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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00% 안전하지 않다면 짓지 말아야

아지빠 2011. 5. 14. 10:10

 

 

원전, 100% 안전하지 않다면 짓지 말아야”

후쿠시마 원전 격납용기 설계자의 ‘역설’

“원전의 안전성이 완벽하지 않다면 짓지 말아야 합니다.”

1989~2009년 일본의 전기기기 제조회사인 도시바에서 일하며 후쿠시마 원전의 격납용기를 설계한 고토 마사시(61·사진)는 지난 12일 에너지정의행동 등 반핵단체 주최로 부산 동구 민주시민교육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후쿠시마 원전 격납용기를 지을 당시에 겹겹이 설치된 안전시설을 보면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3월에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를 지켜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원전 가동에 이상이 생기면 자동복구 시스템으로 정상 가동되거나 안전한 상태에서 가동을 멈추도록 완벽하게 설계했지만 3월12일 지진해일(쓰나미) 이후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수소폭발을 시작으로 1~4호기 모두가 가동을 멈추고 일부 원전에서 방사능까지 유출되는 사고가 터져 신뢰가 깨졌다는 것이다.

그는 “원전에는 만약의 사고를 제어하는 장치들이 있지만 오래 쓰다 보면 고장이 나고 낡아서 위험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자연재해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동시에 덮치면 결코 안전할 수 없다”며 “내가 설계했지만 핵발전소는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정부의 안일한 원전대책에도 쓴소리를 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고리 원전의 방호벽 높이를 10m 파도에 견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그는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는 각각 30m와 40m 이상의 지진해일이 있었다”며 “지진해일은 땅이 흔들리면서 발생하고 이때 배관 등이 깨져 사고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원전을 높은 곳에 세울수록 되레 지진에 취약한데도 높으면 안전하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원전이 안전하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에도 항상 의구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는 사람의 실수로 일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모든 원전을 한꺼번에 폐쇄하기는 힘들므로 위험하고 낡은 원전부터 폐쇄하면서 대안에너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방사능 허용량과 안전치를 믿지 말고 방사능을 최대한 흡수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방사능을 없애는 기술은 없으므로 후손을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바우라공대를 나온 뒤 와세다대학-도쿄도시대학 대학원에서 원자력을 전공하고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퇴사할 때까지 도시바에서 근무하면서 시바타 히로유키라는 필명으로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