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MBC에 “순방 때 전용기 탑승 불허” 통보 날렸다
등록 :2022-11-09 22:50/수정 :2022-11-10 01:14
신형철 기자 사진
“자막 조작·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주장
MBC “취재 제약…대체수단 취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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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재난안전관리체계 점검 및 제도 개선책 논의를 위해 열린 국가안전시스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문화방송> 기자들의 동행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 “왜곡·편파 방송”을 했다고 주장하며 <문화방송>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겠다는 것이어서 ’언론 탄압’이라는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9일 <문화방송>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문화방송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돼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문화방송은 자막 조작, 우방국과의 갈등 조장 시도, 대역임을 고지하지 않은 왜곡, 편파 방송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시정조치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탑승 불허 조치는 이와 같은 왜곡, 편파 방송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미국 순방 과정에서 비속어를 사용해 파문이 일었고 <문화방송>이 이를 최초 보도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실은 <문화방송>에 공문을 보내 이례적으로 보도 경위를 질의하면서 압박했다. 지난달에는 <문화방송> ’피디수첩’에서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하면서 김 여사와 닮은 대역을 방송에 내보내면서 ’대역 고지’를 하지 않아 대통령실이 반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거부 통보에 <문화방송>은 “이번 조치는 언론의 취재를 명백히 제약하는 행위”라며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다면 엠비시는 대체 항공 수단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현장에 가 취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윤 대통령 6개월…소통·협치 ‘골든타임’에 막말·분열로 ‘자책골’
등록 :2022-11-09 07:00/수정 :2022-11-09 15:54
공감능력 부재, 불통, 무능 동시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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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지난 반년을 평가하는 여론은 차갑다. 20% 후반~30% 초반에 그치는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싸늘한 시선을 방증한다. 윤 대통령의 임기 초 ‘골든타임’은 거친 언행과 공사 구분 없는 인사 등 ‘자책골’들과 함께 지나갔다. 주말마다 벌어지는 보수, 진보 쪽의 광화문 집회는 “통합은 당연한 것”이라며 임기를 시작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분열로 흘러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뢰상실과 무능
“무신불립이다. 지난 6개월은 한마디로 신뢰상실이었다.”(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겨레>의 ‘윤 대통령 6개월 평가’에 답한 다수의 전문가는 윤 대통령이 여섯달 동안 급속하게 국민의 믿음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벌어진 이태원 참사는 시민들의 뇌리에 ‘국가 부재’와 ‘각자도생’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윤석열 정부는 서울 한복판, 용산 대통령실에서 지하철 두 정거장 옆에서 벌어진 참사에서 총체적으로 붕괴한 재난대응 리더십을 노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경찰의 책임만 추궁했다. “국민 안전에 국가는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평소 윤 대통령의 말은 무색해졌다.
집권 초기 여러차례 반복된 대통령실의 능력과 거리 먼 ‘사적 채용’ 의혹과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친 장관 인사 등은 기대를 의아함과 불신으로 바꿨다. ‘능력주의’를 앞세우며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윤 대통령의 인사는 정반대로 진행됐다. 검찰 시절 측근의 대통령실 요직 기용, 김건희 여사 지인의 대통령실 직원 채용, 이원모 인사비서관 부인의 국외 방문 동행, 장관 후보자들의 잇따른 사퇴 등은 정권 전체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이준석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대표’로 칭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며 “당무 개입을 않겠다”던 자신의 말을 스스로 무력화했다.
지난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당시 벌어진 비속어 논란과 이를 부정하며 대국회 사과를 거부한 윤 대통령의 태도는 국가 지도자에 대한 믿음에 치명상을 가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임기의 10%가 지나는 동안 국정 운영에 대한 신뢰를 쌓지 못해 행정과 국정에 안정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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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외교와 비전 실종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 강화와 한-일 관계 개선을 대외정책의 핵심 기조로 내걸었다. 동맹과 연대해 중국을 봉쇄하고자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공급망 구축에 빠르게 동참했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국산 전기차 손해 사태를 예방하지 못했다. 동맹 강화에 치중하면서, 미국의 자국 중심주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내 비판 여론에 9월 영·미·캐나다 순방 때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지만, 48초 만남에 그쳤다. 한-일 정상회담 역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찾아가 약식 회담을 한 뒤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사이 한반도 위기는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서면 과감한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내놨지만,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은 채 ‘강 대 강’ 구도만 짙어지고 있다. 북한의 잇따른 장·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윤석열 정부는 맞대응 무력시위와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연장으로 맞섰다.
국내 정책에서도 탈원전 폐기 등 문재인 정부 뒤집기를 빼면 윤석열 정부의 뚜렷한 국정 비전이나 정책 제시는 부족하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지난 6개월간 미래 의제나 국정과제 우선순위를 잡았어야 했는데 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급조된 대통령,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라는 인식이 굳어졌다”고 말했다.
협치와 공감 부재
윤 대통령의 지난 6개월에서 야당이나 비판 세력과의 소통·협치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야당의 협력이 더욱 절실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윤 대통령은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와 만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달 19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을 대통령실로 초대한 자리에서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해 야당의 반발을 불렀다. 정치의 부재는 타협이 실종된 민주주의의 퇴행으로 연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작동하지 않는 민주주의 시대’가 열렸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을 이어오며 이전 대통령들보다 대국민 직접 소통의 문턱을 상당 부분 낮췄다. 그러나 태도로 보여주는 공감능력은 부족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방문에서 윤 대통령은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라고 했고, 8월 서울 반지하 발달장애 가족 사망 수해 현장 방문 때는 “왜 미리 대피가 안 됐나”라는 발언으로 비판을 샀다.
“방향 제시하고 실행해야”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국정 운영 원칙을 재점검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이진순 재단법인 와글 이사장은 “경제, 안보, 기후 참사 등 국내외적 조건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고통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버텨볼 용기를 내게 해야 한다”며 “같이 힘 모아 헤쳐나가 보자고 큰 방향과 원칙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실행해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이름이 역사에 남는 것은 결국 정책이다. 국회의 협조를 받아내는 일을 대통령의 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윤 대통령 비속어, 148개 언론이 그렇게 듣고 그렇게 썼다”
등록 :2022-10-13 17:33/수정 :2022-10-14 10:06
정혁준 기자 사진
MBC 대주주 방문진, 비속어 발언 왜곡 보도 주장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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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화방송>(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보도와 관련해 왜곡된 보도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13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의) 사적 발언을 날조하는 행위를 했다”고 질타하자 “엠비시뿐만 아니라 148개 언론이 그렇게 듣고, 그렇게 썼는데 어떻게 엠비시가 날조했다고 표현할 수 있나. 그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한 뒤 나오는 길에 말하는 장면이 영상 카메라에 잡혔다. 문화방송은 윤 대통령 발언을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논란을 다룬 <문화방송>(MBC) 유튜브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논란을 다룬 <문화방송>(MBC) 유튜브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영상 갈무리
권 이사장은 “보도는 취재원이 말한 대로 쓰는 것”이라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말한 대로 보도하는 것이 맞지만 말하는 건 귀로 듣기 때문에 들은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권 이사장은 “엠비시가 밝힌 바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같이 있던 많은 기자가 그 단어를 특정해서 그렇게 들었다”며 “여러 단계 확인 절차를 거쳤다고 한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왜곡한 걸 바로잡으라는 게 언론 탄압이냐”는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는 “왜곡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 탄압이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왜곡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권 이사장은 ‘PD수첩’이 11일 별도 고지 없이 김건희 여사의 대역을 방송에 노출한 데 대해선 “(엠비시 보도) 준칙을 지키지 않았고, (방송) 심의 규정 위반이라 엠비시에 적절한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며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비속어 보도 경위’ 따졌던 대통령실, MBC에 “답 해라” 압박
등록 :2022-10-11 09:43/수정 :2022-10-11 16:28
김미나 기자 사진
“북핵·미사일 위협에 친일이란 정치적 용어 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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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보도’와 관련 수사를 받는 <문화방송>(MBC)을 향해 “기본적으로 공영방송이 책임을 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답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대통령실의 이재명 부대변인은 1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달 말 미국 뉴욕 순방에서 불거진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문제는 거기(비속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어 “마치 동맹국 정상을 비하하는 듯한 그런 자막을 저희가 볼 때는 매우 의도적으로 자막화했고 또 확대 반복했다”며 “거기다가 있지도 않은 발언하지도 않은 내용을 괄호 안에 넣어서 어떤 국민이 보더라도 마치 동맹국 정상을 비하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실도 ‘바이든이라고 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는 것만 강조할 뿐 정확한 전체 발언은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 부대변인은 그러면서 “그런 행위(보도) 자체가 과연 외교 현장 최일선에 나가 있는 대통령과 우리 국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느냐 이런 문제를 분명히 제기했고, 거기에 대해서 지금까지 확실한 답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언론 탄압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진상규명 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느냐’는 진행자 추가 질문에 “이 진상규명의 첫걸음은 공영방송이 스스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6일 해당 보도의 경위를 묻는 질의서를 <문화방송> 쪽에 보낸 바 있다.
한편, 대통령실은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정부가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강조하는 것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이 “극단적 친일행위”라고 비판한 것에는 “지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가장 동북아에 직면한 위협이다. 그 위협을 위해서 이웃 국가와 힘을 합친다는 건 전혀 이상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 한·미·일 국방부 장관들의 약속 사항”이라며 “북한이 개발 중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이 만약 일본 영해로 가서 미사일을 발사하면 그때는 당연히 일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일본은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초계기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나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한·미·일 연합훈련을 하자고 문재인 정부에서 합의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며 “ 우리 영해가 아니라 양국의 공해 상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한 연합훈련을 두고 친일이라는 정치적 용어나 프레임이 과연 끼어들 수 있느냐 굉장히 의아하다. 이미 국민들은 사실관계를 알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진행자가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때 합의한 것은 미사일 탐지 훈련이고 그 후에 하지도 않았다고 이야기한다’고 되묻자, 이 부대변인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이 일 이상 국민적 동의가 있는 그런 사안이 있겠느냐. 일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있다면 당연히 군사훈련을 통해서 조금의 빈틈도 만들지 않는 게 국가 안위를 지키는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자기 자신을 ‘파묻은’ 윤 대통령, 제발 정치를 보고 싶다
등록 :2022-10-09 07:30/수정 :2022-10-10 13:39
성한용 기자 사진
[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49
경제위기 코앞인데 민생은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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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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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것은 9월24일 밤이었습니다. 9월26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을 했습니다. 27일에는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세종시 어린이집도 방문했습니다.
28일에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제8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습니다. 29일에는 방한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제외하도록 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우려를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30일에는 은행회관에서 제3차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를 했습니다.
10월1일에는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 참가해 연설했습니다. 4일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케이(K)브랜드 엑스포 참여 중소·벤처기업 오찬 간담회’를 했습니다. 5일에는 경북 상주에서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습니다. 6일에는 재향군인회 창설 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오후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했습니다. 7일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했습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습니다. 오후에는 울산에서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와 전국체전 개회식에 참석했습니다.
사면초가 몰린 윤 대통령
보시다시피 윤석열 대통령은 하루도 빠짐없이 중요한 일정을 소화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일정이 유난히 많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활동은 우리의 기억 속에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른 뉴스에 파묻혔기 때문입니다. 그 ‘다른 뉴스’는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만든 것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아침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비속어 논란’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굉장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폭탄’을 던졌습니다.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9월30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취임 뒤 최저치로 떨어졌습니다. 10월3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4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4일부터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여야 공방이 격화됐습니다. 그 전에 감사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평(<윤석열차>)을 전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혀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습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을 자극했습니다. 우리 군이 동해로 발사한 현무 미사일은 방향을 잃고 군부대 안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준석 전 대표 당원권 정지 1년을 추가 의결했습니다.
대형 뉴스가 하도 많아서 정신이 없을 지경입니다. 이러니 윤석열 대통령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대통령이 무슨 일을 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우리 머릿속에 남아 있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특이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발목을 잡는 악재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참으로 답답한 심정일 것입니다. 자신은 정치적 논란이 벌어질 만한 사안은 가급적 피하고 경제와 민생 행보에만 주력하고 있는데 영 힘이 실리지 않으니 말입니다.
7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29%로 일주일 전 24%에서 5%포인트 올라 반등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위기감을 느낀 고정 지지층이 결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됐던 현상입니다. 앞으로 계속 오를까요? 두고 볼 일이지만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잘해서 반등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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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것은 경제 위기를 넘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위기 극복에는 대통령의 리더십, 국민의 신뢰, 안정적인 정치 지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두차례의 경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냥 저절로 된 것이 아닙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으로 이어진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이 심판을 받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 뒤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기업, 금융, 공공, 노동 분야 개혁에 나섰고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취임 100일 한국갤럽의 국정 지지율이 62%였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국정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2008년 4·9 총선 압승으로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융위기 극복에 필요한 입법과 예산을 국회의 도움으로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금융위기를 넘긴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균형 재정을 선언했습니다. 국정 지지율 하락 위험을 무릅쓰고 국가의 장래를 위해 재정 건전화를 결정한 것입니다. 기획재정부는 2012년, 2013년도 예산안을 연속하여 긴축 기조로 편성했고, 국회는 긴축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
지금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김대중 대통령과 같은 국민의 절대적 지지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국회 절대다수 의석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인 자신과 대통령실, 행정부가 열심히 일하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습니다.
보수 신문 논객 중에는 대통령이 정치에서 손 떼고 경제에 전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잘못된 처방입니다. 지금은 통치의 시대가 아닙니다. 박정희·전두환의 시대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통치가 아니라 정치입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한없이 자세를 낮춰야 합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월29일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습니다. 그날 오후 통과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파묻혀 언론에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정진석 위원장 연설에 윤석열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정권은 바꿔주셨지만, 국회는 앞으로도 2년 가까이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이 유지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아무리 일하고 싶어도 야당과의 협치 없이는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존경하는 김진표 국회의장님께서 지난 8월19일 윤석열 대통령 초청 만찬에서 국회 중진협의회 구성을 제안해주셨습니다. 저는 하루라도 빨리 이 협의체를 구성해서 여야가 머리를 맞대기를 바랍니다. 아직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제 이재명 대표님께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제안하신 개헌과 선거법 개정, 국회 특권 내려놓기 등도 이 협의체를 통해서 충분히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국회가 국정의 중심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의장단 만찬을 통해 이러한 뜻을 밝혔습니다. 한남동 공관이 문을 열면 여야 의원들과 수시로 만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며 식사도 나누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 대표가 언제든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회담의 형식도 얽매일 필요도 없습니다. 협치만 제대로 될 수 있다면 저는 여당 대표 패싱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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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월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정진석 위원장의 제안이 매우 타당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야당 대표와의 회담은 물론이고 여야 중진 협의체 구성과 개헌, 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사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아니라 바로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8월19일 국회 의장단과 한 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여야가 합의하면 내 임기를 1년 정도 줄이는 것이 뭐 어렵겠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선거법·정당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얼핏 보면 개헌과 정치관계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것 같지만, ‘남의 일’로 여기고 있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대통령이 ‘정치’에 나서야 할 때
안타깝습니다. 개헌과 정치관계법 개정은 여야에 맡겨두기만 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대통령 임기가 막 시작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제에서는 정책 사안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챙겨야 제대로 돌아갑니다. 문재인 대통령 때의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정진석 위원장이 제안한 여야 민생경제협의체 구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야 합니다. 이재명 대표를 만나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번 정기 국회에서 필요한 법안과 예산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정책을 많이 만들어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정책이 곧 정치입니다.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정치인입니다. 제발 좀 정치를 하시기 바랍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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