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정보.기상/꾸러기방

들꽃은 기억으로 핀다

아지빠 2005. 10. 13. 17:51
들꽃은 기억으로 핀다/陳 弼

        꽃 한 송이가 그리 곱게 피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날들을 기다리고 그 기다림 얼마나 모진 고통이었으랴, 허나, 무심코 눈길이 끌리면 향기 한 번 맡아보고 그만이거나, 꽃의 역사가 사라질 때까지 아끼어 볼 듯 뚝,뚝 마음 송두리째 꺾어 병에 꽂아두었다가는 그 마음 채 시들기도 전, 서둘러 쓰레기로 버리는 사람들, 외면하는 그 눈길, 버려지는 그 슬픔, 꽃을 피우기까지의 그 고통 너무 귀하여 못내 쓸쓸하고 허무한 마음, 혼자 시드는 가슴앓이, 사람들은 꽃의 아픔을 모르기에 한 번 버린 꽃은 다시 꽃이라 이름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실에서 곱게 가꾸어진 흔하디 흔한 꽃이야 사방에 지천이어서 사시사철 아무데서나 본다지만, 들에서 홀로 피는 꽃은 기억으로 피어난다. 볕 한 줌에도 발돋움하고 들바람에 시달리면서도 그 바람 한 자락을 잡고 쓰러졌다가도 기어코 다시 일어나 땡볕에 피를 말려가며 희망을 키우고 초록 꿈 소록소록 키우던 모질어서 더 아름다운 그 많은 날들, 처절하여 더 푸른 그 사랑을 기억하여 졌다가도 홀로 다시 꽃을 피운다. 그 것은 들꽃의 한 생애이며, 들꽃이 무서리 하얀 늦가을까지 그 고통, 그 아픔 깊어 은은한 향기로 간직한 채 눈 시리게 파란 하늘 우러르는 자태 소박하나 기품 있게 홀로 그 빛을 잃지 않으며 아무 눈길에나 띄지 않는 것은 피(血)를 뽑아 물들인 선홍빛 마음, 고통스럽게 풀어낸 영혼의 타래 한 올, 한 올 흰 뿌리로 키우던 오랜 기다림의 날들 소중하게 간직하여 생애를 깊게 한 크나큰 사랑 그 기억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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