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인 ‘모금회 비리’
[중앙일보사설] 빨간색 '사랑의 열매'는 국민성금을 관리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상징이다. 나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자는 나눔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공금 유용 등 각종 비리·부정 행위가 잇따라 적발돼 이런 취지를 무색(無色)하게 하고 있다. 특히 국민이 낸 소중한 성금이 엉뚱하게 샌다는 사실이 드러나 나눔문화 확산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하나뿐인 법정(法定) 공동모금기관이다. 국민성금을 사실상 독점 관리한다는 점에서 엄중한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직원들의 비리에서 드러난 모금회의 방만하고 허술한 관리 행태는 이 같은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모금회 인천지회의 한 직원은 국민이 낸 성금을 분실하곤 이를 덮으려고 장부를 조작했고, 이런 사실을 보고받은 간부도 정상적인 수습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한다. 경기지회의 한 간부는 영수증을 꾸미는 수법으로 유흥주점 등에서 법인카드로 3300만원을 흥청망청 쓰는가 하면, 출퇴근부를 조작해 출근도 하지 않는 연예인 홍보대사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일도 벌어졌다니 기막힐 노릇이다.
이런 비리와 부정이 일부 지회·직원에 국한된 일이라고 어물쩍 넘겨선 곤란하다. 국민의 정성으로 모은 재원을 관리하는 모금회는 어떤 경우라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난을 들어서는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차제에 모금회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투명성과 신뢰성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감독 관청인 보건복지부는 더 있을지도 모를 비리 사례를 철저히 파헤치고, 아울러 이를 막을 수 있는 개선책도 강구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기부와 나눔이 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액이 2007년 2674억원, 2008년 2703억원에서 지난해 3318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나눔문화 확산의 주역인 모금회가 비리와 부정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국민공감 없는 개헌론은 정략적일 수 있다
(세계일보사설) 개헌론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끝난 뒤 당내에서 본격적으로 개헌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강한 의욕을 보이다가 한 발 후퇴한 것이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쓸데없이 정치쟁점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며 발을 뺐다. 지난 14일 “국민으로부터 추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개헌 추진은 어렵다는 게 대통령의 인식”이라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나오자 공교롭게도 쑥 들어가는 모양새다.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도 얼마 전 대통령의 권한 집중 문제를 언급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의 선거주기가 다른 데 따른 부작용이 많이 지적됐다. 인권 신장과 환경·생태 보호의 중요성 등 시대 변화 또한 수렴해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2007년 여야 6개 정당이 ‘18대 국회 초반 개헌 추진’을 합의했던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문제는 개헌의 시기와 방법일 것이다. 서민경제가 붕괴하고 국가적으로는 G20 정상회의를 20여일 남겨둔 시점에서 무리한 개헌론 군불지피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권주자들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부정적이다. 여야 공히 당내 협의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다.
김 원대대표는 “연말까지는 국회에 개헌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두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물리적으로 내년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에는 개헌을 완료해야 하기에 연말 시한을 말할 것이다. 여권 내에선 주로 친이계가 선도하는 기류다. 6·2 지방선거 패배를 개헌정국으로 돌파하고 2012년 4월 총선, 12월 대선을 치른다는 정치일정을 언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누구를, 무엇을 위한 개헌인지 모호하다.
개헌은 여야 각기 당내 합의를 거친 후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야 성공한다. 그 전제가 부실하면 정략적으로 흐를 소지가 커진다. 특정인 견제용이라거나 대통령의 레임덕 방지용이란 지적이 그런 것이다. 무리하게 개헌을 할 이유는 없다. 안 되면 19대 국회에서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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