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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이현정기자가본 동산말

아지빠 2007. 4. 27. 21:56
남구청, '반쪽 도로' 우선사업 선정... 이기대 유원지 진입로 특혜 의혹
당장 쓸모 없고 폐슬래그 남아있는데 공사부터
구청 "주민들 요구"…부산녹색연합, 감사 요청
부산 남구청이 특정 업자가 추진 중인 유원지의 진입로를 시 예산을 들여 조성하고 나서서 특혜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게다가 유원지 조성이 언제 될지 몰라 당장 수요도 없는 '반쪽짜리' 도로를 굳이 우선사업으로 선정해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부산 남구청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Y사는 지난 2003년 12월 동국제강으로부터 부산 남구 용호동 5의 4 일원 부지를 매입한 뒤 2005년 부산시에 이기대도시자연공원 동생말지구 조성사업을 위한 도시계획시설 신청을 했다. 8천231㎡(약 2천500평) 사업부지에는 전망대와 일반음식점,케이블카 정류장 등이 들어설 예정. Y사 대표 H씨는 지난 1월에는 부산시로부터 실시계획 인가를,2월에는 남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곳은 예전 동국제강의 폐슬래그(쇠찌꺼기) 매립지이자 폐광이 있는 지역으로 중금속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곳. 이 때문에 부산시는 현재 잡종지와 임야로 돼 있는 사업예정지의 지목이 공원으로 변경되려면 토지환경기준을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며 폐슬래그 등의 처리 방안 마련을 인가 조건에 추가했고 이 때문에 사업은 늦춰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구청은 진입로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행자부 특별교부세로 진입로 1차 74m 구간의 공사를 진행했고 올 초 부산시로부터 시비 5억원을 지원받아 이달 30일 2차 구간(76.5m)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나머지 3차 구간(56.5m)도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길이 207m,너비 10m인 이 구간 도로 공사에는 나랏돈과 시 예산 등 총 15억원이 들어갈 예정.

그러나 이 구간은 유원지가 들어서기 전에는 차가 다닐 일이 없는 막다른 도로. 매일 이기대를 산책한다는 이모(55)씨는 "이 길은 주민들이 산책로로 이용하는 곳으로 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 놓았는데 느닷없이 도로 포장을 해 차가 다니는 길을 만든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녹색연합 강지윤 부장은 "이곳은 현재는 도로가 필요 없는 곳이고 이기대도시자연공원 입구 쪽에는 주차장도 완비돼 있다"며 "폐슬래그 처리 문제 때문에 유원지가 언제 만들어질지도 모르는데 수요도 없는 도로를 낸다는 것은 특혜성 짙은 예산 낭비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도로 건설 계획을 포함,이기대도시자연공원 동생말지구 사업에 대한 감사를 남구청에 요청해 놓은 상태.

이에 대해 남구청 관계자는 "86년부터 도시 계획도로로 결정이 난 곳이며 주민들의 요구가 있어 도로 개설을 추진하는 것뿐"이며 "공사비 5억원은 K시의원에게 내려온 시비"라고 말했다.

K시의원은 "시비 5억원은 '부산시 자치단체 자본보조금'으로 시장이 시의원들에게 주민사업을 하라고 내려보내주는 돈"이라며 "해당 도로는 이미 계획돼 있었음에도 공사를 못해오고 있는 곳인 데다 주민들의 바람 때문에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원지 사업을 추진 중인 Y사 대표 H씨는 남구 K국회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한나라당 남구을당원협의회의 부위원장이며 K시의원은 K국회의원의 보좌관을 지내다 지난해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부산시의원에 당선됐다. 남구청장도 지난해 5·31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사실상 K국회의원 측의 지원을 받아 한나라당 후보로 공천돼 구청장으로 당선된 바 있다.

이현정기자 yourfoot@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