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숙주 병원, 좀 더 빨리 공개했더라면…
박원순 시장이 촉발한 뒷북 공개… 3차 감염 오늘이 고비, 유치원 포함 1869곳 학교 휴업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주말이 얼어붙었다. 한국일보는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은 토요일(6일) 오후에도 평소의 20% 수준인 8000여명만 공원을 찾았다. 송파구 롯데월드는 평소 대비 40%가량 입장객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6일 전국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는 68만7872명으로 지난주와 2주 전 토요일 대비 각각 19.2%, 23.5% 감소했다.
모든 주요일간지 1면은 ‘메르스 공포 확산’이었다. 8일 현재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87명(7일 기준 3차 감염 31명)중 사망자는 5명으로 치사율 5.7%를 기록하고 있다. 격리자는 2361명이다. 격리가 해제된 사람은 560명, 감염 여부를 조사받고 있는 이가 125명이다. 8일 휴업 학교(유치원 포함)는 1869곳이다. 다음은 전국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정부 “병원 전부 공개”…방역체계 뒤늦은 전면수정>
국민일보 <“메르스 2차 유행 오늘이 정점…확산 고비”>
동아일보 <메르스 2차확산…함께 뛰어야 막는다>
서울신문 <삼성서울병원發 메르스 ‘제2의 유행’ 비상>
세계일보 <늑장 대처에…강남發 제2메르스 사태 우려>
조선일보 <18일 만에야…메르스 관련 병원 24곳 공개>
중앙일보 <병원 24곳 공개…‘메르스 추적’ 전국 확대>
한겨레 <‘메르스 병원’ 뒷북 공개…여전히 대통령은 없었다>
한국일보 <메르스, 전국 주말도 삼켰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7일 박원순 서울시장, 권선택 대전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안희정 충남지사와 만나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양측 간의 실무협의체를 즉각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중앙일보는 “5일 밤 박원순 시장이 중앙정부의 정보 미공개를 전격 비판하면서 양측의 대립이 격화됐는데, 이틀 만에 협조체제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7일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이들이 경유한 병원 24곳의 실명을 공개했다. 삼성서울병원·대전 대청병원·대전 건양대병원 등 6곳은 환자가 발생했고, 서울아산병원·한림대 동탄성심병원 등 18곳은 환자가 거쳐 간 곳이다. 그동안 메르스 관련 병원이 어딘지 몰라 국민 불안이 심화돼 왔고 지자체와 갈등이 빚어지자 전격적으로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병원명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온 정부가 메르스 환자가 발생·경유한 병원 24곳을 공개하는 쪽으로 방역체계를 전면 유턴한 것을 두고 경향신문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접촉자 추적만으론 메르스 감염 확산을 막기 어렵다고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그간 환자의 메르스 발생 병원 기피, 지역사회 혼란 등을 이유로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 중앙일보 1면.
최경환 국무총리대행은 “실제 감염경로는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병원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불가피하게 됐다”고 병원명단 공개 배경을 밝혔다. 한겨레는 “나흘전만해도 병원공개를 거부했던 정부가 자치단체장들의 정보 공개나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마지못해 태도를 바꾼 것”이라며 “전형적인 뒷북‧늑장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공개된) 해당 병원에 대해 어떤 감염 예방조처를 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내용도 밝히지 않아, 되레 입원해있거나 외래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들의 불안만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병원에서 메르스 감염 위험자가 방문했던 장소 등을 자세하게 공개해 시민들이 스스로 자신이 자가 격리 대상인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메르스 첫 환자 발생 18일 만에 병원명단을 공개하면서 명단 공개의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오류를 냈다. 예컨대 환자경유병원인 서울 성동구 ‘성모가정의학과의원’의 소재지를 경기도 군포시로 적기도 했다. 서울신문은 “명단 공개를 결심한 이후 검증에 필요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여러 건의 실수로 혼란을 초래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삼성서울병원에서 17명의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하고 1000명 이상의 의사와 환자가 노출된 사실도 밝혀졌다. 특정병원에 대한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자 다급히 병원 실명 공개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정부는 이제라도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전면 이동 통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권준욱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환자가 많이 늘긴 했지만 모두 병원 내 감염”이라면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다녀간 사람 중 8일까지 감염자가 추가로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무원들이 자택격리자를 일대일로 관리하고 이들에 대한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선일보는 메르스 감염에서 완치되어 퇴원을 앞둔 환자와 인터뷰를 보도했다. 49세 환자 A씨는 “감기 증상이 점점 심해지더니 나중엔 열 때문에 어지러워 정신이 없었고, 온몸이 뭐에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고 말했다. A씨는 평택성모병원에서 가족을 간호하다 감염됐다. 의료진은 “폐렴 증상에 대한 대응치료와 함께 여러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했고, 효과가 빨리 나왔다”고 설명했다.
대다수의 신문은 박근혜정부의 메르스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감염확산을 막기 위한 전사회적 대응을 강조했다. 다만 진보성향 신문은 전자에, 보수성향 신문은 후자에 보도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동아일보 1면 기사제목이 “함께 뛰어야 막는다”인 반면, 한겨레 1면 기사제목이 “여전히 대통령은 없었다”인 배경이다.
한겨레는 “메르스 확산 사태가 국가신인도나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할 때 박 대통령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청와대 일선 참모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이 모든 걸 올인 해 분주하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기엔 역부족이라는 자평마저 나오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병원을 방문해서도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혼란을 초래한다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난하는 걸 잊지 않았다. 메르스 대책 논의를 위해 당·정·청 협의를 하자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제안도 거절한 채 메르스 비상시기에 정치 갈등을 조장하는 데 앞장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삼성병원발(發) 메르스 2차 확산은 정부의 정보 독점이 빚은 참사”라고 비판한 뒤 “아무리 총리 대행 체제라지만 메르스 사태를 총괄 지휘하는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총지휘를 계속 맡겨둬도 되는지 불안하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서울 강남에 자리잡은 국내 굴지의 삼성서울병원이 숙주병원으로 드러나 충격이 크다"면서 "전국에서 모여든 만성 질환자와 방문객이 많아 1차 숙주병원보다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대책을 좀 더 빨리 마련했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드는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최근 일부 지자체장이 정부의 메르스 대응 조치를 비판하며 독자 대응에 나서 정부와 불협화음을 빚었다. 지자체장들이 독자적으로 나선 데엔 ‘정치적 보여주기’ 목적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부가 분명한 컨트롤타워(중앙 통제탑) 없이 우왕좌왕하며 부실하게 대처했던 탓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지자체장들도 겉으론 정부에 협조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론 대책본부장을 자처하며 중구난방으로 나서지 말고 정부 지침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스사태 대응모습으로 인기가 높아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던지는 메시지처럼 비춰진다. 이 신문은 정부와 불협화음을 빚은 지자체장으로 박원순 서울시장‧안희정 충남지사‧이재명 성남시장‧김만수 부천시장을 꼽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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