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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띄우는 여권, 위험천만 핵 정치

아지빠 2022. 10. 13. 02:36

전술핵 띄우는 여권, 현실 눈감은 위험천만 ‘핵 정치’

등록 :2022-10-12 21:00/수정 :2022-10-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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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비상 상황에 정부 여당이 ‘안보의 정치화’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하는 폭격 훈련에 나선 한-미 공군 전투기들이 지난 4일 비행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북한이 최근 핵 위협 수위를 높이며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높여가는 가운데 여권에서 남한에 전술핵을 배치해 억제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북한에 강대강 전략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술핵 배치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미국의 결정에 좌우된다는 점에서 실효성 있는 안보 대안으로 삼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쪽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기존 입장과 달라진 바 없고, 다만 북한의 7차 핵실험 등을 포함한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차원에서 나온 정도라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전술핵 배치에 관해)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과거 핵확산금지조약(NPT) 준수를 언급하며 전술핵 재배치에 명확히 반대해 온 이전 태도와 다르다는 평이 나왔다. 전술핵은 대도시 전체를 초토화하는 전략핵보다 위력이 작은 무기로 보통 20㏏ 이하의 핵무기를 일컫는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발언보다 더 나갔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술핵 배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당장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원칙인 한반도 비핵화와 정면으로 어긋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는 중국, 러시아의 반발을 부르고, 일본, 대만 등 동북아 핵 도미노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0년간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은 북한에 비핵화 이행과 준수를 요구하는 준거 구실을 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 및 제재 결의 때에도 중요한 근거였다. 지난 1991년 한국과 미국은 전술핵무기 국내 철수와 1992년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 중지를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 채택, 북한의 국제핵사찰 수용을 받아냈다. 남한의 전술핵 배치가 동북아 핵무기 경쟁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양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는 일본, 중국, 러시아의 반발을 부르고, 동북아 핵군비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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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한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연합뉴스

더구나 전술핵은 한국 정부가 바란다고 배치할 수 없다. 보유국인 미국의 결정에 의존해야 하는 데 미국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라며 거리를 뒀다. 지난해 9월에도 당시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가 “해당 공약을 발표한 사람들이 미국의 정책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라며 윤 대통령의 ‘미국 전술핵 배치 및 핵 공유' 언급을 반박했다. 전술핵은 한반도에 국한한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에 달린 문제란 것이다.

실제로 30여년 전 한반도의 전술핵 철수도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라 이뤄졌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91년 9월28일 해체 위기에 놓인 소련 연방 15개 공화국에 분산된 핵무기들이 ‘불량국가’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갑자기 ‘전세계 배치 전술핵무기 철수 및 폐기 선언’을 발표했다. 1950년대 소련을 견제하려고 배치된 주한미군 전술핵무기도 이때 철수했다.

아울러 전술핵 운용 방식이 변화한 점도 남한에 직접 전술핵을 배치해야 하는 필요성을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있다. 군 관계자는 “1991년 당시 전술핵 100개 가운데 포병용 핵폭탄이 40개였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배치했지만, 지금은 전술핵을 전투기에서 운용한다. 유사시 미국 본토나 미국령 괌에서 미 공군기가 오면 되므로 국내에 전술핵을 굳이 배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설령 전술핵이 국내에 배치된다고 해도 운용 주체는 미국이다. 일부는 국내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으로 한·미가 핵공유 시스템을 갖추면 우리가 필요할 때 전술핵을 쓸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나토 역시 유럽 내 전술핵 배치 장소, 수량, 목표물 타격 요건 등은 미국이 결정한다. 사용 권한은 미국이 독점하고 한국은 전술핵탄두를 항공기에 실어 투하하는 임무 정도라는 것이다.

악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전황이 불리해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에까지 전술핵을 배치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전술핵 배치 가능성에 관한 확대 해석을 꺼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엄중한 상황이라는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면서도 “한-미 동맹을 축으로 한 한-미-일 공고한 협력이 반드시 전술핵 배치로 가는 것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핵확산금지조약을 지킨다는 의지가 바뀐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안보를 책임진 정부와 여당이 구체적이고 짜임새 있는 외교안보 정책을 내놔야 한다”며 “여당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술핵 재배치를 강조하는 것은 대북 강경책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안보의 정치화’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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