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가뭄 끝에 장마가 시작되고, 아까시나무와 밤나무를 대신할 밀원식물이 귀한 시기가 요즈음이다. 더위에 지친 여름 하얀 꽃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벌에게는 좋은 밀원이 되는 나무가 쉬나무다. 경남에서는 쇠동백나무, 경북에서는 기름을 짜서 등불을 밝혔다 하여 소등(燒燈)나무라 불렀다.
학명은 Evodia daniellii Hemsley, 영어 이름 Korean Evodia, 한명은 조선오수유(朝鮮吳茱萸)다. 중국 음력 9월9일 수유절(茱萸節)에 액막이로 여자들이 머리에 이 열매를 꽂는 풍습에서 이름이 유래한 듯하다. 수유란 이름이 들어간 수종은 한결같이 한약재로 쓰인다. 머귀나무인 식수유와 약용수로 중국에서 들어온 오수유와 산수유가 그러하다.
Evodia란 향기가 좋다는 라틴어에서 왔다. 같은 운향과의 귤이나 유자처럼 향기롭지는 않다. 그러나 꿀이 많아서 벌이 유난히 많이 모인다.
중국 북부에서 우리나라에 걸쳐 분포하는 쉬나무 꽃은 5㎜ 정도의 것이 모여서 5~10㎝ 정도의 집합화를 형성한다. 가을에 붉게 익은 열매는 검은 종자를 갖는다.
2년 전부터 이유 모를 쇠퇴기를 맞이한 아까시나무의 대체 밀원식물로, 1970년대 오일파동 때 디젤엔진유로도 가능성이 확인된 미래 대체에너지용 나무다.
옛날 양반이 이사갈 때는 호롱불을 밝힐 쉬나무와 고고한 선비의 품위와 절개의 상징인 회화나무 종자를 챙겨서 심거나 나무를 옮겨 심었다 한다. 도시환경에서 잘 적응하고 내건성·내한성이 좋아 도심에 심기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