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층층나무속 층층나무과 말채나무
계곡에서 자란다. 높이 약 10m이다. 나무껍질은 검은빛을 띤 갈색으로 그물같이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고 넓은 달걀 모양이거나 타원형으로 양면에 복모(伏毛)가 약간 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측맥은 4∼5쌍이다. 길이 5∼8cm, 나비 3∼5cm이며 뒷면은 흰빛을 띤다. 잎자루는 길이 1∼3cm
이다.
꽃은 5∼6월에 피고 흰색이며 취산꽃차례[聚揀花序]에 달린다. 꽃자루는 길이 1.5∼2.5cm이고 꽃잎은 바소꼴이다. 암술은 수술보다 짧고 수술대는 꽃잎의 길이와 비슷하다. 열매는 핵과로서 둥글고 지름 6∼7mm로 9∼10월에 검게 익는다. 정원수로 심으며 목재는 건축재나 기구재로 쓴다. 한국·중국 등지에 분포한다.
3)유래
이 나무의 유래는 멀리 조선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태조를 도와 조선을 세운 개국공신 정도전이 산이 수려하고 나라의 중심부에 자리를 정하겠다는 긴 안목을 가지고 신도안에 내려와 그곳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벅찬 공사라 여겨 그냥 돌아가면서 그가 이정표처럼 던진 말채가 살아 말채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무럭무럭 잘 자라던 말채나무가 명종 임금 때부터는 서서히 시들시들해져 갔습니다. 한번은 전라도에 유배되었던 선비 한 사람이 유배에서 풀려 나와 한양으로 가는 길에 정도전을 생각하면서 여기를 찾았다가 말채나무 아래 비스듬히 누웠습니다. 그리고 정도전의 글을 생각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워낙 먼길을 걸어온 터라 쉽게 피로가 몰려왔기 때문입니다.
한참을 자고 있는데 꿈속에서 삿갓을 쓴 선비 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네 이놈 여기가 어디라고 사지를 쭉 펴고 잠을 자느냐! 그래도 나라에 쓸만한 놈이 한 사람 태어났다고 좋아했더니 이런데서 실수를 하다니. 이봐라 넌 알고 있어라. 앞으로 국난이 있을 터인즉 그것을 즉시 알려야 하느니라. 그리고 대비를 하거라. 그래도 이놈이 드러누워 있구나. 이놈아…이놈아."라고 하면서 발로 마구 걷어찼습니다. 그는 고통을 견디다 못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꿈을 꾼 것이었습니다. 선비는 일어서서 말채나무에 몇 번 절을 하고는 한양 길을 재촉했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언덕에서 말채나무를 바라보았는데 나무가 마치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한양에 올라온 즉시 선비들을 만나 왜구들이 쳐들어 올 것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놈 미친 놈이구만, 이 태평성대에 싸움이라니, 그놈 유배되더니 제정신이 아니구만……."하면서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했습니다. 그는 자기 말을 믿어주지도 않고 유배된 사람에게 쉽게 벼슬을 줄 것 같지 않아 충청도 진잠 땅에 내려왔습니다. 그곳에 있던 말채나무는 늠름하게 서 있었고 그는 말채나무를 보는 낙으로 살았습니다.
선조 20년 경에 서비는 벼슬길에 올랐으나 국난이 임박했다는 상소문을 여러 차례 올리는 바람에 이상한 정신병자로 몰려 급기야는 관직까지 박탈당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이곳으로 내려왔습니다. 나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나중에는 나무와 친밀해졌습니다. 하루는 들에 났다가 말채나무 가까이 갔다가 나뭇잎이 점점 시들시들해져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러다가 나무가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해서 나무에 거름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나무는 선비의 정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시들시들해져 갔습니다. 그는 무슨 생각을 깊이 하다가 조정에 징계를 써서 올렸습니다.
"대왕마마, 나라 안에 큰 난리가 밀려오고 있습니다. 통첩하여 주시옵서서. 남쪽에서 오랑캐들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라고. 그러나 징계를 받아 본 관원들로부터 묵살이 되었습니다. "미친 놈이 아직도 살아있구만."하고 미움만 더 사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시들시들한 나무가 밤이면 울기까지 했습니다. 말채나무가 꼬박 하룻밤을 울 때 그도 나무를 붙잡고 울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늘이여, 울기만 하면 어찌 하오리까. 옛날 내 발을 걷어 찰 때처럼 계시를 내려주십시오." 라고 울부짖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는 말채나무 아래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그가 죽던 날 말채나무는 더욱 슬프게 울었으며 왜군들이 쳐들어왔습니다. 말채나무는 임진왜란 7년 동안 시들시들 하였다가 싸움이 끝났을 때 나뭇잎이 파릇파릇 해졌으며, 병자호란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제시대 때는 그 기간이 너무 길었던지 말라 죽었다가 광복이 되어서야 새순이 나와 큰 나무로 자라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달 밝은 밤에는 정진사가 무덤에서 나와 말채나무 아래로 다가와서는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새벽닭이 울기 전에 다시 무덤 속으로 들어간다는 전설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