대체로 비슷하다.

한 누리꾼은 "학생 인터뷰와 재판의 진술서, 필리핀 가수의 증언까지 이런 방송이 한국에서도 있나"라고 지적했고 "다른 나라의 힘을 빌려서라도 뭔가 진상을 알고 싶었다라고 하는 학생의 말이 귓가를 울리네요", "눈물 나서 못 보겠다"라는 반응도 나왔다.

다른 누리꾼은 “세월호 관련 뉴스를 보면 우리나라 지상파 방송의 뉴스가 얼마나 제한적이고 막혀있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사고를 남의 나라 뉴스를 통해 실체를 확인해야 하는 암담한 현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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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성군이 후지TV 앞에서 한국정부와 언론에 반감을 드러내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

 

후지TV에서 2시간 넘는 시간을 할애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생존자 증언과 영상, 재판장 기록까지 분석해 침몰 당시 세월호의 모습을 재구성한 것은 한국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는 보도였다는 점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반면, 세월호 침몰 당시 안에서 벌어졌던 사투를 적나라하게 재연하면서 아픔을 극대화하고 유족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도 예상된다. 한국 언론은 침몰 당시 CCTV 영상 공개에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0호] 2014년 09월 22일 (월)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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