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스크랍

서민의기생충같은이야기

아지빠 2014. 1. 18. 09:11

 

 

 

 

슬퍼3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3)“각하가 그립습니다”

 

1997년 개봉했던 영화 <편지>의 내용은 이렇다. 박신양은 아내 최진실을 남겨둔 채 뇌종양으로 죽는다. 실의에 빠진 최진실에게 편지 한 통이 도착하는데, 놀랍게도 그건 박신양이 보낸 편지였다.

자신이 죽으면 아내가 너무 슬퍼할까 걱정한 박신양이 자신의 죽음 이후를 가정하고 미리 편지를 써놓은 거였다. 그 후로도 계속 도착한 편지 덕분에 결국 최진실은 실의에서 벗어나 살고자 하는 의지를 다진다.

이 영화를 감명깊게 본 사람은 나뿐만은 아니었나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퇴임 이후 국민들이 자신을 너무 그리워할까 봐 자신을 환기시킬만한 장치를 곳곳에 설치해뒀다.

대표적인 게 4대강 사업. 강이 녹색으로 변하거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거나, 공사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등등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아, 맞다. 각하가 있었지!”라며 그를 머리에 떠오른다.

참고로 그분은 내가 각하라고 부르고 싶은 유일한 대통령인데, 그분께서 워낙 소재를 많이 제공해 준 덕분에 내가 칼럼니스트로 뜰 수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가 급상승 중인 팟캐스트 <밥 한번 먹자>를 듣다가도 각하가 떠올랐다. 첫 번째 편은 한식 세계화를 집중 조명했는데, 2억원을 들여 블루베리전을 개발했다든지, 10억원으로 허접하기 짝이 없는 한식세계화 홈페이지를 만든 것,

파프리카가 우리나라 대표음식인 것처럼 해놓은 동영상을 몇십억을 들여 만든 일 등은 “과연 각하다!”라는 감탄이 나오게 만드는데, 각하는 한식세계화에 아낌없이 돈을 씀으로써자신이 아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랐던 것 같다.

죄송하지만 이렇게 좀 말해야겠다. 이런 순정남 같으니라고.

얼마 전에는 돈세탁 기사가 다시금 각하를 추억하는 계기가 됐다. 각하가 2011년 아랍에미레이트 정부로부터 환경상을 받았는데, 그 상금이 50만달러나 됐다.

정부는 이 상금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환경 분야 등에 기부하거나 쓸 예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알고 보니 이 돈은 전액 이 전 대통령 개인 통장으로 입금됐단다.

뭐, 자신이 만든 4대강 주변을 자전거를 타고 도는 것도 ‘환경 분야’에 포함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농협을 동원해 돈세탁을 한 정황이 포착된 게 문제였다.

한 네티즌의 설명이다. “농협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해외에서 수상한 상금의 수표가 채 입금되기 전에 이를 매입해 이명박 전 대통령 계좌로 송금했는데요. 이는 공직자법(해외에서 받은 금품신고)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네요“

주간한국에 실렸다가 급하게 삭제된 이 기사를 보면서 사람들은 “아 그래, 각하는 정말 돈을 사랑하는 분이셨어”라고 한 마디씩 했으리라.

박신양이 보낸 편지는 감동적인 비디오를 포함해도 열 통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각하가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며 곳곳에 심어놓은 장치들은 최소한 백 개는 더 될 것으로 보이니,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다음 세대, 어쩌면 그 다음 세대까지도 각하를 두고두고 추억할 것 같다. 이렇게 말이다.

아들: 저곳은 라떼 공장인가 봐!

아빠: 얘야, 저기는 강이란다. 이명박이라는 분이 라떼공장으로 바꿔놨지.

아들: 정말 대단한 분이지.

각하, 당신이 그만둔지 1년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당신이 그립습니다. 회고록 열심히 쓰고 계시다니, 그거라도 읽으면서 당신을 추억할게요.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2014-1-17

 

2)대통령을 왜 욕하는가

자기가 늦으면 “차가 막혀서 늦었다”고 둘러대지만, 다른 사람이 그런 핑계를 대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타박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특히 좌파들이 그런데, 그들이 모여앉아 대통령 욕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저 답답해진다.

왜 그들은 대통령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욕을 할까? 몸을 사려야 할 연초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이해해 줘야지 않느냐,는 취지다.

1) 이해의 첫걸음; 증세

지난 8월, 정부는 ‘2013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봉급생활자의 세금감면 혜택을 줄인 것이 핵심 내용으로, 그대로라면 연봉 4000만~7000만원인 사람들은 그로 인해 연간 16만원을 더 내야 한다.

사람들이 반발하자 놀란 청와대는 원점 재검토로 물러났는데, 희한한 것은 이 개편안에 대해 청와대는 한결같이 “증세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세금감면 혜택을 줄이든 뭐든 결과적으로 세금을 더 걷는 건 증세라고 할 수 있지만 청와대는 왜 한결같이 증세가 아니라고 했을까?

여기에 대해 좌파들은 대통령의 꼼수라고 공격했지만, 그분을 이해하는 내가 보기엔 청와대의 말은 진심인 것 같았다. 다만 그분께서 ‘증세’의 뜻이 뭔지 모를 뿐. 예를 들어 이런 거다.

대통령: 나라에 돈이 없어.

각료: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줄로 아뢰오.

대통령: 그렇게 하라고. 단, 증세는 안돼!

그렇기에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증세 없는 복지”라는, ‘네모난 동그라미’를 찜쪄먹을 공약을 내걸 수 있었던 거다. 그 비슷한 말로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엉덩이를 grab했지만 성추행은 아니다” 등이 있겠다.

2) 이해의 두 번째 걸음: 기초연금

 

후보자 시절 대통령은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 공약을 보고 나 같은 사람은 “20년만 더 늙었다면!” 하고 탄식하기도 했는데, 이럴 수가. 기초연금을 하위 70%의 노인에게만 준다는 게 아닌가!

국가재정을 생각해서 나온 고뇌의 결단이라는 점은 십분 이해하지만, 어찌됐건 공약을 안 지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한사코 “공약파기가 아니다”라며 우겼다.

좌파들은 그게 무슨 궤변이냐며 벌떼같이 들고 일어났지만, 그건 그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소치였다. 대통령께서 ‘파기’라는 단어의 뜻을 잘 모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왜 생각하지 않는 걸까? 추측컨대 이런 대화가 오갔을 것이다.

대통령: 노인들한테 20만원씩 준다고 큰소리 쳐놨는데, 나라에 돈이 없소. 어쩌면 좋겠소?

각료: 소득으로 따져서 하위 70%만 줍시다. 상위 30% 노인들까지 줄 필요가 있겠어요?

대통령: 그렇게 되면 내가 공약을 안 지킨 게 되는 건가?

각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대통령: 괜찮아요. 공약파기만 안하면 돼.

모르는 건 죄가 아니며, 그걸 가지고 ‘궤변’이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죄다. 진짜 궤변은 “밥값에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는데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면 밥값을 안 내도 된다” 같은 것이니, 이 정도 말이 아니면 궤변 소리는 하지 말자.

3) 철도 민영화가 민영화가 아닌 이유

 

지난 연말은 철도 민영화가 이슈였다. 코레일 측은 정부가 민영화를 한다고 파업을 벌였고, 정부는 “민영화 안한다는데 왜 난리냐”며 철도 노동자들을 탄압했다.

오지랖 넓은 좌파들은 여기에도 끼어들어서 “정부는 민영화를 획책하고 있다!”며 거품을 물면서 민영화를 안 한다는 청와대의 말을 거짓으로 몰았다. 하지만 상황이 다음과 같다면, 그래도 청와대를 거짓말쟁이로 몰 수 있을까?

대통령: 코레일에 적자가 너무 많다며? 그게 다 경영을 방만하게 해서 그런 거 아니요.

각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대통령: 재벌이나 외국기업에 코레일을 넘겨주고 지네들보고 경영하게 하면 되잖소. 코레일 팔면 돈도 들어올 테고.

각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대통령: 당장 시행해. 단, 민영화는 안돼!

파업이 장기화됐을 때는 물론이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그분께서 “민영화를 안 한다는데 왜 믿지를 않느냐?”고 답답해한 것은 쇼가 아니라 진심이었던 거다. 좀 철지난 얘기긴 하지만 ‘길 떠나는 홍길동’이 이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홍판서: 왜 집을 떠나려고 하느냐?

홍길동: 서출이라는 이유로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하지 못하거늘, 어찌 더 머무르고 싶겠습니까.

홍판서: 그래? 그럼 이제부터 호부호형을 허락하니 머물도록 하라.

홍길동: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호부호형을 하면 뭐 합니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데.

홍판서: 알았다니까. 나를 아버지라 부르고 네 형을 형이라 부르도록 하라.

홍길동: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을 형이라 부르면 뭐 합니까? 호부호형을 못 하는데…흑흑흑…

4) 소통; 정의의 차이

좌파들이 대통령에 대해서 끈질기게 주장하는 것은 ‘소통을 안 한다’는 것. 실제로 대통령은 기자들과 잘 만나려 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전할 때도 다른 사람, 예를 들어 이정현 홍보수석이나 총리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원래 국민들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기 마련인데, 말하는 걸 보기가 어려우니 ‘불통’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이에 대해 홍준표 지사는 “대통령이 달변가가 못돼서” 그렇다면서 “불통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한 가지 핵심적인 얘기를 덧붙였다. “소통은 국민과 하는 것이지 불법과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도 아마 같은 생각이실 텐데, 대통령과 좌파의 차이는 이 ‘국민’의 정의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좌파가 생각하는 국민은 우리나라 5000만 인구를 모두 포함하지만, 대통령의 의중에는 민주노총, 전교조, 국정원이 댓글을 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좌파들, 지난 1년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불순분자 등등의 종북세력이 국민의 개념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 종북세력을 제외한다면 대통령은 국민과 아주 성공적으로 소통하는 중이다.

좌파와 대통령 중 누구 주장이 ‘국민’의 개념에 더 잘 맞을까? 사전적 정의는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모든 이가 국민일 수 있지만, 우리의 적인 북한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추종하는 종북세력을 국민에 포함시키는 건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다.

주변을 둘러보시라. 싸운 뒤 관계가 악화된 사람들과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는가?

그러니 좌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국민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나 어버이연합, 미디어와치 같은 중립적 기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후 소통부재에 대해 따지시라.

이렇듯 이해하려고 들면 한없이 좋기만 한 우리 대통령을 좌파들은 욕한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우리가 사랑해야지, 과테말라 국민들이 사랑하겠는가? 반성하라, 좌파들아!

<서민|단국대 의대 교수> 입력 : 2014-01-14

 

1)대통령 이용법

지난 정부 때 소위 좌파들은 5년 내내 탄식만 해댔다. 문제는 그 좌파 분들이 현 정부 들어서도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거다.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안한다면서 “불통”이니 뭐니 탄식만 해오지 않았던가. 이 추세로 보아 임기 내내 “해도 너무했다” “대통령이 이럴 수가 있느냐” 같은 말만 하다 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가 있고, 그 차이를 잘 파악해서 대처한다면 남은 4년을 탄식 대신 미소로 보낼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예측이 어려운 분이셨다. 돈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으니 돈의 관점에서 본다면 얼추 예측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거기에 더해 형님과 아들, 영부인 등 친인척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데다 측근들에 대한 의리 또한 대단해서 이 사안에서는 대체 어떤 걸 우선해서 행동할지 미리 아는 게 불가능했다.

공약은 거의 지키지도 않던 분이 갑자기 강바닥을 파겠다고 우기고, 세계 1위 공항인 인천공항을 “선진경영을 배운다”는 명분하에 민영화를 하려고 했으니, 그분의 행동을 예측하는 게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예측가능한 분이라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과 차이를 보인다. 이분은 국민들, 특히 좌파들이 반대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믿는다.

주권국가로서는 당연히 가져야 하는 전시작전권을, 그것도 미국에서 가져가라고 하는데도 한사코 안받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전작권을 갖는 것을 좌파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자신은 “전혀 도움을 받지 않은” 국정원 댓글의 수사를 한사코 방해하는 것도 좌파들이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비서실장도 일부러 좌파들이 가장 싫어할, 유신시대의 인물을 뽑았지 않은가?

현 정부가 1년간 한 일이 종북.좌파 때려잡기가 전부였던 것도 그런 견지에서 보면 이해가 갈 거다. 이 점을 이용한다면 의외로 대통령을 좌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철도 민영화를 보자. 기차라곤 별로 타본 적도 없는 분이 갑자기 철도 민영화를 하는 이유도 좌파들이 민영화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좌파들이 갑자기 민영화를 찬성한다면?

김기춘: 대통령 각하, 큰일났습니다.

박근혜: 무슨 일이오?

김기춘: 전교조, 민주노총, 대한기생충학회 등등의 좌파집단들이 철도 민영화를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박근혜: 무엇이? 그렇다면 민영화는 해서는 안되는 것이로군요! 당장 민영화를 절대 못하도록 법제화하시오.

이런 작전은 다른 일에도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다.

김기춘: 각하, 큰일났습니다.

박근혜: 각하라니, 그냥 공주님이라고 부르시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오?

김기춘: 좌파괴뢰집단들이 국정원 댓글사건을 여기서 덮자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박근혜: 무엇이?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게요. 혹시 배후를 캐면 자기네들 치부가 드러날까봐 그러는 게 아니겠소?

김기춘: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박근혜; 전에 찍어낸 채동욱을 당장 검찰총장으로 복귀시키고, 철저한 수사를 하라고 당부하시오.

이 전략을 잘 활용하면 인사 문제에도 관여할 수 있다.

김기춘: 각하, 아니 공주님. 좌파들이 해양수산부장관을 올해의 최우수장관으로 뽑았다고 합니다.

박근혜: 무엇이? 그럼 해수부 장관이 좌파들과 내통한단 말이오?

김기춘: 아마도 그런가봅니다.

박근혜: (책상을 쾅 치며) 안되겠소. 해수부 장관을 당장 해임하시오.

김기춘: 이 연말에 갑자기 그러려면 뭔가 사유가 있어야 하옵니다.

박근혜: 사유? 그딴 게 뭐 필요하오? 그래, 청문회 때 삽질했지 않소.

김기춘: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이후에 각하께서 임명을 강행하셨는데...

박근혜: 지금 따지는 거요? 당신 좌파야?

김기춘: (납짝 엎드리며) 각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매우 그럴듯하지 않은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고개만 저을 게 아니라, 한번 써먹어 보자. 이 작전이 잘 먹힌다면, 의외로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bbbenji@naver.com>입력 : 2014-01-07 경향닷컴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일관성에 관하여

개 세 마리가 사는 우리 집에는 미니미라는 이름의 개가 있다.

첫째 강아지가 다리가 부실해 잘 못움직이는 탓에, 작년 5월에 입양한 둘째 강아지-팬더-가 심심할까봐 서둘러 미니미를 데려온 것.

미니미는 ‘유모’라는 자기 신분에 걸맞게 팬더랑 아주 잘 놀아줘서 우리 부부를 흡족하게 해주고 있다.

내가 퇴근을 하면 팬더는 그냥 달려나오는 반면 미니미는 늘 입에다 뭔가를 물고 나온다. 그게 ‘공’일 때도 있고 천으로 만든 뼈다귀일 때도 있지만, 입에다 뭔가를 물고 나오는 건 언제나 똑같다.

나름의 일관성이 있다는 얘긴데, 어느 날이든 그런 행동을 안한다면 그건 미니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뜻이니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지난 대선 때,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통일비서관으로 재직하며 회의록을 열람했다.

그리고 2012년 10월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대선을 NLL로 소용돌이치게 만들었다.

그 이전까지 정문헌이란 이름은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국감장은 그의 스타탄생의 장이었던 것.

그로부터 두달 뒤, 김무성 의원은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14일과 19일 박근혜 후보의 부산 찬조유세 때 회의록의 일부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인용한 뒤 “찌라시에서 봤다”고 주장했다.

그 찌라시가 혹시 정문헌 의원의 별명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아무튼 이 사건은 국가의 기밀이 돼야 할 정상회담이 불법으로 유출되어 정쟁에 이용된 아주 고약한 사례다.

이런 식이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시 “김정은 위원장님 신수가 훤하네요”라고 덕담을 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 김정은에게 비굴한 아부”라면서 공격을 받을 수도 있잖은가?

결국 민주당의 고발로 NLL 회의록 유출사건을 검찰이 수사하게 되는데, 그토록 길고 긴 세월 동안 수사를 한 끝에 검찰이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김무성; 혐의없음.

-발췌록을 무단 공개한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 적법한 열람이었음.

-정문헌;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

그간 우리가 익히 봐온, 참으로 검찰스러운 결론이 아닌가? 약자에겐 추상같지만 강자에겐 유난히 관대한 검찰의 일관성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만약 검찰이 어느날 갑자기 청와대를 향해 칼끝을 겨눈다면, 그건 검찰이 약간 맛이 갔거나 청와대가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이니 주의깊게 지켜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 총리후보로 문창극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뽑혔다. DJ 시절부터 저격수 비슷하게 필봉을 휘둘렀던 문창극은 무상급식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좀 심하게 비유하자면 우리 아이들이 공짜 점심을 먹기 위해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는 것과, 식량 배급을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북한 주민이 그 내용 면에서는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마디로 뇌가 오른쪽으로 많이 치우친 분인데, 세월호의 비극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달랠 겸 총리를 갈아치우는 줄 알았던 대통령이 왜 저런 분을 후보로 지명했는지 참 신기하다.

말은 신기하다고 했지만 사실 이번 인사는 현 정부 들어 익히 봐온, 참으로 박 대통령스러운 인사다.

저 사람만 빼곤 다 괜찮아,라고 했을 때 굳이 그 사람을 집어다 요직에 앉히는 박대통령의 일관성도 존중받아야 마땅한데, 만약 박대통령이 덕망있고 훌륭한 사람을 발탁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원래 뽑으려던 사람과 동명이인이거나 어떤 이유로든 박 대통령의 세계관이 급격한 변화를 겪은 거니, 지체없이 진돗개 하나를 발령해야 한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입력 : 2014-06-17 16:25:21

[서민의 어쩌면?] 괴로우나 즐거우나 대통령과 함께

 

 

반성한다. 현 대통령에 대해 불신과 회의를 가졌던 것을. 지난 2년의 관찰결과 현 대통령에 대한 의심은 모조리 근거 없는 것으로 결론 났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게 다 주변에 좌파들만 득실댄 탓이었다. 그들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해 본다.

 

첫째, 좌파들은 말했다. 대통령이 아는 게 없어서 국정운영을 잘 못할 거라고. 아니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에 비선조직이 있으며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대통령은 일갈했다. “터무니없는 얘기이자 찌라시에나 나오는 얘기다.” 검찰수사 결과 비선 얘기는 모조리 허위로 드러났다. 정말 신기하다. 대통령은 그 문건이 허위인 걸 어떻게 알았을까? 한번 보는 것만으로 진위여부를 알아낸 분은 우리 역사를 통틀어도 딱 한 분 나온다. 관심법이라는 신묘한 기술을 개발한 궁예 씨. 하지만 궁예는 왕건을 살려둠으로써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데, 청와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알고 있는 우리 대통령이야말로 궁예가 못 이룬 관심법을 완성한 게 아닌가 싶다.

 

둘째, 좌파들은 또 말했다. 대통령이 뭐가 중요한지를 몰라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들 거라고. 아니었다. 사안이 있을 때마다 대통령은 국가에서 우선시되는 가치가 뭔지를 알려줌으로써 혼란을 미연에 방지했다. 예컨대 비선조직 파문이 보도된 직후 대통령은 말했다. “청와대 문건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고. 이렇게 대통령이 깔끔하게 정리해준 덕분에 국민들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보다 그걸 문건으로 만들어 외부로 유출하는 게 더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NLL 문건처럼 국가의 기밀을 담은 문건은 얼마든지 외부에 유출할 수 있지만, 별 내용이 없는 찌라시는 절대 외부로 유출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울러 알게 됐다.

 

셋째, 좌파들은 이런 말도 했다.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잘 몰라서 공포정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아니었다. 대통령은 누구보다도 민주주의를 잘 알고 있었고,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몸소 구해내기까지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통합진보당 (통진당) 해산. 이석기 전 의원이 실제로 폭력혁명을 시도했는지 입증해 내지 못했고, 그의 생각이 통진당 의원들 전체의 생각과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현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힘을 빌어 통진당을 해산시켰다. 원래 민주주의는 한 집단의 일부라도 생각이 비뚤어졌으면 그 집단 전체를 손봐야 하는 체제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그 학교의 이념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 학생이 속한 반 전체를 해산시키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에 들어맞는다. 통진당 해산 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킨 역사적 결정”이라며 헌재의 결정을 치하한 것은 그런 이유다.

 

넷째, 좌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사람을 데려다 쓰는 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아니었다. 전 세계적 관심을 모으며 그만둔 윤창중 대변인을 비롯한 수십 명의 실패 사례를 제외한다면 대통령의 인사는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예를 들어보자. 대통령 직선제 이후 최장수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2년 5개월간 총리를 지낸 김황식 씨다. 현 정부 들어 총리로 임명된 정홍원 총리는 앞으로 6개월만 더 버티면 최장수 총리의 기록을 깬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정 총리가 중간에 한번 사표를 냈다가 반려된 헌정사상 최초의 총리라는 것이다. 사표를 낸 60일 동안 다른 사람을 몇 명 지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정 총리가 유임된 것은 애당초 그를 임명한 대통령의 눈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말해 준다. 이 정도면 인사의 신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싶다.

 

다섯째, 그래도 좌파들은 말했다. 대통령이 하는 일이 없이 빈둥빈둥 놀 것이라고. 아니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에 의하면 문체부 간부직원에 대한 인사조치를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게 놀라운 이유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일개 부처의 국장, 과장 인사에 관여하는 일이 무척 드물기 때문이다. 이 정도로 꼼꼼하게 인사를 챙기는 대통령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이게 끝이 아니다. 이 인사에 대해 청와대 측은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줄곧 부인해 왔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범인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이 말을 대통령이 실천하고 있었다니, 아내한테 설거지 몇 번 해준 걸로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스스로가 부끄럽다.

 

여섯째, 좌파들은 여전히 말했다. 창조경제가 말만 그렇지 실제로 창조하는 게 뭐가 있겠냐고. 아니었다. 서울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 씨는 현 정부 들어 간첩으로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

우리는 이런 대통령을 모시고 있다. 지금까진 잘 몰라서 그러지 못했더라도, 새해부턴 대통령을 무조건 믿고 따르자. 대통령이 곧 국가고, 대통령을 불신하는 건 국기문란이니까.

 

서민의 어쩌면]배후가 없는 나라

 

17대 대선을 앞둔 2007년 12월13일,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 홍준표는 편지 한 통을 공개했다.

“나의 동지 경준에게…. 자네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라네.”

홍준표에 따르면 이 편지는 김경준과 같이 수감생활을 한 신경화가 김경준에게 보낸 것으로, 김경준이 우리나라에 온 이유가 노무현 대통령의 요청에 의한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BBK 대표였던 김경준은 주가조작으로 미국으로 도망간 상태였는데, 대선을 앞두고 그가 귀국한 것은 BBK를 자신이 설립한 것처럼 얘기하고 다녔던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경화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고, 결국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로부터 4년 뒤, 신경화의 동생이 “그 편지는 이명박씨 가족과 측근의 부탁으로 내가 날조한 것”이라고 폭로하고, 옥중에 있던 김경준은 가짜편지 작성자들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2015년 7월, 재판부는 “가짜편지로 인해 김경준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면서 가담자들에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쯤 되면 가짜편지를 쓰게 한 배후가 누구인지 궁금해지는데, 검찰의 결론은 “배후는 없다”였다. 홍준표를 비롯해 편지의 유통에 관여된 사람들은 편지가 조작된 사실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배후가 될 수 없다는 게 검찰의 말. 그 말대로라면 홍준표는 누가 썼는지도 모르는 편지를 대선의 판세를 뒤흔드는 결정적 증거인 양 기자들 앞에서 흔들었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가담자들은 왜 그런 위험한 일을 벌였을까. 대선에서 공을 세워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게 검찰의 친절한 설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뭔가 보장을 받고 난 뒤에야 위험한 일에 뛰어든다. “이번 일만 잘되면 자넨 신차장이야” 정도의 약속은 있어야 불법적인 일을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가짜편지 작성의 가담자들은 위로부터 아무런 언질도 없이 위험천만한 일을 했다니,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쉽게 수긍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게 바로 검찰이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했으며,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엘리트다. 별다른 고비 없이 승승장구하다 보면 세상이 따뜻한 곳이라고 생각하기 마련. 검찰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너무 잘 믿는 집단이 됐다. 다른 면에서는 뛰어날지언정 배후를 밝히는 일은 검찰에게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몰랐다”고만 하면 더 이상 그를 의심하지 않고 수사를 종결해버리고, “배후는 없다”는 식의, 자신들 이외에는 아무도 믿지 않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일이 검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굵직한 사건들은 대부분 배후가 없다. 2012년 선거 직전 대인배 김무성 의원이 비공개가 원칙인 남북 정상 간의 회의록을 피 토하듯 읽었지만, 회의록 유출 여부를 수사한 검찰의 결론은 ‘무혐의’였다. 검찰에 출석한 김 의원이 “대화록을 본 일이 없다”고 했으니, 순진무구한 검찰로서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국정원 댓글사건을 소신껏 수사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은 느닷없이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지면서 총장 자리에서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교육문화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 등에서 채 총장의 아들과 그의 어머니 임씨에 대한 정보를 열람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지시했는지 의혹이 집중됐지만, 검찰의 조사결과 이것들은 모두 개인적 일탈일 뿐 배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업무에 바쁠 것을 고려해 서면조사를 하는 세심함을 보였다니, 이 세상이 살 만한 곳인 이유는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국가정보원이 이탈리아의 해킹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주문한 것이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북한 공작원을 해킹하기 위해 그랬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해킹하려던 것은 카카오톡이었다. 물론 북한 공작원도 카카오톡을 쓸 수 있지만, 그 경우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받으면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통째로 들여다볼 수 있으니 굳이 해킹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국정원이 대선 직전 등 매우 민감한 시기에 프로그램을 구입했고, 국정원의 핵심 파트인 대북심리전단 팀이 주로 했던 일도 야당 후보를 욕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정원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해도 검찰만은 국정원의 주장을 믿을 것임을. 만일 이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게 된다면 이번 사건 역시 국정원 말단직원 몇 명의 개인적 일탈로 마무리될 확률이 높다.

남의 말을 잘 믿지 않고 매사를 음모론적 시각으로만 바라보다 보면 사회가 혼탁해진다. 그러니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우리 검찰은 사회를 맑게 만드는 소중한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이라도 검찰이 속시원하게 배후를 밝혀줬으면 좋겠다. 매번 반복되는 개인적 일탈이란 결론이, 이젠 좀 지겹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서민의 어쩌면] 우리가 몰랐던 대통령의 장점

 

추석은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새해를 시작하는 설도 큰 명절이긴 하지만, 풍성한 수확과 함께하는 추석이야말로 몸과 마음이 좀 더 풍요로운 때다. 그래서일까. 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살아보고자 연휴 동안 대통령님의 장점을 찾아 헤맸다. 주변 좌파들은 “설마 장점이 있겠어?”라며 냉소했지만, 막상 찾아보니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첫째, 시간을 잘 활용하게 해준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걸 느낀다. 10대는 시간이 시속 10㎞로 가고, 50대는 시속 50㎞로 간다는 말이 있듯이,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연말이곤 했다. 서유석이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라며 탄식했듯이 시간이 간다는 건 안타까운 측면이 더 많은데, 현 대통령이 집권한 뒤 놀랍게도 세월이 가는 속도가 늦춰졌다. 이제 2년 남았나 싶으면 3년도 더 남았고, 그로부터 한참을 더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2년 반이나 남았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군대 있을 때보다 시간이 더 느리게 가는 것 같은데, 이 느낌을 잘 이용한다면 의외로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6개월은 걸릴 일을 석 달에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둘째, 늘 긴장할 수 있게 해준다.

먼바다에서 잡히는 청어는 운송 도중 거의 죽어버려 수산시장에서는 냉동청어밖에 접할 수 없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청어를 살린 채 운반하는 게 가능해졌다. 비결은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메기를 함께 넣는 것으로, 청어가 메기한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긴장하다보니 배가 부두에 도착할 때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메기효과’ 이론이다. 사람도 살아가는 데 적당한 긴장이 필요해서, 너무 나태해지면 일도 안되고 건강도 해칠 수 있다. 세월호에 이어 메르스까지, 현 정부 들어 해마다 큰 사건이 터지고 있다. 할 수 없이 사람들은 ‘내 안전은 스스로 지킨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데, 이는 우리의 생존력을 더 높여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셋째, 투자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

지난 8월14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라는,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선물을 국민들에게 안긴다. 뜻밖의 조치에 놀란 국민들이 우르르 차를 갖고 고속도로로 나간 덕분에 메르스로 인해 침체됐던 우리나라 경제는 극적으로 회생한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대통령은 추석을 맞아 장교를 제외한 56만명의 사병 전원에게 1박2일의 특별휴가증을 주고, 멸치와 김가루, 약과 등으로 구성된 특별간식을 하사했다. 덕분에 지뢰사건 등으로 침체됐던 군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높아졌는데, 간식을 사는 데 든 돈이 청와대 예산이 아니라 ‘군 소음피해 보상금’을 가져다가 쓴 것이라니, 이쯤 되면 박 대통령의 ‘한턱 정치’가 신의 경지에 이른 게 아닌가 싶다. 미국이 국산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이전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군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박 대통령의 능력을 무서워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넷째, 지역인재를 육성시킨다.

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탕평 인사”를 약속했다. ‘골고루 인재를 등용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는데, 며칠 전 경향신문이 파워 엘리트 218명을 분석한 결과 영남 출신이 38.1%로 가장 많았다. 일전에 대통령은 영남 편중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인재 위주로 하다 보니까 어떤 때는 이쪽이 많기도 하고 저쪽이 많기도 하다”고 답했다. 하기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영남 출신이 무려 7명에 달하니, 영남 사람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긴 하다. 고무적인 건 다른 지역 분들이 “우리 마을에서도 대통령이 나와야 해!”라며 자기 지역의 인재를 키우려 한다는 것. 이렇게 경쟁적으로 인재를 키우다 보면 결국엔 ‘대탕평 인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으니, 단기적인 영남 편중을 시비할 일은 아니다.

다섯째, 국정원을 세계적 정보기관으로 키우고 있다.

<파리의 생활 좌파들>이란 책에는 한 프랑스 고위공무원의 인터뷰가 나온다. “이명박이 권력을 잡으면서 국정원 활동이 활발해졌고 우리를 압박해 오기 시작했다. …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로는 더 심해졌다. 일단 파리에 주재하는 국정원 직원의 숫자가 더 늘어났다.”(183쪽)

우리는 국정원이 모사드나 CIA에 비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후자의 기관들은 세계와 싸우는데 국정원은 댓글을 단다든지 간첩을 조작하는 등 찌질한 일만 했던 게 그 이유. 하지만 박 대통령 집권 이후 우리 국정원도 전 세계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 듯하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우리도 모사드 같은 훌륭한 정보기관을 가질 수 있을 텐데, 대통령이 단임인 게 아쉬워진다.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라는 것에 놀라는 좌파들이 많다. 하지만 대통령의 장점을 생각하면 이 지지율은 오히려 낮은 것이다. 대통령의 장점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져서 청와대 하늘에 늘 슈퍼문이 빛나기를 빌어본다.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입력 : 2015-09-29 21:07:12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