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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보수정치권이 핵공유제’공론화

아지빠 2022. 4. 16. 10:08

일본 보수정치권이 핵공유제’공론화에 나선 배경 및 파장은

송민섭 2022.04.16. 09:00

(이미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1월 31일 공개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장면.

핵우산, 핵공유, 핵무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북한의 핵공격 위협 등으로 동북아시아에 핵 담론이 유행하고 있다. 옛소련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해 지금의 사태를 맞게 됐다는 일각의 자성론을 계기로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 등을 이유로 공론화하고 있는 미국과의 핵공유론을 펴고 있고, 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서라도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남조선 핵공격’ 위협에 대응해 실질적인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동북아안보정세분석 ‘일본 핵공유론의 배경, 주요 내용 및 전망’에 따르면 일본의 핵공유론은 동맹인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체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한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흘 후인 지난 2월27일 한 민영방송에 출연해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를 언급하며 “(우크라이나가) 그때 전술핵의 일부를 남겨뒀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논의가 있다”며 일본도 핵 공유 정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다페스트 각서는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가 핵무기 보유를 포기하는 대신 미국, 러시아, 영국이 이들 국가의 주권과 안전보장을 약속하는 내용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비핵 3원칙(핵무기의 제조·보유·도입 금지)을 견지해왔다. 자체적인 핵 억지력을 보유하는 대신 미국이 미·일동맹에 기반해 제공하는 핵우산에 기댄다는 정책이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핵무기가 있었다면 러시아의 군사적 침공을 억지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미·소 냉전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제 공론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이 평시부터 본토에 핵무기를 배치해 유사시 제때 이를 사용할 수 있다면 침공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논리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핵탄두 배치에 대한 일본 내 여론은 매우 부정적이다. 비핵 3원칙과 미국의 확장억제체제(전략핵전력·재래식무기 타격력·미사일방어체계 등),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자국의 여러 제도와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핵무기가 열도에 있을 경우 선제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동북아 핵 군비경쟁을 초래해 일본의 안보를 더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아베 발언 직후 “비핵3원칙에 비춰보면 일본에서 핵 공유는 용인되지 않는다”며 “정부 차원에서 핵공유를 논의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미국의 핵사용 의사결정과정에 일본이 어느 정도 관여하는 절차적 핵공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공감폭이 넓다. KIDA에 따르면 아라카키 히로무 일본 방위연구소 주임연구관은 나토의 핵공유제가 물리적·군사적 핵공유보다는 의사결정 협의체인 나토 핵계획그룹(NPG) 기능이 더 중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 NPG처럼 미·일 간에도 각료급 확장억제협의체를 신설하고 핵사용을 상정한 공동훈련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핵공유제에 대한 일본 내 여론도 우호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핵공유에 대한 논의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79%에 달했다.

보고서는 일본 내에서 핵무기를 본토에 배치하는 물리적 핵공유에 대한 거부감은 높은 반면 다른 형식의 핵공유 방식 논의에 대한 지지도는 높다고 봤다. 다카하시 스기오 일본 방위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은 중국이 미국에 필적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함에 따라 중국의 저위력(전술핵) 핵무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일본 역시 어느 정도 관여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나 북한 등의 핵 위협이 커지면서 일본의 안보·방위정책에 대한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무엇보다 일본의 이같은 안보·방위정책 변화는 한국의 안보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으며 다음달 출범하는 윤석열정부 역시 확장억제체제의 실효성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일본이 핵 억제력의 강화를 위해 미국 확장억제정책에 대한 보다 주도적인 관여를 추진해 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향후 일본이 확장억제체제 강화를 위해 어떤 논의를 확산시키고, 어떠한 정책을 전개할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