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머리가 녹색인 이유, 90년 만에 비밀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01.12. 10:22
(이미지)
새해 벽두 밤하늘에 혜성(彗星)이 찾아왔다. 미국 애리조나주의 천체 사진 작가인 앤드루 매카시는 지난 3일 태양으로 향하는 레너드(Leonard) 혜성을 촬영해 이튿날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레너드 혜성은 지난해 1월 3일 애리조나주 레몬산 적외선 천문대의 그레고리 레너드 박사가 처음 발견했다. 공식 명칭은 C/2021 AI이다. 그때부터 혜성은 지구와 태양을 향해 시속 25만7500㎞로 돌진했다. 혜성은 지난달 12일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3490만㎞ 지점을 통과했으며, 지난 3일에는 태양에 가장 가까운 9200만㎞ 거리까지 접근했다.
이번 사진은 혜성의 마지막 모습일지 모른다. 레너드 혜성은 7만년 전 태양계로 진입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에 지구와 태양에 접근했다가 타원 궤도를 그리며 다시 먼 우주로 나가면 다시는 태양계에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레너드 혜성과 지구의 만남은 짧았지만 과학에는 긴 여운을 남겼다. 혜성은 사진처럼 대부분 앞쪽이 녹색으로 빛나고 꼬리에는 녹색 빛이 보이지 않는다. 호주 사우스 웨일스대의 티머시 슈밋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독일 과학자가 혜성 앞쪽의 녹색을 설명한 이론을 90년 만에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혜성은 소행성(小行星)과 마찬가지로 태양 주변을 긴 타원 궤도를 따라 도는 작은 천체지만, 꼬리가 있다는 점이 다르다. 혜성은 유기물질과 얼음으로 구성됐는데 태양에 가까이 가면 열을 받아 이들이 휘발하면서 핵 주위로 코마라는 대기를 형성한다. 태양에 다가갈수록 대기 성분이 뒤로 밀려나면서 긴 꼬리를 만든다. 1930년대 독일의 물리학자 게르하르트 헤르츠베르크는 혜성의 핵에 있는 유기물질이 햇빛과 반응하면서 탄소 이원자가 생기고, 이후 다시 자외선에 파괴되면서 녹색 빛이 나온다고 추정했다.
호주 연구진은 먼저 탄소 원자 두 개와 염소 원자 두 개가 결합한 유기 분자를 만들었다. 혜성 핵의 유기물질을 모방한 것이다. 이후 혜성이 태양에 접근하듯 유기 분자에 자외선 레이저를 쏘아 탄소 이원자를 만들었다. 여기에 다시 레이저를 쏘자 탄소 이원자 분자가 붕괴하면서 녹색 빛을 냈다. 탄소 이원자는 자외선 에너지를 흡수해 불안정한 상태가 됐다가 녹색 파장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안정된 상태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왜 꼬리에서는 녹색 빛이 나오지 않을까. 연구진은 혜성에 생긴 탄소 이원자 분자의 수명이 44시간이라고 밝혔다. 그 사이 약 12만8800㎞를 이동할 수 있는데 혜성의 꼬리 길이는 그보다 훨씬 긴 수백만㎞다. 결국 탄소 이원자 분자가 혜성의 머리 부분을 거의 벗어나지 못해 앞쪽에서만 녹색이 보인다는 것이다.과학자들은 46억년 전 태양계가 형성되면서 발생한 잔해가 혜성이 돼 우주를 떠돈다고 본다. 혜성을 연구하면 태양계의 과거를 추적할 수 있는 셈이다. 혜성이 지구에 유기물질을 전달해 생명을 탄생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레너드 혜성의 녹색 빛이 생명의 미스터리를 풀 단서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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